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벤] Which is real

1천자 챌린지_5

“처음보는 얼굴인데.”

“아, 사정이 있어서 열흘만 일하러 왔어요.”

“대학생?”

“네.”

싸구려 모텔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잘생긴 얼굴과 값비싼 수트를 입은 남자는 벤의 대답을 듣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오만하다고 해야할까 자신감이 넘치다고 해야할까 나름 사회 경력이 있는 벤은 남자가 가진 위험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도 그럴게, 손목에 찬 시계가 이 건물을 사고도 남을 모델이던걸.

“506호요.”

“고마워.”

남자의 손이 벤의 손등을 덮더니 부드럽게 쓸어내려 열쇠를 가져갔다. 쿵쿵쿵- 그의 발걸음에 맞춰 심장이 뛰었다. 놀래라,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몇시 퇴근?”

이상한 사람은 단골인듯 매일 왔으며 그때마다 벤에게 질문을 해대었다. 선을 넘을듯 말듯 아슬아슬한 질문부터 뜬금없이 케네디 대통령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벤은 그의 손바닥에 놀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았다. 단순 직원과 고객의 관계인데 부족하다는 듯이 구는 남자의 태도가 이상했다.

“추리소설인가?”

“네, 유명한 책인데 스파이가 주인공이에요.”

“알아. 지루해서 죽을뻔했지. 현실성이 너무 없어. 특히 죽음을 앞두고 방언터진 머저리가 나오는 부분.”

“그냥 소설이에요. 재벌이 나와서 돈자랑하는 로맨스보다야 현실적인걸요. 그건….”

“판타지 같다고?”

그는 피식 웃더니 506호로 올라갔다.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열흘이 지나자 벤의 발은 다시 학교로 향했다. 그런 독특하고 위험한 사람은 아마 다시는 보기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푸르스름한 조명과 퀴퀴한 공기, 수상한 단골손님과 수상한 손길. 벤은 노을이 지는 하늘을 향해 손등을 펼쳐보았다. 손등의 감촉이 생생했다.

끼익-

놀랄만한 광택을 내뽐는 차가 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쳐다보는게 실례일정도로 비싼 차의 창문으로 놀란 얼굴의 벤이 반사되어 보였다. 벤이 욕을 읊조리려던 그때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며 낯익은 얼굴을 드러내었다.

“나의 현실세계에 온걸 환영해.”

비현실적으로 오만하고 잘생긴 남자가 벤의 손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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