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오] 단촐한 생일 축하 파티

아니 이녀석 생일이 진짜 4월 13일이었네

자캐놀이 by Ming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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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의 차원 이능력자인 에오스에 의해 차원과 차원 사이에 생겨난 엘리시온의 본부는, 그 또한 하나의 차원으로 존재하기에 계절에 따른 변화가 뚜렷한 편이었다. 그를 증명하듯 길 가장자리에 심어둔 나무에서 목련이나 벚꽃 따위가 잔뜩 피어 본부 9층에 위치한 히페리온의 방에서는 꽃의 바다 외에는 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졌다. 심심하면 사람 구경을 하곤 하는 그에게는 썩 좋은 일이 아니다.

“4월이군요.”

창 밖을 내다보던 히페리온이 무료한 목소리로 서두를 떼었다. 건물 사이로 맞부딪히며 불던 바람에 떠밀려 그의 눈높이까지 불쑥 올라온 벚꽃잎 몇 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반갑지 않은 침입자는 이내 불꽃이 되어 새하얀 잿가루로 사그라든다.

“4월을 좋아하십니까?”

애프터눈 티를 신경 써서 준비하면서도 한껏 히페리온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보람이 있었다. 그가 별 의미 없이 중얼대는 말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나. 아파테의 물음에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창가에서 떨어져 아파테에게로 몸을 돌린다. 어깨를 으쓱이곤 말을 잇기를,

“그저 그럽니다. 신경 써야하는 일이 생겨서 귀찮기도 하고요.”

“신경 써야 하는 일이라고 하시면…?”

이때 엘리시온에서 주기적으로 벌이던 테러라도 있었나? 아파테가 부지런히 기억을 뒤적거렸으나 딱히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제 막 다 우러진 얼그레이 티를 찻잔에 따르던 차에 집중해야할 법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심스럽게 찻주전자를 테이블에 내려두고 히페리온을 바라본다.

“생일 파티 해야 돼요.”

“예?”

“내 생일 파티 때문에 엘리시온이 좀 바빠지거든요.”

제 1 사도 히페리온 탄신일. 엘리시온에서는 4월 13일이 있는 그 주 내내 불꽃 축성 주기라며 축제가 열렸다. 하늘에는 히페리온의 이능력으로 만든 ‘태양’이 떠올라 해가 지지 않으며, 그 기간동안 히페리온의 축복이 신도들에게 깃든다고 믿고 있다. 엘리시온을 향한 자신의 신실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신도들이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올리고 그곳에 자신이 가져 온 악한 물건, 잡아 온 이단자와 배신자들을 태웠다.

그런가 하면 정말로 축제의 의미에 맞게 불꽃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먹거리가 판매되기도 했다. 당연히도 모두에게 풍족한 음식과 음료가 돌아가고 음악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히페리온의 생일을 축하하는 건배사를 읊었으며,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다른 신도들과의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히페리온이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해준 내용은 이러했다. 신기함이 깃든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듣던 아파테는 이어서 히페리온이 건네준 팸플릿까지도 꼼꼼하게 살폈다.

“그래봤자 신도들이 만들어준 내 생일 파티 초대장인데, 그렇게까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생일 파티 초대장… 인 거군요.”

히어로들에게는 가장 경계할 날 중 하나일 텐데 생일 파티 정도로 가볍게 이야기하니 무게감이 없어진다. 확실히, 아파테에게도 불꽃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라고 하니 경사롭게 즐기기만 하는 게 옳았다. 그렇다면 그를 따라 생각하는 게 좋으리라. 애초에 아파테는 히페리온만을 섬기는 역할로 이곳에 있는, 엘리시온 외의 인물이니 이런 건 알 바 아니겠지.

“파티 준비 때문에 바빠지시겠군요.”

“아니요, 준비는 어차피 관계자들이 알아서 합니다. 귀찮다고 자주 탈주했더니 저 대신 변장하고 돌아다녀주는 대타도 있어요.”

“오, 역시. 당신께서는 그런 곳에 붙잡혀 계실 분이 아니시지요.”

“그렇고 말고요. 그러니 그 날 어디 가서 잠수탈 지 열심히 고민해봅시다.”

놀러갈 장소도 장소지만, 생일 선물로 무얼 드려야 기뻐하실까? 아파테의 고민은 당연하게도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늑한 티타임을 보내다가도 이런저런 걸 해보고 싶다거나, 이런 걸 사볼까요, 하는 변덕에 불과할 말에도 괜시리 정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중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할 히페리온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고민은 티타임을 마치고 뒷정리를 다 하고서도 이어졌다. 마땅히 좋은 선택지가 없었다. 소파에 편안하게 드러누워 인터넷으로 구경가기 좋은 축제나 흥미로운 소식을 찾는 히페리온을 쫓다가 그의 맞은편에 앉아 똑같이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펼치고 검색창을 켰다. 한참 생각하다가 타닥타닥 적어넣기를, 요즘 MZ 유행. 이해하지 못할 것들만 가득해서 우선 후보로 올려두기는 했다. 독특하고 남들은 잘 안 할 법한 걸 골라야하니까. 여기 나오는 치즈케이크 탕후루나 바닷가재 슬리퍼, 짚신 같은….

가볍게 둘러보고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독특한 생일선물을 검색해본다. 허접하고 웃기지도 않는 것들만 가득했다. 센스있는 생일선물을 검색하니 예쁜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30대 남성 생일 선물. …오늘 시도할 수 있는 것 중 최악의 검색어라고 봐도 무방했기에 아파테는 엔터도 누르지 않고 지워버렸다.

결국 선물은 뒤로하고 잠수타기 좋은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머릿속 한편은 바쁘게 돌아갔다. 엘리시온의 히페리온에게 신실함을 증명하고자 신도들이 이단과 배신자를 잡아 태운다면, 엘리시온의 히페리온이 아닌 히페리온 그 자체를 섬기는 아파테는 어떻게 신실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오로지 히페리온만을 신실하게 섬긴다면…….


“흠, 그럼 생일 파티를 해주자.”

“이미 엘리시온에서 해주지 않습니까.”

히페리온이 장작불에 몸 좀 지지러 간 사이에 심심하다고 찾아온 5사도 아레스에게 좋은 의견이 있느냐고 묻자 돌아오는 건 생각이라곤 하나도 안 하고 튀어나오는 대답이었다. 아파테는 이 멍청이에게 이런 것을 물어본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공간 이동으로 가져다달라던 신형 게임기를 이능력으로 소환해 품에 안겨주자, 좋다고 헤죽 웃은 상대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엘리시온에서 해주는 존나 큰 축제 말고, 작은 생일 축하 파티 말이야.”

“… 작은?”

아레스가 샐쭉 웃더니 본인이 여기기에 환상적인 생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걔는 늘 새로운 체험하는 거 좋아하잖아? 엘리시온에서 자라면서 작게 친구들이랑 모여서 뭐, 선물 주고 받고,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고, 케이크 떠먹는 그런 파티를 해본 적 있겠어? 여기 있는 사도들 중 누구도 그런 거 모른단 말씀.”

히페리온이 지을 때는 그렇게 당당해보이고 장난기가 있어 매력적인 웃음이었거늘, 아레스가 저러고 있는 꼴을 보자하니 재수없기만 했다. 그러나 하는 이야기는 들어줄만 했다. 나름 타당한 이유이기도 하고.

아파테가 섬기는 불꽃은 다른 삶 이야기 듣기를 재미있어 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겪은 다채로운 경험에서 본인은 모르는 색다른 삶의 색채를 느끼며 흥미롭게 여긴다. 본인이 살아보지 못한 ‘평범한’ 삶에 질투나 열등감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닌, 오히려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건 가벼운 성정에서 오는 자유로움이리라.

문제라면, 아파테 또한 그런 평범한 삶을 떠올리고자 한다면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야… 아니, 애초에 부모에게 썩 사랑이라고 할 것을 받지 못했으니 단란한 생일 파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하지만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무나 납치해서 당신이 했던 최고의 생일 파티 이야기를 해보라고 협박한다면 멋지고 단촐한 생일 축하 파티를 위한 수많은 표본이 모이겠지.

“흐음, 머릿속에 게임만 든 바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레스 당신도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군요?”

“4월 13일에 할 거지? 그때 불러줘. 단촐한 선물을 들고 참여할 테니까.”

이정도 시비는 이제 들은 척도 안 하고 무시하는군. 아레스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방에서 나가자 아파테는 기다렸다는 듯 문을 봉쇄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지만 준비는 생각보다 수월했고 괜찮았다. 계획을 들은 다른 사도들이 나는 히페리온의 친구 혹은 가족이니 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동참했고, 히페리온 역시 축제 준비를 위해 엘리시온에 불려가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아파테에게도 자유 시간이 늘어났다. 히페리온과 아파테는 귀찮은 축제에서 도망치고자 칠레 여행을 떠나기로 했으니, 히페리온이 불쑥 칠레로 사라지기 전에 파티 장소로 데려오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으나…. 아파테가 히페리온의 짐을 모두 파티룸에 미리 옮겨 놓는 것으로 이를 가볍게 해결했다.

4월 13일이 되기까지 고작 2분.

엘리시온의 기도실 하나를 빌려 사도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색종이를 자르고, 풍선에 바람을 넣어 벽에 붙이고, 반짝이 가랜드를 여기저기 장식하는 우스운 짓이 곧 그 결실을 맺으리라.

히페리온을 위해 탕후루 치즈케이크까지 사왔고, 정보 수집을 통해 사람들이 친구에게 자주 사준 TOP 10 선물도 상자에 포장해 잔뜩 쌓아두었다. 생일 당사자에게 씌워야만 한다는 우스꽝스러운 꼬깔 모자도 준비됐다. 폭죽과 생일 축하 음악이 나올 스피커도 말이다. 잊지 않고 사도들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학습시켰다.

“곧 오시겠군요. 자, 마지막으로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Happy Birthday’라고 적힌 촛불 장식이 달린 노란색 선글라스를 낀 아파테가 진중한 목소리를 내었다.

“히페리온께서 들어오시면, 바로 케이크의 촛불에 불을 켜는 겁니다.”

“맡겨 달라고.”

숫자 3 모양의 촛불이 두 개 꽂힌 케이크를 든 2사도 루 라바다 옆에서, 별 희한한 꼬깔모자를 쓴 5사도 아레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동시에 폭죽을 터뜨려 주시고요.”

벽난로 양 옆에서 폭죽을 든 채, 3사도 리르와 6사도 에오스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도 아파테처럼 생일 축하 선글라스를 끼고 꼬깔모자를 두 개씩 겹쳐 쓴 별난 모양새였다.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해요, 히페리온! 하고 다같이 외치는 겁니다. 폭죽이 터지고 나서 바로요.”

마치 합창을 연습하듯,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오케이!’하고 대답했다. 합이 잘 맞는 걸 보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시곗바늘이 12를 가리키고 멀리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아파테가 일부러 켜놓은 벽난로 불빛이 일순 우아하게 몸을 흔들더니 크게 타올랐다.

…… 그럼, It‘s showtime!


후기

분량조절 실패

흠… 파티부분까지 쓰고 싶었는데 기력이 모자람

하지만 이만큼 힘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됨

이후는 머릿속으로 스스로 생각해서 완성시키시길

아무튼 파티는 성공적으로 잘 즐기고 이후에 아파테와 히페리온은 탕후루 치즈 케이크를 먹으며 칠레의 토레스 델 파네 국립공원 구경하러 갔습니다.

참고로 작전 실행 이후 히페리온의 반응: 너무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방긋 웃으며 머리카락에 폭죽종이 데롱데롱 매달고 케이크 촛불에 후~ 불 꺼줍니다 아파테 잘했다고 칭찬도 해줘요 머리에 희한하게 생긴 꼬깔콘도 잘 써줍니다

To. 에프님

허락도 없이 갑자기 아파테에게 엘리시온 5사도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줘버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파테도 이제 제 자캐이기 때문에 (님캐=내캐 ㅇㅋ?) 제 맘입니다… (농담입니다 싫으시면 편히 말씀주시길 어떻게든 고칩니다.) 즐감하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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