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3

240324

코이가와 리쿄 백스토리 관련 과거로그

* 불우한 가족사가 있는 친구의 주변인의 심리 묘사 有

* 죽음 묘사 有

* 백스토리 중 ‘6년 전 FH의 일에 휘말려 각성’까지의 파트까지만 적음.

인생이 평탄했던 저와는 달리 안쓰러울 정도로 집안에 시달리던 사람이었다.

겉으로 드러내던 활기가 사실은 제 안의 어둠이 배어나올까 두려워 애써 덮은 것이었던 걸 알았을 때, 코이가와 리쿄는 아연해지고 말았다.

동정이었을까. …그렇게 높낮이 다른 감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는다. 남의 감정을 받아내는 삶에 진력이 나, 본인은 남에게 그러지 않게 된 그 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받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감히 그 애의 감정을 모두 받아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의 작은 숨구멍 정도는 마땅히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 네가 언젠가는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끊임없이 격려해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노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에 가까웠으리라.

“우리 둘다 대학은 안 갈 것 같고. 아무래도 혼자 집을 얻으려면 힘들 테니까 졸업하면 알바해서 둘이 같이 월세라도 얻어볼래? 내 생각엔 넌 너희 부모님이랑 좀 떨어져 지내는 쪽이 나아 보여.”

“오― 쿄쨩. 나를 여자로도 보지 않는다는 걸 이렇게 드러내고.”

“그야, 카렌. 가족을 그렇게 보면 쓰레기 아닐까 싶은데.”

가족. 그래, 가족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언젠가의 농담에서 파생된 자칭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며 호들갑을 떨 수도 있겠다. 실제로 카렌도 그런 식의 농담을 던지곤 했고.

그런 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조심스레 풀어내던 가족과의 일화가 그 애의 불행한 현실을 자각시켜주는 장치로 전락하는 게 괴로웠을 뿐이었다. 그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정말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족을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아는 가족이란 가끔은 속을 썩일지언정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였다. 지난 세월 동안 내가 아는 형태의 가족을 느껴본 적 없는 그 애에게 선택지를 의식시켜주고 싶었다. 어쩌면… 인간관계 좁은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친밀한 사람이라 더 붙잡으려 애썼을 수도 있고.

“꼭 나랑 살지 않아도 되니까.”

지나가듯 덧붙이는 말에 부끄러워서 연막치는 거냐며 킥킥거렸던 그 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는 턱을 괴고 웃었다.

“월세 말고 아주 집을 사면, 그땐 뭐라도 기르지 않을래?” 이 밑도 끝도 없는 가정법에 동참하면서.

카렌이 준비 없이 성인이 되자마자 방아쇠를 당긴 듯 뛰쳐나가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리고 그 애를 갉아먹던 가족의 압박은 당시에는 애매하게 견딜 만하여 우리의 계획은 지연되었다. 빈말은 아니었다.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건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는 뜻이라, 집을 구하는 시기가 나빴을 뿐이었다. 그래도 계획을 포기한 건 아니었으므로 간신히 조건이 맞는 집을 몇 군데 추렸다. 어차피 급할 때면 숙제를 빌미로 집에서 재워 보내던 사이라, 새삼스럽게 의식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우리가 보고 달려온 목표처럼 보았지.

결국 이루어지긴 했다.

다만, 옛날에 상상했던 형태의 거주 환경은 아니었다. 악당이 되어 아지트에 눌러앉는 미래 같은 건 상상해 보지 않았으니까.

매캐한 냄새가 났다. 기분 전환으로 오자고 한 공원이었는데, 더는 맑은 공기도 파릇한 잎사귀도 보이지 않았다. 세계의 해상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실시간으로 부스러지고 사멸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정보값을 일러주었다. 이곳에 있으면 안 돼, 하지만 빠져나갈 길도 요원해 보이는걸. 하지만 저기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 혼자서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

크게 홉뜬 눈과 마주친다. 이 일대를 잠재운 의문의 힘 때문이 아니라, 말할 수 없기에 늘어지는 몸을 본다. 정전기라도 일어난 듯이 따끔한 느낌에 흠칫 놀라 팔을 잡았던 손을 놓아버리자 혈관 속에 흐르는 무언가가 다시 일러주었다. 정전기 수준이 아니야. 거기에 노출된 생물은. 한 박자 늦게. 꼭 목이라도 졸린 듯이 새어나오던 비명의 출처를, 그 맥락을 알아차린다.

꼭 시간이 되감기는 것처럼 초점을 잃었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몸을 관통했던 전류를 흩어내고 수복되는 육신을 본다. 감당하지 못할 죄악을, 가장 겪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저질렀다는 충격에 젖을 틈도 주지 않았다. 기민하게 주변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뇌세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반복해서 소리질렀다. …어야 했어. 무언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 인간이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소리였다.

“네가 한 거야?”

언젠가 운이 많이 나쁜 날. 기분이 많이 수틀린 양육자에게 죽는 건 아닐까 중얼거리던 열여섯 살의 하라이 카렌은, 스무 살의 그 날에 더이상 죽음은 더이상 저를 괴롭힐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네가 죽인 거지? 어떻게 한 거야? 나 지금, 기분이 되게 이상한데 막, 방금 다시 태어난 것 같아… 알겠어, 이 힘만 있으면…… 나 이제 그런 집구석에서 떨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굉장해,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야, 정말!”

짚던 지팡이를 놓치고 널브러진 노인이나 정수리를 잔디밭에 박고 미동도 하지 않는 커플 따위를 주변에 두고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카렌은 그렇게 했다. 방금 저를 속에서부터 바짝 구운 전류의 진원지를 겁도 없이 붙잡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쳐댔다. 움직이는 두 사람을 알아차리고 다가온 FH 에이전트들이 와서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멈췄지만, 결국 그 애는 기쁘게 FH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소리가 들려온다. 이 공원이 불길에 휩싸이고 당혹감 어린 외침을 들었을 때부터 들려오던 소리였다.

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저 애를 비틀어버리진 않았을 거라고. 가지 못한 길을 그린다. 후회하고, 돌이키지도 못할 ‘만약’을 상상했다. 카렌이 먼저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쳤으므로 그들은 최초의 폭력―공원에 내린 재난 말이다―이외에는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힘을 얻은 거을 축하한다며 화목하게 둘러싼 이들의 시선이 닿는다.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 때에 거부당했다면, 힘을 긍정할 수 없다면 카렌이 무너질 것을 직감한다. 그러니까 따라가자.

다시 생각한다. 오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와 버렸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넜어. 너는 그걸 자유이고 해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네게 그런 세계를 알려주고 만 나는 여기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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