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식스 드림
유료

Two Blind Mice

레인보우 식스 NØKK 드림 단편

"■■■, 신경 쓰지 마. 그건 그냥 악몽일 뿐이야."

뇌크는 좁은 헬기 안에서 맞은편 상대의 얼굴을 응시했다. 굳게 다물린 입술, 좁혀든 미간, 긴장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은 그 어떤 위로도 마음에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에서도 빛이 나는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베일 너머로도, 아주 선명하게 빛이 났다.

"두려워?"

"그래."

곧바로 돌아온 작은 대답에 뇌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레인보우에서 가장 힘이 센 자도, 가장 영리한 자도 아니었으나 뇌크가 만나본 이들 중에 가장 용감한 자였으니까. 그런 그가 이렇게나 솔직하게 자신의 약한 면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그는 무교였다. 예지몽 같은 미신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자였으나, 혹시 이번 임무로 인해 그가 묻어두었던 유년 시절의 상처가 다시 그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되었다. 어렸던 그는 쇠약했던 보호자의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모습을 보자 그가 처음 그 모든 일들을 자신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을 때의 상황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떨림을 멈추지 못하던 어깨와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눈. 붙잡지 않으면, 지탱해 주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았던 몸. 그때 일었던 충동과 자신이 선택한 행동도. 뇌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두려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너야."

세상의 어떤 자들은 손짓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뇌크는 그런 그들을 손가락 하나를 당김으로써 죽였다.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었고, 뇌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뇌크의 두려움은 어렸을 때부터 형태를 바꿔가며 그의 뒤를 따라왔다. 때로는 아주 크고 단단했고, 때로는 아주 얇고 예리한 형태였다. 뇌크는 어머니에 대한 헌신과 조국에 대한 충성으로 그것을 뿌리쳐왔다. 아니,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두려움은 달랐다. 이것은 제 곁에서 때로는 기댈 수 있는 등을 주었고 때로는 부드러운 품을 내어주었다. 이것은 다가가면 익숙하고 편안한 체향이 났고 입술로 온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뇌크의 연인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동시에 가장 두려운 사람이었다. 세게 끌어안을수록 아팠고 그렇기에 더욱 놓을 수 없는….

"… 겁쟁이."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며 키득거렸다. 그가 그 단어를 꺼내기 전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뇌크는 궁금했지만 잡담을 나눌 시간은 끝이 났다. 헬기의 랜딩기어가 덜컹거리며 땅을 딛었다. 시간이 되었다. 두 연인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

임무 장소는 좁은 동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모습은 꼭 18세기에 지어진 종교적 도피처 같은 생김이었으나, 안으로 깊게 들어서자 그 생각은 바뀌었다. 입구와는 달리 공간이 점점 넓어지며 인위적으로 깎아낸 벽이 이어졌다. 천장으로 연결된 전선이 조명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광산 터널이라기엔 천장이 너무 높았고, 무엇보다 그 공간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벽이 아닌 철창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까는 모포, 분변을 담는 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은 벽에 말라붙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명등과 마찬가지로 천장의 전선을 통해 전기가 공급되는, 구별된 칸마다 내부를 감시할 수 있게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보아 여기에 무엇을 가두었는지,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용 중이라는 사실도. 뇌크는 작은, 그러나 조류를 담기에는 큰 크기의 천장에 매달린 새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공간이 어째서 다 비었는가? 본부로 돌아가 상황을 보고할지 탐사를 더 진행할지 잠시 고민했다. 사건은 그 짧은 순간에 발생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섰을 때 통신이 두절되는 것은 예상 범위 내였다. 귀에 꽂아둔 통신 장치를 확인한 뇌크가 복귀 의사를 내보이려는 그 짧은 찰나에 5미터 정도 앞의, 좌측 통로로 이어지는 꺾인 길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전자기기는 HEL로 속일 수 있지만 사람의 시야는 그렇지 않다. 둘은 쌓인 짐 더미 뒤로 숨었다. 하나는 왼쪽의, 하나는 오른쪽의 것으로.

뇌크는 상자와 상자 사이의 작은 틈으로 상대의 모습을 파악했다. 나타난 것은 비쩍 마른 남성으로, 머리카락은 아주 짧았지만 누가 잡아 뜯기라도 한 것처럼 엉망이었다. 턱에는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있었고 하의만 겨우 걸친 모습이었다. 눈 밑은 주름지고 어두워 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며 갈비뼈가 보일 만큼 말라 맨발로 돌바닥을 디딜 때마다 꼭 아이만큼이나 가벼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상체에 두르고 있는 것은-

뇌크가 상황을 파악하고 조준하기도 전에 오른쪽 짐 더미 뒤에 숨어있던 그가 갑자기 튀어 나갔다. 뇌크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탄환으로 거수자의 머리를 날려버리기? 아니면 연인의 이름을 외치며 그를 말리기? 뇌크가 행한 그 어떤 모든 것보다도 남자의 행동이 빨랐다. 거대한 외침이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위대하신 차토구아 님을 위하여!!"

밝은 빛으로 무대가 막을 내리기 전, 뇌크의 시야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남자를 감싸듯 덮치는 연인의 모습뿐이었다.

*

뇌크는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이런 소리를 내어보지 않은지 한참이 되어 제가 낸 목소리라고 인지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꼭 폭발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귀가 먹먹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었는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돌바닥에 구른 상처에서 난 핏물 대신에 식은땀이 등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뇌크는 시린 두 눈을 손바닥으로 잠시 가렸다. 개 같은 꿈을 꾼 것에 슬퍼해야할지, 아니면 연인이 고기 조각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모습을 보지 않고 깨어난 것에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좆 같은 건 틀림없지. 뇌크는 생각을 멈추고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

코드 레드. 다행히 호출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회의실에는 애쉬와 카베이라, 그리고 익숙한 고스트 아이즈 부대원들 몇이 있었다. 그 틈에는 그도 섞여 있었다. 뇌크가 착석하자 불 꺼진 회의실의 화면에 어떤 지역의 지도가 투사되어 나타났다. 애쉬가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불법 무기의 흐름을 추적해 최근에 연달아 이어진 테러의 배후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과격한 사이비 집단의 종교 테러인 모양이다."

애쉬가 지도 위의 한 동굴을 가리켰다. 모지가 언급된 단체에 대해 무어라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냈지만, 우리에겐 아직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전문 대원 둘을 침투시킬 생각이다. 뇌크, 그리고-"

이름이 불리자 무의식적으로 그가 앉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도 같은 행동이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스크린에서 나온 빛이 그의 얼굴 한쪽 면을 비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반짝였다. 꼭 어두운 동굴에서처럼.

그리고 머릿속에 문장이 울려 퍼진다.

NØKK,

신경 쓰지 마.

그건 그냥 악몽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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