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L
춥고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바닥. 적진 한가운데에 고립되어 악의와 폭력으로 얼룩진 외로운 방에, 혈혈단신으로 맥신을 구하러 온 남자가 있었다. 히르칸이 청혼한 건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레비온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히르칸과 맥신은 군의 소유였으며 맥신은 아직도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정이 결코 성급하지는 않았다.
“사과를 좀 따오려고요.” “…먹고 싶어?” 아침이었다. 짐을 챙기던 히르칸은 막심의 제안이 눈에 띄게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평소라면 ‘굳이?’ 그렇게 말한 다음 막심의 눈총을 받았을 텐데. 히르칸이 말을 여러 번 고르는 게 눈에 보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이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낸 데에 자신의 책임이 일부분 있는 건 부
막심.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막심은 고개를 들었다. 본가의 앞뜰에 앉아 토끼풀과 여린 꽃들을 엮고 있던 참이었다. 화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멀리 서 있던 아버지는 막심과 눈이 마주치자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막심은 자기도 모르게 만들다 만 화관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나 아버지는 막심이 만들고 있던 것에는 별 관
초년의 활기로 시끌벅적하던 주점, 일면식 없던 호노카의 술잔은 빌 틈이 없었고 그는 주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 조금 취했나. 시야는 노랗고 따뜻한 전등의 불빛을 따라 아른거리고 눈꺼풀은 무거워지기만 했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첫 모임인 만큼 술에 취해 실수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슬그머니 일어섰다. 일렬로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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