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est Dungeon

대화

보두앵(나병환자)와 파라켈수스(역병의사)의 대화

a poached egg by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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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에게 하사한 수명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만이 가치있는 삶일세. 이런 식으로… 이런 식으로 내 살을 가르고 헤집고 자르고 꿰매는 건 한낱 인간의 장난질에 불과해.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하다고 할 수 있겠군. 이것은…"

"신성모독이란 말을 하고 싶으신 거겠죠, 환자 나리. 그런데 방금 전까지 마취제에 취해 잠들어계시다 깨어나자마자 하실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난 그 때 그 마물의 발톱에 허벅지가 찢긴 채로 피를 쏟으며 죽었어야만 했네."

"그럼 이번 원정 출정 때 나리보다 더 높으신 가주님께 따지셨어야죠. 부디 의사는 이번 원정에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요."

"나의 순전한 이기심 때문에 다른 이들이 자네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할 순 없잖나."

"그럼 저로 하여금 환자를 차별대우해 나리는 죽게 방치하길 바랐단 말씀이신지요? 제 의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고요."

"자네를 모욕할 생각은 없었네만."

"여전히 저에게는 모욕입니다."

"그렇다면 사과하지."

"시시한 사과나 받자고 지금 나리와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닙니다. 제 단기적인 목적은 나리를 다시 예전처럼 원정에 나가기에 전혀 문제없는 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역병을 이 영지, 아니 이 대지에서 영원히 몰아내는 것입니다."

"자네의 그 선의가 넘치는 대의에 부디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빌겠네."

"제 개인적인 일에 신이 끼어들 여지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군. 자네는 어차피 믿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신은 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셨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존재하시지."

"그걸 누가 어떻게 증명한답니까?"

"자네와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탄생, 그 후 계속되는 그들의 삶과 죽음이 증명 그 자체지."

"유감스럽게도, 저로서는 그다지 귀담아들을 말이 되지 못합니다. 애당초 당신의 말은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도 못했고요."

"자네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날이 올 걸세."

"제가 과연 미래의 어느 때에 그런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형질의 것들을 깨닫게 될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나리는 엄연히 더 휴식을 취하셔야 하는 몸입니다. 평소에 나리가 항상 몸에 가지고 다니시는 시집도 다 치워버렸으니 제가 이 등불을 끄자마자 바로 주무시길 바랍니다. 그럼 평온한 밤 보내십시오. 오늘 밤은 달도 뜨지 않고 늑대 울음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니 아마 숙면을 취하시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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