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달 열 아흐레
Walk you home-Karmina
https://youtu.be/NF8YDhKP3nY?si=5KUQn1zkQmPvkdvx
부스들을 정리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었기에 천천히 다가갔을 때 시야에 들어왔던 것은 피를 흘리며 살려줘... 라고 중얼거리는 학생 한 명. 순간 머릿속에 익숙하게 데자뷰가 스쳐 지나간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으려 하자 누군가 내 손목을 잡는다.
윤하영.
고개를 들자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는 진성우가 보인다. 뒤에서는 여령이의 목소리가 언니, 아까 거기로 다시 돌아가야 할 거 같은데요...? 그제야 뻗었던 손을 거두고 아이들한테 돌아가 어서 대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대로 있다가는 모두가 위험해 질터이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작년의 사건이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도 눈앞에서 학생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나는 재빨리 부축해서 보건실로 옮기려는 찰나, 발을 헛디뎌 중심이 앞으로 넘어졌다. 무릎이 크게 다치긴 했지만, 오히려 운이 좋았을까. 나를 물려고 하는 것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그 학생이 어디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나와 진성우, 여령이 뿐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 '저 것'은 그 때와 같은 것이겠지.
회장!
닫히기 일보 직전인 강당 문틈 사이로 여러 목소리가 겹쳐 들리고, 여러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닫지 못하는 진성우, 문을 닫으라고 재촉하는 목소리들. 사실은 그 목소리들이 귀에 들려온 순간 철렁했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금방 이해를 했다. 그야 누가 저 이상한 '시체'들을 문 안으로 들이고 싶어하겠느냐며.
서서히 닫히는 문에 내가 이렇게 뛸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눈을 꾹 감고 있는 힘껏 몸을 날리고..., 눈을 뜨자 뒤에서는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힌다. 자신을 걱정하는 얼굴들이 보이지만 무어라 하는지 전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심장 소리가 쿵쿵 귀에 울리고 폐는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웃는다. 뭐야? 왜! 헉...헉... 누가 나 불렀어? 아오... 야 나 방금 진짜 죽을 뻔..헉... 했어... 하... 누가 나 달리기시켜!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내가 너희 눈에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정말 괜찮은 걸, 너희도 나도 살아있으니까.
아, 용케 살아 돌아왔네. 어서와.
재수 없는 선글라스. 숨을 돌리지도 못한 채 가장 먼저 건내 듣는 말이 저거라니. 그저 피식 웃고는 내가 어디 가서 쉽게 죽을 사람은 아니잖아? 라며 그저 장난스럽게, 어쩌면 진심일지도 모르는 대답을 한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울먹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진주를 그저 안아준다. 언제나 해바라기처럼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예쁘기도 했었는데 내가 걱정시켜서 조금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내가 무얼 말하던 그게 들릴까 그저 등을 토닥여 줄 뿐이다.
못 들어오는 줄 알았잖아, 정말 다행이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문 닫을 뻔 한거 못 막아서 미안해. 다음에는 어딜 가든지 내 옆에 붙어 있어.
속사포로 내뱉어내는 말에 그저 하하 웃는다. 분명 저가 다쳤는지 확인하는 눈 길에 양팔 휘휘 들어보이며 나는 괜찮아라고 이야기 해 준다. 그래도 금화야 어쩌겠어 나는 모두를 지켜야하는 걸.
숨을 돌린 후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나 슬쩍 둘러보고는, 안색이 파란 여령이에게 괜찮다며 두 손을 꼭 잡아준다. 윤하영. 진성우가 뒤에서 부르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왜?라고만 대답한다. 안봐도 미간이 찌푸려지다 못해 구깃구깃 구겨져 있겠지. ...무사하면 됐어. 다시는... 그냥, 여령이랑 나랑 같이 와. 어차피 그 때도 마지막일테니까. 그래 우리는 언제나 마지막에 들어올테지, 학생회는 언제나 모두의 안전을 우선시 하고 곁에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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