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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 고찰글

캐릭터의 탄생 계기와 지금까지의 수정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 캐릭터 설정과 의미에 대해 좀 서술하고 내가 보기 편하기 위해 쓰는 글 1탄. 쓸모 없는 서론을 또 쓰자면, 과거 티스토리에 썼다가 글을 임시저장만 하는 바람에 90일이 지나 날아가버렸다. 이 분노를 참을 순 없지만 그때에 비해 설정이 바뀐 점도 있기에 다시 작성하기로 하였다.


1. 캐릭터를 만든 이유

정말 간단하게도, [흑발흑안의 간단한 외형을 가진 잘생기고 흔한 남캐를 만들자!] 에서 시작되었다. 캐릭터 세계관은 이때 당시에도 있었으나, 아직 스토리도 빈약하고 설정 마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에 그저 외전으로 나오는 비중 없는 캐릭터였다. 이름도 현재랑 다른 ‘히로토’라는 명칭을 가진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기 쉬운 그 시절 유행인 능글거리면서 장난끼 부리고 여자에게 다정다감한 캐릭터. 이미 내 성향을 가득 담은 캐릭터는 기존에 만들어봤으니 흔한 캐릭터 하나 정도는 괜찮을거란 생각으로 탄생했다.

그 후, 자주 그리지도 않았으나 ‘히로토’라는 이름은 뭔가 짧은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히로야마 로쿠토’라고 즉석으로 작명하였다. 단순히 어감으로 지은 명칭이기에 딱히 뜻도 없었다. 다른 캐릭터를 챙기느라 이 시절의 히로야마는 흔히 말하는 ‘창고캐’가 되었다.

2. 세계관 확장에 따른 변화

본인은 세계관에 캐릭터가 꽤나 많다. 당연히 세계관이 수정이 되고 설정이 추가될때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세부사항도 고쳐지기 마련이다. 히로야마도 그 중 하나였다. 국적이 생기고, 고유 특색도 생겼지만, 난 그에게 하나의 핸디캡을 부여했다. 등장인물은 모두가 태어날때부터 마력과 능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히로야마에겐 이걸 주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그는 설정상 작품내에서 특출난 외모를 가져 마음만 먹으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되었다. 히로야마에겐 이 핸디캡이 극복 서사로 쓰일 예정이였고, 어떻게보면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쾌활한 노력파’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히로야마는 딱히 유쾌하지 않다. 노력파는 맞다. 하지만 항상 한계에 부딪히거나 내면은 약하여 쉽게 부러진다. 쾌활하기도 하다. 단지 불안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연이 존재한다.

3. 서사의 추가와 캐릭터의 키워드

히로야마의 캐릭터 키워드는 ‘무개성과 상실’이다. 주 컬러 또한 ‘검은색을 비롯한 무채색’이다. 가벼운 성격과는 다르게 무겁고 타인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기에 그가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형형색색의 광경이 아닌, 자신이 넘어야 할 벽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압도감을 느낀다. 모두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기에 느끼는 ‘상실감’이 히로야마 성격의 뿌리이다.

히로야마는 어릴적 고향에서 홀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와 행복하게 지냈으나 다른 친구들이 자신에게는 항상 비었던 한 쪽 손으로 여성의 손을 잡고 다니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했다. 그에게는 ‘어머니’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난 시절부터 쭉 아버지랑만 지내왔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한 자리가 비었다는 사실을 몰라왔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아이들처럼 공중부양을 하거나, 자유자재로 덩쿨과 나뭇가지를 조종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저 할 수 있는거라곤 아버지가 가르쳐준 무기를 사용하여 다른 아이들을 뒤쫓는 것 뿐이였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도 할 수 있는건 질문 밖에 없었다.

“나는 왜 저렇게 할 수 없는걸까?”

어리고 순수한 히로야마가 처음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실과 무력’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더 이상 과거를 길게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간단하게 요약하면, 친하게 지내며 나름대로 존경했던 소꿉친구를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잃었고, 다른 국가로 유학을 가서 만난 친구에게 재능의 격차를 느끼고 그 친구에게 배신까지 당하는 모욕을 겪고, 첫사랑에게 실연을 당하는…

이렇게만 적어놔도 그저 절망과 트라우마 속에서 떨어야하는 ‘상실’ 그 자체의 인생이 느껴진다.

폐인이 되어 집에만 틀어박힌 시절도 당연히 히로야마에겐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뜻밖의 인연이 싹트며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는 관계도 생겼으며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과거의 원수에게 기필코 복수하겠다]는 목표가 생기며 다시 삶을 살아갈 이유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 목표 마저도 결국 부정적인 감정이 원동력이 되어 살아가는 것. 그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힘 없는 자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무력감을 잊기 위해 자신에게 상처를 준 과거의 친우에게 질투와 증오가 담긴 칼날을 계속 갈고닦을 뿐이다. 그 증오가 서서히 자신을 갉아먹고, 이 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은 이미 오래 전 부터 망각한 상태로 말이다.

4. 캐릭터 디자인에 관해

사냥꾼 집안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체력이 좋은걸 드러내기 위한 탄탄한 근육량과 큰 체격을 가지고 있다. 피부색은 유전으로 까맣게 탄 것이나 활동적인 면모를 부각하기에 좋다고 생각하였다.

남들과 다르게 교복 착장이 다소 독특한데, 타인에게 각인되기 위해 악세사리를 많이 착용하고 다닌다. (헤어밴드, 팔토시, 패션장갑, 피어싱)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꾸밈요소가 많으며, 앞에서 설명했던 자신의 ‘무개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에 타인보다 튀게 꾸미거나 자신의 외모를 활용하는 면모가 강하다.

동공이 완전히 검은색이다. 마력이 없이 태어났기에 남들은 전부 가지고 있는 원형의 무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설정에 관련된 내용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인상에 다소 공허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기에 채택하였다.

옆머리가 긴 이유는 순수하게 자신의 패션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첨언을 하자면, 원래는 저렇게 길지 않았으나 옆머리 길이가 길었다는 착각을 하며 그리다보니 점점 길이가 늘어나게 되었다…


성격같은 경우는 대부분 필자가 말했을거라 예상하고 딱히 쓰지 않았다. [쾌활한 성격 속에 숨겨진 계속 된 상실에 곪아있는 내면] 정도로 서술해두면 될 것 같다.

히로야마 로쿠토의 이름 뜻은 ‘넓은 산처럼 비상할 아이’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연 이름 뜻을 잘 해낼지에 대해선 필자도 캐릭터를 계속 연구하고 수정하는 입장이기에 잘은 모르겠다.

또 생각난다면 2탄으로 글을 이어서 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걸로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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