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傷

창천의 이슈가르드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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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SutMG5BrXo?si=7Hs1YLX5dv5xyekg

이슈가르드의 눈발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시렸지만, 겪어온 것들을 감당하는 나의 마음보다는 시리지는 못하였다. 몸의 온기가 사라질 정도로 시린 아픔인데 후-하고 내뱉는 숨결에는 뿌옇게 입김이 나와 여전히 나에게 온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자각시켜준다. 당신의 깨진 방패를 품에 안고 거리의 의자에 앉아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전투를 해왔는지 알려주는 일부분의 자국들 그리고,

 " 역겨운 인간들. " 

이들 중 누가 당신 살아생전 다정을 건넸는지. 저 멀리 외곽으로 밀어내놓고 영웅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자로서 애도를 받고 있지 않은가. 아무도 찾지 않다가 자신들의 일을 떠맡기고 그제야 당신의 죽음을 기린다. 지독히도 외로웠을 맹우여. 따뜻한 눈빛을 가지던 맹우여. 모두의 오르슈팡. 나의 가장 가까운 맹우 오르슈팡 그레이스톤. 자신 가문의 성조차 받지 못했던 당신, 그대. 당신의 형제들을 내가 감히 미워해도 될까요, 당신이 겪었던 일들인데 내가 감히 분노를 담아도 되는가요. 하지만 나는 이 절벽 끝에 떠밀려 끝내 당신이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면 다시금 이 자리에조차 서 있을 수 없었을 텐데. 나는 정녕 그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는지조차 물어보지 못하였는데. 언제나 한 발자국 부족하여 끝에 닿지 못하고 말지.

 용도 인간도 모두 똑같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복수에 눈이 멀고, 힘에 눈이 먼 자들. 눈 앞을 가리고 앞을 나아가려 하니 결국 무엇도 이뤄내지 못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걸. 이슈가르드는 모순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곁에 있는 자들이 바라기에 이곳을 지키고야 만다. 아니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 것인지. 말뿐인 모두를 지키겠다는 말들, 결국에는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나. 수많은 이들을 떠나보낸 나. 이러한 고민에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는다. 영웅에게는 슬픈 표정은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난 이슈가르드는 폐허나 마찬가지처럼 보였지만 쌓인 눈들이 햇빛에 비추어져 눈이 부시게 반짝거렸다. 이런 추위라면 따뜻한 음료라도 쥐여 줄 당신이 금방이라도 등 뒤에 나타날 것 같은데. 당신의 육체는 저 차가운 눈 아래 어딘가에 묻히고 영혼은 에테르가 되어 빛나고 있겠지. 꽃다발 대신 나의 지팡이를 그대 위령비 앞에 둔다. 부서진 방패가 함께하는 당신의 무덤. 

 " 나는 그저 모험이 좋았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고…. 많은 이들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건 마음이 무거울 뿐이더군요. 그렇지만…. 그러더라도 당신이 건네주었던 따뜻한 음료가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속 깊이 남아…."

지팡이는 나의 신념이고 다짐이었다. 모두를 지키고야 말겠다는. 그렇지만 나는 과거에 사로잡히고 말 것이고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그랬고 어쩌면 앞으로도 별다르지 않을 일들이겠지. 그래서 나는…. 그 과거에 사로잡힐 것이라면 적어도 그대들과 함께하고 싶어 별을 좇는다.

 돌아가는 발치에 무언가 걸리어 내려다보니 무언가 적힌 종이가. 주워 확인하자니 몇몇 글씨가 눈이 녹은 탓에 번져 잘 읽히지 않지만 그나마 보이는 곳을 읽자니.

--도, 친구여.

-- 의심- 여지 없이 믿고 있어.
너- 어떠한 고난-도 결코 좌--지 않을 ---걸.
그건 이번 여행-만- 아니야. 앞-- 네가 어디- 향하든 변함 없을 거야.

혼자서는 넘을 - 없는 벽이 있-- 하더라도, 네가 가-- -는 한, 분- 누군가는 손을 내-어 주겠지. 내가 -금 그렇게 -- 싶은 것처럼. 

--- 그 고난 너머-는 반드시 새--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것- 발견했을 -에는 꼭 활짝 웃어줘.

네가 최고의 여-길을 걷--...
무--- 빌어.

-오르-팡 -----

옅게 숨을 내뱉자 짙은 입김이 새어 나온다. 목이 막혀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 것만 같은데, 너의 다정함은 나의 목을 막고 글자 하나조차 전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무엇이라고 자신의 몸을 받쳐 떠났는지. 맹우여, 맹우여. 울부짖으며 찾는 그 이름에 대답해줄 이는 하나 없고 이 슬픔을 누가 알아줄까. 나는 그대의 영웅이었나요? 그대는 적어도 나의 영웅이었습니다. 은빛 검날이여 그 검은 언제나 나의 마음 안에서 빛날 것입니다. 아아, 그대여 나의 여행길이 그대에게도 전해지기를. 언젠가는 다시 만나 따뜻한 음료와 여행을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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