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L
추운 겨울이었다. 낮에는 눈 내린 마을을 바라보며 마음이 들뜨다가도 해가 지면 한없이 외로워지는 계절. 그건 고작 누군가 손을 잡아주는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였다. 봄에 만나서 겨울에 헤어진다면 적어도 한 해를 같이 보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아리에 슈우와 이시다 소라가 재회한 지는 1년이 다 되어 가는 셈이었다. 올해
춥고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바닥. 적진 한가운데에 고립되어 악의와 폭력으로 얼룩진 외로운 방에, 혈혈단신으로 맥신을 구하러 온 남자가 있었다. 히르칸이 청혼한 건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레비온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히르칸과 맥신은 군의 소유였으며 맥신은 아직도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정이 결코 성급하지는 않았다.
“사과를 좀 따오려고요.” “…먹고 싶어?” 아침이었다. 짐을 챙기던 히르칸은 막심의 제안이 눈에 띄게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평소라면 ‘굳이?’ 그렇게 말한 다음 막심의 눈총을 받았을 텐데. 히르칸이 말을 여러 번 고르는 게 눈에 보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이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낸 데에 자신의 책임이 일부분 있는 건 부
막심.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막심은 고개를 들었다. 본가의 앞뜰에 앉아 토끼풀과 여린 꽃들을 엮고 있던 참이었다. 화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멀리 서 있던 아버지는 막심과 눈이 마주치자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막심은 자기도 모르게 만들다 만 화관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나 아버지는 막심이 만들고 있던 것에는 별 관
연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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