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13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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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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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IEcaspKSdo?si=L9NpycDnHxO9HVLc

백색소음은 소음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아름다운 소리였다. 오래되어 바랜 책의 페이지를 사각거리며 넘기는 소리라던가, 독수리들이 도서관에서 깃펜으로 과제를 해나가는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오히려 소음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모여 반드시 빠지지 않는 누군가의 이야기나,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는 소리다. 無의 것들은 이토록 안정적이고 아름다운데 有의 것들은 왜 이리 불안정하고 모난 것인지. 그럼에도 우리 또한 그 有의 것들이었으며 그 사이에 끼지 못하면 無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좋아하는 해피엔딩의 동화책. 그렇지만 나이가 점점 차오를 수록 그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끝없는 배드엔딩들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으며, 그 여러 배드엔딩들 중 한 끝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다. 그렇게 동화책을 밀어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다 보면 필수 불가결하게 이 세상에 대해 적혀있는 책들을 읽게 되며, 가장 눈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끝없으며 무한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Pale Blue Dot_창백한 푸른 점
서문: 방랑자들

" 우리는 애초부터 방랑자들이었다. "

이 한마디가 어찌 그리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정해진 위치와 장소는 없는 자유로운 방랑자들, 우리는 본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우리'에 소수는 선택받지 못했던 것인지 땅이 발에 박힌 채 그저 태양만을 바라보며 빙빙 도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주변의 별들은 새로 태어나고, 죽어도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반복해가는데 그저 빙빙-, 빙글빙글-, 어지럽도록. 심지어는 태양과 너무 멀어져도 적당한 크기가 되지 못하여도 같은 것을 하고 있음에도 같은 존재로 취급해주지 않았다. 추방된 왜소행성 134340. 카일리와 지젤은 분명 그 왜소행성과 함께하는 위성 같은 둘이었다. 벗어날 수 없으며 저 먼 곳에서 같은 방향으로 돌 수 밖에 없는, 지구에서 보면 그저 회전 한 번이면 보이지 않을 존재들 말이다.

 

1장: 우리는 여기에 있다

" 지구 전체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의 한구석에 지나지 않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명상록』제 4권) "

점 속의 점.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했으므로 돌고 돌아도, 도망치고 달려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 와중에 드는 이기심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나보다. 카일리 포스터가 두려움에 떨면서도 지젤 소피 맥거핀을 어찌 잊겠냐고 한 그때, 그러면 안되면서도 만족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사람이 한 명즈음은 있다는 것에서 말이다. 물론 지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카일리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 해피엔딩은 여럿일 수 없다는 점이 모순된 감정이었다. 

" 난…, 만용을 포옹하는 진실된 후플푸프잖아 그것만으로도 괜찮아. 그냥…, 그저…, 네가 그것만으로도…. 네가 날 잊지 않으려고 해서 다행이야. "

지젤은 웅얼거렸다.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음에도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아마도 이런 이야기- 것도 덧붙이며 말이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망을 돕겠다는 이야기는 꾹 담아버렸지만. 당장의 순간의 도망은 가능하겠지만 그 먼 미래에 결국 인과 결과는 끝맺음을 맺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당신의 해피엔딩은…, 정말로, 진심으로 바래서, 그저 그랬을 뿐인데.

" …. 잘, 지내야 해 카일리. 널 응원하고 있어. "

잘 지내라는 말에는 흐려지는 목소리가 섞여 있었던가. 왜소행성에게 안녕을 건넨다. 춥고 쓸쓸한 버려진 왜소행성. 위성이 그 주변을 돌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지금을 살기에도 벅찬데 어떻게 주변에 눈을 돌릴 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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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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