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念
영웅을 위한 진혼가
Theme | 생각이 똑똑-티키틱 (feat. 엔씨아, 유준호, 지안)
https://youtu.be/993YIIHrCHc?si=MJQlhr1NukW1l_Ae
지금은 누구나 살아있으나 살아있지 않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 말 그대로 몇몇 사람에게는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몸은 살아있으나 인형처럼 영혼이 없는 우리들의 '새벽'은 또 한 번 전처럼 져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불길한 상황에 홀로 멀쩡히 남겨진다면 누구나 무엇이든 생각하게 되고 말아버리니까. 그리고 꼭 이런 날이 찾아오고 만다. 새벽은 오늘도 찾아오지만 나 홀로 잠들지 못하여 누군가 말을 거는 그런 날. 그 '누군가'가 정말 형체가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말이다.
"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언제나 잘 지내길 바라고 있어요. "
시작은 언제나 나를 이 곳에 있게 해준, 나를 찾아준 당신. 원석을 발견하고 다듬어준 보석의 세공사 같은 당신은 모두의 친구이자 현자였다. 그 끝이 별의 대변인이 되어 별과 하나가 되고, 다른 세계를 구원하러 제 존재를 받친 것이었지만…. 다른 이들 특히나 당신을 오래 본 산크레드는 몰라도 잠깐 뿐이더라도 나는 당신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 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받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모두를 정녕 사랑하는 사람.
" 모래의 집도 이런 새벽의 빛이 들어오곤 했었죠. 바다 근처라 짠내음도 함께였지만 나름대로 좋았거든요. "
나는 침대에 앉아, 당신은 벽에 기대고 서서 말을 건다. 하지만 알고 있잖아 이건 내 깊은 기억 속 여러 정보들을 도합해 결국에는 만들어진 당신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잡념. 새벽은 파도처럼 몰려오는 생각들을 거름 없이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그 생각들에 답하지는 않고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 지금처럼. 대답하면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만 같아서 차마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무언가 할 수 없더라도 현실만은 올바르게 직시해야한다는 오랜 내 신념 때문에. 그래서 이따금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그 말을 들으면 괴로워지고야 만다.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적이 있어서, 내가 가진 것도 함께여서 금세 그때의 향수가 내 코 끝을 아리게 만들어 버리고 말아서….
물어볼 수 없는 마음
똑똑 생각이 똑똑
" 첫 아씨엔을 물리친 게 얼마나 지났으려나. 그 이후로도 더 쓰러뜨렸나? 이제는 혼자 힘으로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어. "
잡념의 시작은 과거의 불행으로부터였다. 잘못이나, 실수라던가 무엇이든 오랫동안 곱씹어 점점 불어나 해를 뒤덮는 달의 크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누군가를 잃는 큰 기억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첫 번째의 인물은 당신이었다. 가장 큰 일을 해내고 결과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축하 대신 묵념을 받던 그 사람. 그때 당시의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순간이었다. 정해진 순리대로 당신의 선택은 필수 불가결이었는지 만약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그를 잡는 것에 실패하고 우리가 몰살 당하거나 나중의 계획을 막지 못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 됐겠지.
" 위리앙제는 여전히고? 그래도 몇 번 더 같은 임무라던가 맡고 싶었는데 말이지. "
선택으로 포기한 미래와 이루어진 미래가 있었으니, 줄곧 나는 당신들이 포기한 미래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는 살아남으나 세계가 희생 당하거나…, 나였기에 누군가는 떠나고 세계는 무사하고. 미래에 정해진 길, 옳은 길, 잘못된 길은 없고 내가 걸어가는 곳이 길이었지만 그 끝이 어딘지를 알 수가 없으니. 혹여나 그 끝이 절벽일까 아직 남은 미래는 나를 불안케 한다. 물론 당신들이라면 그 절벽에는 꽃이 피어있을 테니 걱정말라며 나의 등을 토닥여주겠지만. 생각 안팎의 당신들은 한결같아 언제나 위로면서도 불안이었다.
물어 볼 수 없는 얘기
똑똑 생각이 똑똑
" 역시 그대랑 대련을 해봤어야 했는데 말이지, 지금…은 무리려나? "
잡념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괴롭지 않느냐 묻는다면 이 또한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괴로움을 어떻게 피할 수가 있을까, 그저 가만히 받아들이며 오늘도 이 새벽이 지나가기를 빌어야지. 아마 당신은 내 기억들 중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하게 될 테지. 그래서 잡념일 뿐인 당신이 말을 거는 것이 내 목을 메이게 만들고 만다. 딱 한 손, 한 손만 내밀 면 닿을 듯한 거리에 서서 나를 다정히 바라보는 그 눈빛은 내 목을 조른다. 산소가 머리까지 닿지 못하여 새하얘지는 그런 감각을 하지만 허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분명 다른 이들에게 설명한다면 나의 건강을 우선 걱정하겠지.
" 건강은 신체가 아니더라도 정신으로부터도 시작되곤 하지. "
생각은 생각을 읽고 답한다. 그러니 항상 이런 부분에서 나를 꿰뚫고야 마는 것이지. 그 말이 옳지….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으로부터 깃든다고 다들 흔히 이야기하지. 아무리 건강한 육체더라도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지. 동시에 떠오른 것은 제노스였다. 올곧은 자신의 신념과 한 길뿐인 그 발걸음. 물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올곧을 수 있는 것이 부러울 뿐이다, 광기를 닮고 싶은 건 확실히 아니지만. 언젠가 그는 그리 이야기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공생관계, 자신과 함께 하자는…. 허무맹랑하며 솔직히 당신과 그가 이야기하는 친구가 같은 의미가 아닌 것 같음을 나는 직감하고 있다. 그는 자각하고 못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가 말한 그런 관계라면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오해할 만한 그런 발언이었다. 아무튼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잡념에 꿰뚫리고 적의 올곧음을 부러워하다니 제정신은 분명 아닐테야.
" 그러나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주고, 고난 앞에는 새로운 풍경이 기다릴 것이야. 내가 당장 너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말이야. "
그 말에 느릿히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마주한다. 새벽이 지나고 여명으로 창문으로 빛이 비치고, 당신은 실존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반투명한 몸은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벽에 불투명하게 비추어졌다. 그 와중에서도 웃고 있는 얼굴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과 겹쳐 보여 가슴이 미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 미어짐은 고통이 아니었으니 다른 이들이 내 마음을 도륙 내더라도 너 하나만은 그 마음을 이어붙여주었다. 그래서 더욱이 그런 널 떠나보낸 날 용서할 수가 없었고 그 두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널 두려워하는 것인지 떨리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항상 그렇듯이 나에게 내미는 그 손위로 손을 얹어본다. 이 감각이 내가 바라는 꿈이고 현실이 아님을 알지만 순간적으로 느껴진 그 촉감과 온기를 나는 붙잡어 그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각하고야 마는 이 현실에 내 손은 훅- 그 아래로 꺼지고 만다.
물어볼 수 없는 하루
똑똑 생각이 똑똑
생각은 멈추질 못하고
아침이 찾아오고야 만다. 이 새벽은 지나면 너희는 또 언제즈음 나를 다시 찾아오련지. 나를 찾아오는 것이 좋은 징조는 아님을 알지만 그 순간만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새벽이 싫음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언제즈음 나를 떠나갈까. 아니… 말이 잘못되었지. 언제즈음 너희를 놓아줄 수 있을까.
물어볼 수 없는 일들
똑똑 생각이 똑똑
이제 그만 떠나줄래
놓아주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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