공회주

사과맛 사탕 유희

세르선우(세르시온)

어쩌면 사랑이란 것은 사과맛 사탕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세르펜스는 눈을 감은 선우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시간은 나른한 오후 무렵, 햇빛이 따스하게 자리를 덥혀주는 날. 누군가는 키스하면서 눈을 뜨는 걸 멋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르펜스는 얼굴을 발갛게 붉힌 채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얼굴을 보지 않는 건 큰 손해라고 주장할 셈이었다.

도로록. 아, 놓칠 뻔했다. 세르펜스는 입술을 살짝 뗐다가 각도를 조금 틀어서 다시금 입을 맞췄다. 으음. 선우의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가 삼켜졌다. 세르펜스는 혀를 뻗어서 입에 머금었던 사과맛 사탕을 선우의 입 안에서 굴렸다. 딱 알맞은 유리구슬만한 크기의 인공적인 사과맛이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두 사람은 발칙하게도 사탕을 입에 문 채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 발단은 선우가 얘기했던 드라마였던가, 어땠던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이 순간에는 별 필요없는 이야기였다.

데굴데굴. 혀만 사용해서 사탕을 입에서 입으로 건네주는 행위는 꽤 재밌다. 입술을 잠깐 뗄 때 내쉬는 숨에 달큰한 사과향이 섞여있었다. 조금 버거운지 선우가 사탕을 건네주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물론 그걸 놓칠 세르펜스가 아니었다. 그는 선우의 팔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서 선우의 뒤통수를 받쳤다. 깊게 입을 맞추며 사탕을 건네자 선우가 조금 다급한 손길로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정말로 숨이 가쁘다면 툭툭이 아니라 퍽퍽이었을 테니, 세르펜스는 야속하게도 키스를 지속하는 걸 택했다.

예상대로 선우는 스르륵 팔을 내리고는 열심히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사탕을 빠르게 녹여서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보이는 얼굴에도 은은하게 결연한 빛이 서려있었다. 세르펜스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만약 키스할 때 눈을 뜨고 있는 걸 들키면 선우는 뭐라고 할까. 뻔뻔하게 나올까, 아니면 왁왁 소리를 치며 부끄러워할까. 궁금하지만 때로는 모르는 게 더 즐거운 일도 있었으므로, 세르펜스는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마침내 사탕이 새끼손톱만큼 작아졌다. 선우는 제 혀 위에 올라가있는 사탕을 세르펜스의 혀 위로 도로록 굴렸다. 세르펜스는 아쉬운 단맛을 느끼면서 쪽하는 소리와 함께 선우를 놓아주었다. 푸하! 숨이 막히긴 막혔는지 선우가 큰 소리로 숨을 들이마셨다. 눈에 눈물이 살짝 고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세르펜스는 조금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선우의 눈가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주었다.

“다음은 계피맛으로 할까요?”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뜬금없는 선우의 말에 세르펜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선우가 지금 계피사탕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아냐며 투덜거리자, 세르펜스는 결국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계피사탕도 조금은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세르펜스는 사과맛 사탕의 남은 단맛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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