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식스 드림
유료

때 아닌 만우절

레인보우 식스 드림

📱💬

오후 10:50 [ 헤어지자 ]

1. 예거

[ Was? ] 오후 10:53

[ 😨😨😨 ] 오후 10:54

[ Meine Süße! 이게 무슨 말이야? ] 오후 10:54

[ 📞부재중 전화 ] 오후 10:54

[ 지금 바빠? 빨리 답장 줘😭😭 ] 오후 10:55

예거가 찾아온 건 마지막 문자로부터 약 5분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도 갈아입지 않은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머리 위로 올린 고글 때문에 머리카락이 엉망이었다. 당신을 마주하고 급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한(그다지 달라지진 않았다.) 그가 울상을 지어 보였다.

“헤어지자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마리우스 슈트라이허.”

갑작스럽게 풀네임으로 불린 그가 숨을 헙, 들이켜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다 걸린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에게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다면 분명 축 처져 있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당신의 질문에 그가 눈동자를 좌우로 디룩거렸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안절부절못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 … 미안해, 정말 모르겠어.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주면 안 될까? 응? 혹시 내가 작업실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어서 그래? 그것 때문에 섭섭하게 만들었어? 앞으론 가지 말까? 아니면-”

속사포로 쏟아지는 말에 당신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마치 간식을 눈앞에 두고 ‘기다려’를 들은 강아지처럼 그가 초조해하는 게 눈에 훤했다. 결국 참지 못한 당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리. 오늘 만우절이잖아.”

눈을 동그랗게 뜬 그가 잠시 오늘 날짜를 가늠하는가 싶더니 곧장 당신의 품에 안겨 왔다.

“세상에, mein Schatz! 정말 깜짝 놀랐잖아. 심장에 폭격이라도 맞은 기분이었어. 너무 아파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그과 어리광을 부리며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의무실에라도 데려다줘? 당신이 장난스레 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생각엔 당신이 직접 치료해 줘야 할 것 같아….”

그가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슬금슬금, 당신에게로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것을 손바닥으로 단호하게 막아낸 당신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일단 그 옷부터 갈아입으면 생각해 볼게.”

“…! 응! 알겠어, 금방 다녀올게!”

몇 번이고 잠시만 기다려달라 당부한 그가 잽싸게 방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본 당신의 머릿속엔 자연스레 산책 소리를 듣고 흥분한 강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2. 뮤트

읽음 표시가 사라졌지만 답장은 없었다.

잠시 답장을 기다리던 당신이 의문을 품고 방을 나서려던 순간, 손잡이에 손을 대기 직전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을 연 건 뮤트였다. 노크라는 예의도 잊은 채 남의 개인실에 찾아온 그는 문턱에 신발코를 붙인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방금까지 훈련을 하고 있었던 건지 슈트와 마스크도 벗지 않은 채였다.

당황한 당신을 두고 그가 마스크를 벗어젖혔다. 엉망이 된 머리카락이 땀에 젖은 이마에 마구잡이로 붙은, 제법 섹시한 모습이었다.

감상에 빠진 당신을 향해 뮤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당신을 끌어안았다. 어… 마크? 당신이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로부터 상체를 떨어트리려고 하자 그가 팔에 힘을 줘 그것을 막았다.

“싫어요.”

그래, 그럼 계속 안고 있어…. 당신은 체념한 채 그의 품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뮤트가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닌듯했다.

“헤어지기 싫어요.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가-”

뮤트가 당신의 귀에 속삭였다. 두서없이 뱉어내는 단어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고, 발음이 뭉개지기 시작하자 당신은 그를 토닥이며 말했다.

“마크, 나 봐, 응? 얼굴 좀 보자.”

그제야 뮤트가 당신을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그와 마주하자 당신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두 눈은 물기를 머금어 촉촉했다.

당신은 어린 연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 그냥 만우절 장난이었어.”

“네.”

“괜찮은 거지?”

“네.”

“이제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와.”

“... 네.”

맨 뒤의 대답은 다른 것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당신은 모른 체하며 그의 등을 방 밖으로 떠밀었다.

완전히 방을 나서기 전, 그가 뒤돌아 당신을 보았다.

“좋아해요.”

“나도.”

“그러니까 이런 장난 두 번은 치지 말아주세요. 약속해요.”

“알겠다니까.”

대답과 함께 마지막 입맞춤을 받고 나서야,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3. 자칼

[ 🤔 ] 오후 10:52

이건 무슨 의미지.

자칼에게선 이모티콘 하나만 덜렁 날아오고 말이 없었다.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작게 투덜거린 당신은 연구개발실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개인실로 향했다. 조용한 복도에는 당신의 발걸음 소리밖에 울리지 않았다.

그때 띠롱, 하는 알람음이 울렸다. 당신은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 I got your six. 😏 ]

문자를 읽자마자 뒤에서 누군가 덮쳐왔다. 당신은 깜짝 놀라 상대를 공격할 뻔했다. 상대가 누군지 몰랐다면 말이다.

그는 뒤에서 당신을 끌어안은 채, 목덜미에 입술을 붙여왔다.

“리야드!”

“Mi vida.”

자칼은 낮게 웃으며 계속해서 쪽쪽 소리를 냈다. 당신은 팔꿈치로 그의 상체를 쿡 찔렀다.

“뭐 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cariño. 갑자기 왜 심술이실까, 응?”

그제야 당신은 치고 있던 장난을 떠올렸다. 급하게 표정을 굳히고,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문자 내용 그대로야.”

“아니지. 나라면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할 거야. ‘못된 장난을 쳐서 미안해요, 리야드.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뿐이야.’”

자칼이 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하며 키득거렸다. 이게 장난이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당신은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채 반박했다. 알 하사르, 난 진지해.

“Ah, 끝까지 시치미 떼시겠다?”

그렇게 말한 자칼이 당신을 놓아주었다. 아니, 놓아주는 듯싶었다. 그가 큰 덩치로 당신을 압박해 벽 쪽으로 몰아세웠다. 전문 대원들 중에서 가장 큰 사람 중 하나인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절로 위압감이 들었다.

등 뒤로 차가운 벽이 느껴졌다. 그가 팔을 뻗어 당신을 가두고,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마주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웠다. 눈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의 목울대가 절로 크게 움직였다. 그 반응을 구경하던 그가 짓궂게 웃으며 당신의 코를 꼬집었다.

“Querida, 나한테는 당신 거짓말 같은 거 안 통해. 내 눈엔 전부 다 보이거든.”

당신은 인정하기로 했다. 어떻게 안 건지는 몰라도, 애초부터 그를 속이기란 불가능했다. 당신이 항복의 의미로 양손을 들어 올려 보이자 그가 만족스러운 사냥을 한 포식자처럼 목을 울려 웃었다.

“그래서, 이제 이 작은 토끼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고민하면 되나?”

“뭐?”

당신이 당황하여 되묻자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은근한 눈길이 당신을 훑었다.

“내가 진작 사과하라고 했잖아. 기회를 놓친 불쌍한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지금부터 알려줄게.”

4. 닥

[ 전에 드시고 싶다고 하셨던 간식 사다 뒀어요. ;) ] 오후 10:51

이럴 수가. 닥이 허락하는 야식이라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 건가 보다. 당신은 헐레벌떡 휴게실로 뛰어갔다. 거기엔 닥과, 잘 포장된 간식이 놓여있었다.

그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컵에서 흘러나온 캐모마일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당신은 그를 지나쳐 당장 테이블로 향했다. 간식!

흰 종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타르트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잘 구워진 타르트지 위로 뽀얀 크림이 돔 형태로 올라가 있었고, 겉에는 반으로 자른 딸기들이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검붉은 베리들이 다양한 색감을 더하고 있었고, 정점은 피스타치오와 허브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타르트가 너무 유명한 나머지, 하루에 한정된 양만 팔기로 알려진 가게였다. 빼곡한 일정 탓에 구하는 건 고사하고 구경도 어려워 SNS로 후기 사진들만 보며 침을 삼키던 나날이었다. 그런데 이걸 구해오다니!

당신은 ‘귀스타브사랑해요!’, 잽싸게 외치곤 자리에 앉아 포크(그가 미리 세팅해 두었다.)로 타르트를 갈랐다. 커스터드, 크림, 딸기, 제누와즈, 다시 크림과 딸기… 층층이 쌓인 아름다운 단면이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당신은 포크를 조심스레 찔러넣고, 고대하던 한입을 맛보았다. 냠.

당신은 눈을 감고 입안에서 펼쳐지는 황홀함을 음미했다. 첫입 이후의 손놀림은 점점 빨라져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것은 부스러기뿐이었다. 당신이 꿈결 같았던 잠시간을 회상하는 사이 닥이 머그잔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담아 건넸다.

“맛있어요?”

“네, 엄청나게요! 평생 못 먹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귀스타브.”

닥이 뿌듯하게 웃으며 냅킨으로 당신의 입가에 묻은 우유를 닦아주었다.

어쩐지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당신이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고마우면 다음부턴 그런 장난 문자는 보내지 말아요.”

아, 짧은 탄식과 함께 당신은 그제야 당신이 쳤던 장난을 떠올렸다. 헤어지자고 해놓고 간식을 준비했다는 말에 이렇게나 뛰어오다니. 흩어져있는 타르트지의 부스러기들이 창피했다. 누가 보면 한 삼일은 굶은 줄 알겠네.

“죄송해요, 만우절이니까 장난 한번 쳐봤어요.”

“그럴 것 같았어요. 이번만 용서해 드리죠.”

네…. 당신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하며 남은 쓰레기를 치웠다. 그러다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런데 귀스타브, 이게 장난인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닥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래로 칼리, 오사, 와마이, 에이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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