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2차 창작 백업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完

2019. 1. 3. 작성 | 공백 미포함 6,639자 | 아이돌au

전편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上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中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下


"네, 이걸로 프루티의 오소마츠씨와 시트러스의 쵸로마츠씨의 총정리 영상을 살펴봤는데 두 분 기분 어떠신가요?"

MC의 상큼한 멘트와 함께 카메라가 우리 쪽으로 향한다. MC들과 우리와 같은 출연진들 역시 몸을 틀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스튜디오에서의 마지막 촬영. 내 몸집만 한 쿠션을 끌어안고 나는 어정쩡하게 미소지었다. 기분이 어떠냐니. 이 프로그램만큼은 보는 게 괴로워서 일부러 모니터링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다 같이 보니 죽을 맛이다. 표정 관리를 잘 못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적나라하게 찍혔다. 하물며 편집을 거치니까 내가 오소마츠형을 의식하는 게 한눈에 보여서... 잠시 대답을 주저하는 사이 오소마츠형은 호탕하게 웃으며 토크를 시작했다. 그래, 본인은 꺼릴 게 없으시다 이거지? 대화 흐름에 맞춰서 팔꿈치로 오소마츠형의 옆구리를 가격하자 스튜디오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두 분 정말 사이좋으신 것 같아요. 진짜 가족 같기도 하고!"

"하하, 그런 이야기 많았었죠."

"그래서 마지막 편이 특히 슬펐던 것 같아요. 저 정말 쵸로마츠씨 우는 거 보고 같이 훌쩍훌쩍 울었다니까요?"

"그, 그건...!"

"아~ 이 녀석 눈물 많으니까요. 눈물 참겠다는 그 표정은 또 어찌나 웃기던지!"

"오소마츠형!"

무심결에 목소리를 높이자 오소마츠형은 얼굴 빨개졌다며 내 볼을 쿡 찍었다. 완전히 놀리는 태도에 열이 받아 오히려 더 얼굴이 화끈거린다. 거기다 추가로 틀어지는 영상까지. 최악이다. 방송이라서 아예 안 볼 수도 없고 쿠션을 끌어안고 잡아 뜯었다. 파도 소리가 영상의 시작을 알리고 잔잔한 BGM이 깔리기 시작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붉은색이었다. 태양이 바다에 반쯤 잠겨있고, 푸르렀던 터인 바다와 하늘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에 나와 오소마츠형이 서로 거리를 둔 채 걷고 있다. 오소마츠형이 몇 발자국 앞에서 걷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내 표정이 저렇게 어두웠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잠시 후, 오소마츠형이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내 어깨너머 오소마츠형이 보이는 오버숄더 샷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아. 나도 모르게 짧게 소리를 냈다. 저렇게 찍혔구나. 내 어깨너머로 찍어서 그런지 오소마츠형의 시선은 카메라가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만 향한 것으로 찍혀있었다. 실제 방영된 방송에서까지 형은 나만을 보고 있다. 저렇게 선명하게 영상이 남아있지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은 오로지 내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다. 같은 순간이지만 같은 순간이 아니다. 붉은 바다와 하늘을 등지고, 그보다 더 붉은 눈동자로 나를 담고 있던 그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오직 나만이... 심장이 쿵쿵 울릴 즈음 오소마츠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평소처럼 가볍지만 어딘가 진중한 목소리였다. 화면이 전환되어 내 얼굴이 나오고, 화면 속 나는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그러게"라며 짧게 중얼거렸다. 붉은 내 얼굴은 필시 노을 때문은 아니었다. 내 모습과 마주 보니 그때 당시 생각들이 떠올라 입을 꾹 다물었다. 저땐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그토록 바랐던 마지막이건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제 곧 환상이 끝난다. 나를 감싸고 있던 허물이 벗겨지는 것이다. 12시를 앞둔 신데렐라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내 속도 모르고 앞에 있는 사람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마지막다운 미소를.

「쵸로쨩, 기억나? 우리 이 방송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네 파트너인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 파트너 누구냐고 물어봤던 거.」

「윽... 그건 갑자기 왜...」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그때는 선배, 선배 하면서 딱딱하게 대하는 게 내심 섭섭했는데 이제는 잔소리도 하고 말이지~」

오소마츠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오소마츠'란 자막을 보고 그만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결같다라...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처음 시작부터 오소마츠형은 가볍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다. 친해지긴 쉽지만 금방 어딘가로 가버릴 것만 같은 사람. 나에게 오소마츠형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더 마음을 주기 싫었다. 나와 오소마츠형의 마음이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오소마츠형은 피식 웃고는 꼬집었던 뺨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주었다. 애초에 아프게 잡지도 않았건만 손끝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쵸로마츠.」

차분한 말투와 달리 날 향한 눈동자와 닿아있는 손가락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결같은 게 아니다. 잔잔한 바다에도 파도가 치고 있듯이 오소마츠형에서도 무언가 물결이 일고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순간 잔물결과 붉은 노을빛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한 박자 늦게 방송이란 걸 떠올리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말들은 파도 소리와 함께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나의 감정들과 눈앞에 비친 광경이 눈물에 섞여 번지어 갔다. 참아보려 했지만 기어코 오른쪽 뺨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고 오소마츠형의 손가락에 안착했다. 정말 울기 싫었는데. 마지막이라고 눈물 흘리며 감동으로 이끌어가는 소재가 되기도 싫었고, 마지막이니까 어른답게, 쿨하게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내 바람과 달리 흔한 방송 장면대로 나는 울었고 오소마츠형은 그런 날 조심스레 안았지만. 이제 해가 제법 저물어 화면은 어두워졌지만 그때 내 시야는 아직도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오소마츠형의 옷 색깔로.

「울지마, 쵸로마츠. 이게 우리 진짜 마지막은 아니잖아. 앞으로도 계속 만날 거고. 그러니까 울지 말아줘.」

처음 만났을 때도 울더니 쵸로쨩은 정말 울보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한쪽에서는 MC 한 분이 정말 훌쩍이면서 울고 있었다. 진짜인가? 화면을 계속 보기 민망해서 흘끔 훔쳐보다 오소마츠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형은 또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오늘은 안 울어?"

"시끄러워..."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니 오소마츠형이 아픈 척 엄살을 부렸다. 화면 속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게 새삼 믿기지 않는다. 그때 오소마츠형은 내가 진정될 때까지 끈기 있게 등을 토닥여주며 말을 걸어주었다. 방송에선 편집이 되었는지 내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코를 훌쩍이고 있는 모습이 참 꼴불견이었다. 표정 관리가 차마 안 되고 있던 와중, 화면 속의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짧은 한마디를 겨우 뱉었다.

「오소마츠형... 안녕...」

아, 이젠 진짜 무리.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라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게 뭐야, 쵸로마츠. 편집했어도 눈가가 새빨간 게 아무리 봐도 오열한 사람이었다. 벌써 펑펑 울었냐며 놀리는 이치마츠와 나보다 더 울면서 날 위로해줄 카라마츠의 모습이 선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다. 줌 아웃과 함께 영상이 끝이 나고 MC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급하게 옆에 있는 생수를 들이켜니 오소마츠형이 몰래 등을 두드러주었다. 그 손길에 오히려 사레에 걸릴 것만 같았다. 이런 나를 두고 스튜디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찬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 분위기에 끼어들었다.


"건배~!"

여러 명의 환호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잔이 맞부딪힌다. 웃음소리를 멍하게 들으며 벽에 몸을 기댔다. 얼마나 마신 거지. 이 와중에 잔이 비어있다며 앞에 있는 잔이 또 채워진다. 잔 끝까지 올라오는 맥주 거품을 보니 속이 더 울렁이는 기분이다. 예전에 토도마츠가 술은 눈치껏 마신 척하면서 마셔야 한다고 몇 가지 가르쳐줬는데 다 소용없다. 왜 다 들키지? 몰래 버리려다 들킨 횟수와 덕분에 더 마셔야 했던 술의 양을 헤아리다가 그냥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팔로 머리를 감싸버리니 술집에서 혼자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뒤늦게야 진작 이럴 걸 싶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슬슬 이 자리를 정리하고 2차로 이동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듯했다. 당연히 내게도 같이 가자는 요청이 있었지만 쥬시마츠가 기다린다는 얘기로 적당히 넘어갔다. 널 이용해서 미안해, 쥬시마츠. 닿지 않을 사과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밖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싸라기눈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다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추운 줄도 모르고 올해 첫눈이라며 웃음소리를 높였다. 해가 바뀌었으니 첫눈은 첫눈이네. 작게 웃으며 옷을 더욱 여미었다. 깜박하고 장갑을 놓고 온 게 한이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비벼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술기운에 얼굴에 열이 쏠려서 그런지 뺨에 닿는 공기가 차기만 하다. 여기서 집까지 어떻게 가더라. 핸드폰을 켜고 언 손가락으로 집 주소를 입력하던 찰나 옆에서 경적이 울렸다. 붉게 점멸된 자동차 등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드니 아니나 다를까 차창 너머에는 핸들 위에 팔을 올린 오소마츠형이 있었다. 나 때문에 창문을 내린 탓에 싸라기눈이 차 안으로 들어가 검은 머리에 솔솔 뿌려지고 있었다.

"타시죠, 후배님?"

언젠가 들어봤던 능청스러운 대사. 아이돌에게 아이돌스러운 윙크를 날리는 오소마츠형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주운전 하면 잡혀가."

"나 술 안 먹었는데?"

"그 오소마츠형이?"

"반응이 너무하지 않음? 차 가지고 와서 안 먹는다고 그랬지."

"대리 부르면 되잖아."

"쵸로마츠 대리 해주려고~"

"혼자 갈 수 있거든요?"

꿋꿋하게 타라며 조수석을 가리키는 오소마츠형을 잠시 바라봤다가 시선을 피하며 등을 돌려버렸다. 역까지 도보로 7분인가. 걸을만하네.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걸었다. 그렇다고 큰 차가 아예 안 보이는 건 또 아니지만. 대체 무슨 생각인지 오소마츠형은 페달을 살짝살짝 밟아가며 따라왔다. 쵸로쨩, 쵸로쨩 시끄럽게 굴길래 아예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아직 주차장이라서 그렇지 도로 쪽 나가면 관두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운전석 문이 벌컥 열렸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제자리에 멈춰서니 어쩐지 화가 난 듯한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기세를 몰아 차 뒷문도 힘차게 연 오소마츠형은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어, 잠깐만. 이거 설마. 술이 확 깨며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머, 뭐야! 납치?!"

"조용히 해! 얌전히 따라와!"

"오소마츠형 지금 진짜 납치범의 대사 하고 있는 거 알아?!"

"그치만 나 꼭 너한테 해야 할 말이 있단 말이야! 가기 싫으면 여기서 큰 소리로 얘기할까?!"

"아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러버려서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았다. 덩달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오소마츠형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당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으니 오소마츠형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내 머리를 톡톡 털어냈다. 하얀 눈송이가 오소마츠형의 손과 팔에 묻었다.

"어서 타. 춥겠다."

차 안 따뜻해. 그 한 마디를 덧붙이며 씩 웃는 게 꼴 보기 싫다. 이것도 플러팅이라고 하는 걸까. 내 손을 조물거리며 온기를 나눠주려는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시선도 있고, 아까 한 말도 있어서 이번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차창 너머로 눈발이 휘날린다. 싸라기눈은 어느새 몸집이 부풀어 함박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쌓이려나. 눈사람 만들러 나가자며 아침부터 강아지처럼 뛰어들 쥬시마츠 생각에 벌써부터 아찔했다. 그건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며 눈을 감았다. 주변의 자동차 소리나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과속방지턱 때문에 자는 건 무리였지만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있었다. 별안간 신호에 걸렸는지 차가 멈추었다.

"쵸로마츠, 자?"

조심스럽게 살포시 말이 날아온다. 마치 눈처럼.

"안 자는 거 다 알아. 너 연기 진짜 못 하거든."

너한테 드라마나 영화 제안 오면 기획사가 나서서 말릴걸. 명백히 놀리는 말투에 순간적으로 화가 났지만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오늘만, 오늘만 잘 넘기면 된다. 침착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손가락이 내 볼을 꾹 찔렀다.

"진짜 나 안 볼 거야?"

넘어가지 말자. 내가 꿋꿋하게 버티는 사이 초록 불로 돌아왔는지 차가 다시 부드럽게 출발했다. 침묵이 차 안에 무겁게 쌓여갔다. 얼마나 달린 걸까. 제법 달린 것 같지만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설마 우리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고 있다든가... 귀를 쫑긋 세워보지만, 소리만으로 위치를 알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전방 50m 앞에서 좌회전이라는 무미건조한 내비게이션의 말뿐이다. 그마저도 끊기고 좌회전으로 꺾자 좀 좁은 길에 들어섰는지 주변 차 소리 대신 우리 차가 굴러가는 소리만 들린다. 이제 곧 도착하는 걸까 싶을 때 차가 멈추었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눈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겨우 바깥을 살펴보니 우리 집 근처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상한 데로 간 건 아니구나. 그렇지만 이상하다. 보통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데... 눈을 한 번 깜박이자 차창에 비친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타미에서 봤던 그때 그 눈빛이다.

"쵸로마츠, 나 너를..."

"말하지 말아요."

오랜만에 내뱉은 존댓말은 내 생각보다 훨씬 어색했다. 살짝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다 방송이잖아요."

"엥? 나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설마 안 전해졌어?"

"방송 때문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헷갈리는 걸 거예요. 시간만 좀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테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항상 가볍게 붕붕 떠 있던 목소리 톤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아, 이건 아무리 눈치 없어도 안다. 이 사람 지금 화났다. 창을 통해서라도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창틀, 그 좁은 틈새로 눈송이가 파고드는 것이 보였다.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문을 열고 집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쥬시마츠를 끌어안고 그 온기로 몸을 녹이면 지금 이 감정도, 마음도 모두 녹아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하게는 내 손에 올려진 오소마츠형의 손을.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손은 뜨거웠다. 항상 이랬다. 내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도, 도망가고 싶어도 오소마츠형은 날 붙잡는다. 마주하기 싫었던 것과 마주하게 만든다. 반대 손을 오소마츠 형 손 위에 겹치니 오소마츠형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부탁이야. 다가오지 말아줘. 이 말을 이제야 하는 나도 답답하다고 생각은 한다. 그야 이렇게 가까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냥 먼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차오른 욕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나뿐이 아니라는 걸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되잖아요. 나랑 오소마츠 선배가 사귄다는 게. 동성이고, 연예인인데 무슨 연애에요. 그리고..."

"쵸로마츠."

"그리고 나 같은 게... 오소마츠형이랑 사귀었다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하는 건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했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나 혼자 오소마츠형을 바라보고, 좋아하고, 속을 삭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게 쌍방이 된다면? 아타미에서 나를 바라보던 오소마츠형을 보고 느낀 건 두려움이었다. 제아무리 부부 같다, 베스트 커플이다 이야기를 해줘도 실제 사귄다는 게 밝혀진다면 반응은 전혀 다를 것이다. 엄청난 혐오를 받겠지. 데뷔 초기 때 뭣 모르고 댓글 창을 봤다가 무수한 상처만 받은 때가 떠올랐다. 아마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테지. 숨긴다 해도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시선이 따라붙는 직업이 연예인인데. 이해해주시고, 옹호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와 오소마츠형의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길 거라는 건 틀림없다. 나는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오소마츠형은... 오소마츠형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소마츠형은 언제나 빛났으면 좋겠다. 처음 봤던 그 날처럼,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눈부시게. 그걸 망칠 정도라면 이런 마음쯤은... 그저 옛날로 돌아갈 뿐이다. 양손에 야광봉을 들고 있던 그때 그 심정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눈을 질끈 감고 오소마츠형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망설임이 남아있어서일까 손은 떼어지지 않고 도리어 잡아당겨 졌다. 정면으로 마주한 오소마츠형은 화도 나고 초조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금방이라도 울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나 같은 게라니 뭔데! 너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아? 물론 카리스마 레전드이긴 하지만!"

"어?"

"애초에 난 거창한 목표 없이 그냥 인기 많이 끌고 싶어서 아이돌 된 거뿐이거든? 여자애들이 꺄~ 오소마츠 멋있어~ 하는 거 듣고 싶었을 뿐이거든!"

"뭐야, 그 불순한 목적은!"

"나 좋아해서 아이돌 된 너보다는 낫지 않아?"

"뭐라고! 난 그때만 해도 순수한 동경이었거든?!"

"그렇게 말하면 너 데뷔하기 전부터 좋아한 내가 뭐가 돼!"

뭐? 두 귀를 의심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소마츠형은 날 지그시 노려보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아예 나를 끌어안았다. 아타미에서 안겼을 때와 똑같은 향이 나를 덮쳤다. 다만 그때와 느낌은 달랐다. 내가 도망칠까 두려워 더욱 세게 끌어안는 느낌. 오소마츠형은 내 귀 쪽에 자신의 입을 갖다 댔다. 귀에 숨결이 닿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싫어서 가려는 거면 보내줄 수 있어.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 너 절대 못 보내."

"나는..."

"갈 거면 나 싫어한다고 말해봐."

말할 수 있어? 오소마츠형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코앞에서 씩 웃어 보였다. 이 인간 내가 자기 얼굴에 약한 거 알고 일부러...! 홧홧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려고 해도 팔까지 안겨있으니 무리다. 시선을 이리저리 피해 봐도 끈질기게 따라오기에 차라리 오소마츠형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이러는 거 진짜 싫어..."

"진짜 싫다고 말했어?! 아니, 아니 내가 싫은 건 아니니까 세이프지?"

"몰라. 알아서 생각해."

"싫어~! 쵸로마츠가 나 좋아한다고 말할 때까지 안 보낼 거야~!"

칭얼거리는 오소마츠형을 보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나중 일도 일이지만 지금 당장 들러붙은 이 인간을 떨어뜨리는 것도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하나뿐이라... 다시 올라오는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