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아키테고교 살해로그

죽여달라고? 언제는 죽기 싫다면서. 먼저 죽게 된다면 그 전에 날 죽이고 가겠다던 사람이. 스스로 제 숨통을 쥐여주는 꼴을 보니 분명 웃겨야 하는데.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야, 지금,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있으니까. 아무리 회의 때 누굴 죽이자 말을 했어도 도통 진정이 되질 않았다. 다가오는 중압감이 다른 걸. 내 선택의 결과물로 사람이 쓰러지는 것과 직접 사람의 생을 끝내는 것은 간격이 너무나 넓었다. 역시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 그렇다고 내가 먼저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 이럴 바에는 같이 죽는 게 나았을까. 하지만 기분 나쁘다고. 그쪽에서도 질색했잖아. 정리되지 않은 사고가 부유한다. 호기롭게 죽여주겠다는 둥 내뱉었어도 가쿠노온 리즈무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 그것도 이제 막 상급학교에 진학한. 망설임 없이 단번에 사람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리 만무했다. 뮤즈니 뭐니, 했지만 같이 지옥에는 가지도 못하겠네. 아, 어차피 마지막엔 싫어했었나. 그래도 나쁘지 않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 나쁘긴 매한가지다. 작품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볼 일 없을 테고. 네 목을 붙잡고 있기만 몇 시간은 한 것 같았다. 실제로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진 않았을 테지만. 여기서 못 한다고 물러나면 비웃기나 하겠지. 나 말고도 죽여줄 사람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손에 쥐여진 살을 힘주어 누르기 시작했다. 아, 역시 기분 나빠. 왜 이런 순간에 웃어버리는 거야? 지금까지는 웃은 적도 없었으면서. 지옥이 실제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었을 얼굴로 입술을 짓씹기 시작했다.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그것이 점점 약해진다는 걸 느끼는 기분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했으니까 멈출 수 없어. 죽인 후에는? 몰라. 뒤따라갈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어도, 실제로 죽을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고. 애초에 오지 말라고도 했으니까. 어떻게 해야지 정답일지 모르겠어. 아니, 처음부터 신경이나 썼나? 콰득, 입술 짓씹은 그대로 입꼬리 끌어올려 비죽이 웃었다. 최대한의 힘을 써서 공기가 통하지 못하게 목을 조르며. 상대의 숨이 끊겼는지 확인할 여유는 없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마지막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 죽어도 지옥에서 최고의 예술가는 못 될 걸요. 신이 없다면 사후 세계도 공평하게 없는 것으로 해요. 뭐, 말리지 않는다고 해도 확실하게 갈 마음은 없고요. 어차피 안 오는 것을 바랄 거잖아, 그렇지? 평범한 예술가의 말로인 거예요··· 이것도."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