廢墟

칠흑의 반역자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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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70Qraa27Lk?si=e8dngBL2MR7C9kKr

해가 뜨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환영의 템페스트는 꺼림칙한 것이 당신을 닮았다.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곳, 그건 당신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빛나는 죄악이 후드득 입 밖으로 쏟아진다. 시야는 빛에 사로잡혀 정신을 붙들지 않으면 금방 삼켜질 듯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기만 하다. 지금즈음이면 아마 다들 내가 어디에 있나 찾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겠지. 어차피 결국 최종 목적지는 이 곳임을 알고 있으니 금방 나를 찾아낼지도, 도달하지조차 못할지도, 혹은 당신이 나를 숨겨줄 수 있는 일도 있고 말이다.

 혼자서 적진 한가운데를 찾아온데에는 큰 이유보다는 들었던 말의 단순한 충동이었을 뿐이다.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 물론 그 앞뒤에 붙어있는 말이 있었지만, 중심적으로는 그 말이 맞았으니까 말이다. 오랫동안 본 사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헛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니 알 수 있다, 당신은 그런 말을 그저 빈 말처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을 찾기 위해 고대인들에게 묻고 그리고 거품을 마주쳤다. 당신이 생각한 대로 거품은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였다. 물론 나는 실제로 그가 누구인지 모르니 그 진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본디 거품이 진실하게 가진 능력이었는지, 아니면 그대가 가진 것인지는 답할 수 없지만. 영혼의 색, 내 곁의 아르버트, 그리고 나.

" 너…는. 여기서 죽을 생각이구나? "

조용히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처음 왔을 때부터 옆에서 잔소리하던 아르버트도 그제야 입을 다물고 그저 서 있기만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한테 실망했으려나. 이겨낼 생각은 하지 않고 어쩌면 내가 사라짐으로써 세상은 어찌 될지 모르는 도박 같은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가 그리 생각하던 나는 이제 지쳤을 따름이다. 누군가를 잃는 것도 지긋지긋한 일이었고, 다치고, 고통받는 것도 그만두고 싶다. 영웅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참담할 정도로 깊고 무거워서 더는 감당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영웅을 동경하는 사람은 많았고 나처럼은 아니더라도 분명 누군가는 또 영웅이 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을 다시 걷는다.

 " 정말 혼자 왔나 보군 괴물. "

 불완전한, 되다만 것에서 이제 내 이름은 괴물로 고정됐나보다. 모험가나 영웅 말고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지만 그런걸 바라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겠지.

 " 약속은 잘 지키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

잘 지켜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입가에 흐르는 죄악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내 모습이 불쾌한 것인지, 말이 불쾌한 것인지는 몰라도 거슬리는 그 얼굴을 흐릿한 시야로 눈가에 힘을 주어 바라본다.

 " 손님을 초대했다면 차라도 내주셔야하는거 아니에요? "

이 상황에 차를 요구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 맞으므로 당신은 내 이야기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저 되다만 것이…를 중얼거리며 문 너머로 들어간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옮겨 당신을 뒤따른다. 당신을 뒤따라 들어간 공간은 그저뿐인 空虛한 공간이었다. 잘 어울리는 곳...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가락 튕김의 한 번에 티세트가 눈앞에 생기니 그것참 편리한 능력이었다. 이런 것도 만들어낼 줄 알았으면 이 전에도 부탁해볼 걸 그랬나 싶어졌다.

 " 자… 괴물 손님한테는 무엇부터 이야기해주는 게 좋으려나? "

서로에게 배려라던가를 바라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암묵적으로 서로 알아서 자리를 찾아 의자를 끌어 앉는다. 이럴 거면 왜 초대했지 싶을 정도로 귀찮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고대인들에게 들었던 것부터 그리고 별의 멸망, 최초의 신, 새로운 신, 신들의 대립, 갈라진 세계 그리고 통합. 빛이 뇌까지 다다랐던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대강 그런 이야기인 것은 알 수 있었다. 딱히 충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여태껏 몸소 겪어온 일들이 있는데 이제 이런 것에 일일이 반응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지.

 " 당신의 초대에 응해줬으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간단한 거에요. 수정공을 만나게 해주세요. "

이제 나에겐 당신을 막을 힘도 기력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차 하나를 마시더라도 찻잔이 달그락거릴 정도로 손을 떨며 겨우 마시니 말이야. 한동안 말 없이 서로의 찻잔이 달그락거리고 다 비워져 갈 때즈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렸다.

 " 그럼 어디 과연 그 놈의 에테르를 먹지 않을 수 있을지 보자고. "

대답을 시작도 채 하기 전에 간단히 튕겨진 손가락에 어딘가로 보내지고 말았다. 어딘가 싶어 잠시 둘러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넝마가 되어 이 곳에서 나갈 방법을 찾고 있던 붉은 머리의 그였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같은 표정을 하며 나를 바라보길래 그저 웃으며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나의 끝은 나 스스로가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한계였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눈앞이 빛에 침식해가고, 빛나는 죄악이 울컥거리며 흘러내린다. 중심을 잃은 나에게 급하게 달려와 서로를 버팀목으로 겨우 서 있었다. 

 " 그대, 그대가 어째서 여기에….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지 않은가! "

 " 내가 이 곳에 있지 말라는 이유는 없죠. 수정공… 그라하 티아,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할게요. 약속을 지키지 못했잖아요. 나를 살려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는데…. "

어쩌면 진정한 마지막 대화상대가 될 그에게 나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나는 고통스럽고, 지쳤으며, 한계라고. 하지만 나는 이 세상이 빛에 침식 되지 않도록, 원초세계에 8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이 빛을 발산하지 않고 바로 끌어안고 사라지면 그만이 아닌가. 빛은 모두 내 안에 있으니 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이다. 그대가, 하려고 했던 것처럼. 크리스탈이 되어버린 그의 손을 잡고는 입 맞추어 준다. 

 " 모험가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요. 어딘가의 모험가는 분명 또 모험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죠? "

자신을 받쳐 나를 살리려고 했던 그 말 그대로, 이제는 내가 해줄 말이다. 당신은 모험가의 이야기를 사랑해주었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스해서 더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울지 말아요,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니까. 그를 다독이며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이제는 정말 작별이다. 안녕, 나의 친구들. 안녕, 나의 세상이여. 나는 인간으로 죽고 싶었어.

" 언제나… 즐거운 모험이 되길…. 잘 자게 나의 영웅, 니베이아. "

 영웅은 떠났다. 빛을 끌어안고 끝까지 이 세상을 지키고야 말았고 다른 곳으로 모험을 떠났다. 우리 모두 그를 지킬 힘이 없었고 그의 고통을 나누어 가질 수 없었다. 우리가 원초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이제 더 안중에는 없었고 모두가 슬픔에 잠기었다. 가장 빛나던 영웅, 모두를 사랑하던 영웅은 이제 없다. 이제 아씨엔은 누가 막고, 세상을 지키고, 세상을 사랑하지? 그에게 많은 것을 짊어지게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사라지고 그것이 우리에게 짊어져 지니 이리 무거울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마지막도 지켜주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이제는 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다음에는 영웅으로 태어나지 않기를 빌어주길 뿐이다.

 에메트셀크는 결국에 계획을 실행시키지 못하여 또 다시 재해를 일으킬 방법을 갈구해야만 했다. 수정공의 지식을 알아냈는지는 알도리가 없지만 대신 그가 또 방해할 수 없도록 그가 지식을 얻을 수 없게끔 두 눈을 앗아가고서야 풀어주었다. 어둠 속 템페스트에 틀어박혀 갈무리 하지 않은 그 티세트를 바라본다.

 " 어찌 그리 하는 짓들이 같은지. "

누군가와 누군가를 빗대어 보고 있는 것인지 무의 공간에서 혼잣말이 울려 퍼진다. 명계에 사랑받은 자는 두 눈을 가리어도 에테르가 빛나는 것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영혼이 이 곳에서 사라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는 말이지. 그것이 명계로 떨어지는 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확인하기 전에 다른 공간으로 보내졌으니 말이다. 만약 명계로 떨어진다면 어차피 또 다시 만나게 될 것이야. 너는 언제나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말이다. 

 " 다음에는 또 어떻게 나타나려나…. "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그 영혼이 있었음에도 찾아내지 못했지만, 다음이 있다면 찾을 수 있겠지. '그' 영혼이니까 마법 주문처럼 말이야. 가장 오래된 마법사에게 마법 주문이라면 꽤 믿을 만 한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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