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피디아, 비밀의 방
2023-12-19
겜판소 재질, 반투명하게 오너있음, 날조 50%
"자리비움 상태시긴 한데.. 디코랑 트위터는 하고계셔."
"디코가 빠르지 않나? 디엠 보내봐."
뭐가 즐거운지 빙글빙글 웃는 세바스천의 얼굴엔 장난기가 서려있었다.
"그거 치, 친구 상태여야 보낼 수 있나..?"
"아직도 아니야? 이 기회에 바로 신청 넣어!"
"내가 감히?!"
그답지않게 사람 대하는걸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유별났다.
어딘가 시무룩하고 주눅이 들어있는 것도 같았다.
"오늘 안에 부를 수 있을까.."
루키모는 메세지창을 노려보며 우물거리고 있었다.
"난 여기서 아델라인인척 하고 있을게."
그런 세바스천을 흘깃 보며 한참을 말없이 서있던 루키모는
5분쯤 지났을까,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발을 크게 굴렀다.
"보냈어!"
그리고 또 5분...
"혹시친구가아닌상대의디엠을자동으로차단하는시스템을사용하고계신걸까?!"
숨도 쉬지 않은채 양손을 맞잡고 뱉어내는 말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풉, 푸하하하!"
이에 웃음을 참지못한 세바스천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하, 남은 심각한데.."
루키모의 원망하는 듯한 눈길을 맞받으며 세바스천은
너무 웃은 탓인가,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내었다.
"허어어억!! 다다다,답장!! 답장왔다!!!"
새된 비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는 영지 방문객 수.
( 2/50 )
"오셨다!!"
루키모는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듯이 긴장한 티가 역력한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어디지?"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였다.
"저, 저택으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세바스천은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어, 안녕하세요."
빛바권은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탐색하는 듯이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루키모는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한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저저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주억거린 빛바권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긴장한 탓인지 삐걱이며 앞장서 걷기 시작한 루키모는
뻗은 손과 발이 동시에 움직이며, 마치 고장난 사람같았다.
'어떻게든 거기까지만 당도하면 돼...'
뒤에서 큭큭대며 따라붙는 세바스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키모는 묵묵하게 계단을 올랐다. 발이 꼬여 넘어질뻔 했지만, 대수롭지는 않았다.
얼굴은 이미 불타는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채였으니까.
"이건...."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올해안에 보여드려서.. 정말 다행이다아..."
감격하며 우는 루키모와 말을 잃은 빛바권, 그리고 땅에 엎어져 찢어질 듯이 웃는 세바스천.
동시에 엇나간 듯한 그 셋의 모습은 기묘한 그림을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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