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식스 드림
유료

Office daddy

레인보우 식스 ZERO 드림 단편

그저 유사 부녀 관계가 보고 싶었을 뿐


드림주와 제로는 제법 가까운 사이였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를 무례하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드림주는 그가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쌓아온 경험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판단력.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다. 드림주는 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 돌아오는 것은 매번 쓴소리뿐이었지만, 그 또한 배움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드림주의 모습을 제로도 제법 높게 평가한 것 같았다. 둘의 사이는 시시콜콜한 잡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농담에 웃을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으니까.

이 관계를 한마디로 뭐라 말하면 좋을까. 사제관계? 하지만 제로가 선생님은 아니지. 멘토와 멘티? 드림주가 쫓아다니며 훈수-제로가 들었다면 분명 한마디 했을 것이다.-를 구했을 뿐이다. 솔직히, 사이가 가깝다는 것도 드림주의 일방적인 생각일지도 몰랐다. 제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볼까, 잠시 고민한 드림주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짓이다. 자신 또한 관심을 갈구하는 학생은 아니기에.

그리고 며칠 뒤, 드림주가 문득 떠올리고 금세 잊어버린 이 고민에 제로가 마침표를 찍었다.

그날은 드림주가 가벼운 마음으로 부대 근처의 펍에 들렀을 때였다. 그는 전문대원들 중에서도 덩치가 작은 편에 속했기에, 평상복을 입고 있으면 쉽게 직업을 유추할 수 있는 편은 아니었다. 성별에 대한 편견이 거기에 더해졌고. 아무튼 그것이 그를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당한 볼륨의 팝송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 찬 펍에서 드림주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소음에 자신의 존재감이 지워진 느낌을 드림주는 오히려 즐겼다. 이대로 영원히 배경만으로 남아있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던 한때는 중간에 끼어든 사람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바로 옆자리에 누군가 자리를 잡았다. 드림주에게 바짝 붙어 앉는 것이 누가 봐도 노골적인 의도를 담고 있었다. 드림주가 그를 흘깃 바라보자, 웬 마르고 멀건 남자-매일 보는 게 레인보우의 전문 대원들이니 이러한 평가가 내려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가 은근한, 아니, 대놓고 느끼한 눈빛을 쏘며 말을 걸어왔다.

“Hey, 혼자 왔어?”

꼴에 한껏 낮춘 목소리가 같잖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니 좋게 봐줄 수도 있었지만, 간만의 휴식을 방해받은 드림주로서는 썩 좋게 봐주기 힘들었다.

“전에도 여기서 혼자 마시는 거 봤거든. 이렇게 예쁜데 애인은 없어?”

제법 아끼는 펍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부턴 다른 곳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괜찮은 장소를 다시 물색해야 한다는 생각에 드림주가 말이 없자, 남자가 무례하게 그를 툭, 하고 건드렸다. 그것으로 드림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애인이 있건 없건 너랑 말 섞을 생각 없으니까 꺼져.”

드림주의 말에 상대의 얼굴이 붉어졌다. 표정 관리를 못하던 그가 제게로 손을 뻗었다. 아무래도 붙잡고 강제로 끌고 나가려는 생각인가 본데. 어떻게 대처할지 머릿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린 드림주가 상대의 선빵을 기다렸다.

그때 누군가 둘 사이에 끼어들며 그 손을 먼저 낚아챘다.

“그만하지. 사내자식이 추하게 뭐 하는 짓인지.”

익숙한 목소리에 드림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대를 확인한 남자는 헛웃음을 치더니 제 분수도 모르고 건방지게 대꾸했다.

“노인네가 뭐라는 거야. 당신이 뭐라도 돼?”

“내가 얘 아빠 되는 사람이거든.”

그렇게 말한 제로가 슬쩍 눈길을 주자 드림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아, …빠.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딸아이 가는 곳에 내가 못 올 이유라도 있나?”

제로가 태연히 답하는 사이 남자는 붙잡힌 팔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온몸을 비틀어가며 애썼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태를 슬쩍 확인한 제로가 힘을 풀자 남자는 휘청거리며 두어 걸음 정도 뒤로 튕겨 나갔다. 그제야 힘의 차이란 걸 이해했는지, 남자는 무어라 궁시렁거리며 서둘러 펍을 떠났다. 참으로 한심한 퇴장이었다. 그 뒷모습에 드림주는 기가 찼다.

“나가자. 데려다주마.”

드림주가 손을 쓰기도 전에 계산을 마친 제로가 문을 향해 턱짓했다.

얌전히 밖으로 따라 나온 드림주는 말 없이 제로를 따라 걸었다. 적막을 먼저 깬 것은 제로였다.

“녀석 술집 취향하고는.”

“제법 아끼던 곳이었는데요.”

“근처에 다른 좋은 곳 훨씬 많다.”

그 말 안에서 걱정을 읽어낸 드림주가 슬며시 웃었다. 뭐가 좋다고 웃어. 제로가 퉁명스레 말하자 드림주가 입을 열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로. 하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알아. 하지만 일이 더 귀찮아지느니 내가 나서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음엔 제가 한잔 살게요.”

“아까 거기보단 나은 곳이어야 할 거다.”

드림주가 알겠다고 답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제로도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표정을 굳힌 그가 말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웬만하면 저런 놈들이랑 엮이지 마라.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녀석들이야.”

“제가 그렇게 걱정되세요?”

“알아서 잘하겠다는 말로 알아들으마.”

제로가 투덜거리자 드림주는 더 신이 나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아빠. 빨리 돌아가요.”

“다른 놈들한테서 얘기 나오면 너부터 찾아갈 거다.”

“네에.”

“대답은 짧게.”

“옛썰.”

한숨을 쉰 제로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드림주도 그를 놓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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