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엘

준비물 : 갈란투스 꽃잎, 애쉬와인더의 알, 겨우살이 열매.

어둠이 깔린 반장 욕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미적지근하지만 확실하게 맞닿은 온기. 잔느는 이런 관계가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어쩌다 제 손안에 굴려온 귀여운 아이, 욕조에 앉은 이후로 자신을 한 번도 쳐다보지 못하는 이의 머리칼을 짓궂게 만진다. 그저, 머리칼이 엉켰다는 사소한 이유를 들어가면서.

첫 만남이라는 단추가 확실히 잘못 꿰인 것은 분명했다. 그도 그럴게, 둘의 첫인상은 최악에 가까웠을 테니. -물론 잔느의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 기미 되었다.- 수더분하고 조용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던 아리엘의 눈동자를 확실히 마주한 순간. 잔느는 깨달았다. 아, 나는 이 아이에게 휘말리게 되겠구나. 천하의 잔느 칸타빌레 베르사유가 남에게 휘둘리다니! 소설이라도, 멀린이 경을 치며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라고 나무랄 것이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3학년 학생이 내게 아모텐시아가 든 초콜릿을 주었어.”

“… 아, 아모텐시아가 들었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어?”

“응, 날 꼬시고 싶다던데.”

잔느가 낮게 웃었다. 아리엘은 그 미소를 보며 진실인지, 혹은 자신을 놀리기 위한 그저 그런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 시선을 느낀 잔느는 욕조 가까이에 두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아씨오——

푸른 리본으로 정갈하게 묶인 초콜릿 상자를 풀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방황하는가 싶더니 심장 모양과 비슷한 초콜릿을 한 입에 물었다.

“엘, 시험해 볼까.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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