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신선녀 현신의 현대백합물 보고 싶다

생각보다 신화적/오컬트적 요소는 약함+고증 엉망진창임. 주의하세용

비망록 by 샐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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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고향 나츠메 우인장이랑 최근의 마이붐 단밤술래 때문에 신화, 요괴, 동양 오컬트 쪽으로 관심이 가서 검색 좀 하다가 업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녀와 업신을 엮는 백합이 보고 싶어짐...

정확히는 단밤술래가 신과 도깨비의 쫓고 쫓기는 천년의 사랑(과장 아니고 진짜)이라서 호엥 그럼 이런 신화적 존재 조합의 백합은 없으려나 여신적 존재는 선녀가 대표적이긴 한데 다른 여신적 존재는 없나 하고 검색하다가 업신을 찾음. 단밤술래 책임져... 손숴랑 밍쥬 조합이 나를 홀려서 오드 전체 구매랑 원작 독파까지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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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에 따르면, 업신은 가택신 중 하나인데 집안의 창고와 재물을 수호하는 여신이었다고 한다. 터주신은 여신일 때도 있고 남신일 때도 있는 등(터줏대감) 지역이나 기록마다 다른데 업신은 확실하게 여신이라고. 그리고 대개 항아리나 종이 등 무생물/물체로 형상화된다고 여겨졌던 다른 가택신들에 비해 업신은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 등의 동물의 형태로 주로 현신한다고 여겨지는 점에서 특수함. 참고로 동물의 종류가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인 이유는 이 세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쥐를 잡아먹고 살았기 때문. 쥐는 곳간 속 곡식을 파먹고 사는데 옛날에는 곡식이 재물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쥐를 잡는 고양이가 과거 민가에는 흔치 않아서 쥐를 잡는 이 세 동물들이 신성시되고 업신의 현신으로 여겨졌다 한다. 그래서 옛날엔 구렁이가 집에서 떠나면 그 집이 망한다고 여겼음. 재물을 지켜주는 업신이 나가는 거니까. 대신 구렁이가 또 너무 오래 있으면 그만큼 쥐들이 들끓는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조심히 쫓아내는 경우도 존재했다고.

참고로 업신여기다와는 무관함.

업신여기다=없이(업신)여기다

업신=업(복의 순우리말)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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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구렁이가 하나 들어오겠어."

로 시작하는 업신선녀 환생/현신의 현대백합물 보고 싶음

선녀에게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무당 할머니가 계심. 이 할머니는 고모할머니로 갓난아이 시절부터 보호자로 늘 함께 살았음. 근데 할머니가 다음 달 총 운세를 봤는데 그동안 아무리 보려고 해도 굵직한 일 외에는 잘 보이지 않던 선녀의 앞날에 구렁이 하나가 들어오는 걸 본 거임. 선녀는 그 말을 듣고 영 꺼림칙해하지만 할머니가 구렁이는 해를 가하는 존재가 아니고 오히려 재물을 수호하는 귀한 존재이니 너무 찝찝하게 여기지 말라고 위로함. 그래도 뱀이 들어온다는데 선녀가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겠지.

그리고 다음 달, 길고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를 한 여자가 하숙생으로 들어옵니다. 이 친구가 바로 구렁이, 업신의 현신.

흔히 뱀이 표독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독사 얘기가 대부분이고, 구렁이는 독사가 아닌데다가 대개 독사가 아닌 뱀은 둥글둥글 쀼 하고 순하게 생겼습니다. 꽤 귀엽게 생김. 업신의 현신(이하 업신)도 동글동글 색이 연한 귀염상이라서 뱀상=표독스러움의 편견을 갖고 있던 선녀는 이 친구가 그 구렁이라고 생각도 안 하는데 할머니가 말하는 거지. "구렁이 왔다, 선녀야" 참고로 여기서의 '선녀'는 애칭임. 선녀가 내려온 것 같은 고운 자태+태몽에 선녀가 나와서 선녀가 내린 선물의 의미에서 할머니가 친근하게 부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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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이름은 한서늘. 하늘+선녀+원천강 오늘이를 적당히 연상시키도록 섞었음+서늘하고 시니컬한 성격

업신 이름은 위해서. (업신의 자격으로 당신을) 위해서 (복을 내림)+원래는 뱀 사를 연상시키는 사를 넣어서 해사로 짓고 싶었는데 어울리는 성씨 찾던 도중 위 씨 성을 붙이니까 위해사보다는 위해서가 좋아보여 바꿈<

서늘의 태몽: 어깨에 청조를 데리고 온 선녀가 복숭아를 할머니에게 드림

해서의 태몽: 산딸기 더미를 입에 문 커다란 녹갈색 구렁이가 어머니의 배를 둘둘 감쌈, 꽉 조이는 느낌이 아닌 포근하게 둘러싸 안는 느낌

서늘이가 연상수, 해서가 연하공.

서늘이는 알바생, 광역시보단 작지만 나름의 인프라는 갖춰진 도시가 고향인데 한 번도 고향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음.

이 도시를 나가 어딘가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거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온실 속의 화초를 자처하며 자랐음.

해서는 졸업 준비 도중 취업 성공해서 발령 대기 중인 대학생.

서늘이와 고향은 같으나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 이사를 많이 다님. 대학도 타 지역에서 다녔음.

서늘이 키는 163, 해서 키는 169, 키 차이 6센치, 동성끼리 입맞추기 좋은 키 차이.

현신이 구렁이인 업신은 한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그만큼 그 집에 쥐가 들끓는다는 뜻이므로 조용히 쫓겨나기도 했다는데,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역마살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해서한테는 역마살이 있음.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많이 다녔던 거임.

이번 하숙집도 역마살이 있는 해서에게 있어 그저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갈, 어쨌든 거쳐갈 곳임.

근데 거기서 이제 평생배필인 선녀를 만난다면?

근데 선녀는 선계에 정착하고 사는 존재인데?

선계에서 쫓겨나 방랑하고 사는 건 벌이나 다름없는데?

그래서 선계나 다름없는 고향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살아왔는데?

선녀가 업신과 사랑에 빠졌는데 과연 사랑에 이끌려 업신을 따라 방랑하는 삶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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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선녀와 나무꾼을 업신선녀로 재해석해보고도 싶음.

나무꾼이 선녀를 강제로 데려오는 것까지는 같고 이후부터는 좀 다르게 해서...

어느 날, 나무꾼 집에 들어온 힘 없는 업신(구렁이 모습)을 나무꾼은 불길하고 징그럽다면서 쫓아내려는데

선녀는 나무꾼 몰래(후에 들키긴 하지만) 밥도 주고 잘 곳도 제공해주고 탈피도 도와주는 등등 잘 해주는 거임.

이에 감명을 받은 업신이 재물신으로서 나무꾼 집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데

업신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반드시 떠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인지라 업신이 떠나감으로써 한 번은 필연적으로 몰락을 맞이할 거란 말이지.

이렇게 잘 살다가 몰락하는 것만큼 절망적인 건 또 없음.

업신은 이걸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재물신으로서 활동합니다.

사유는 선녀가 나무꾼 집에 있게 된 사정을 알게 됨+선녀가 잘 해주는 이후에도 자신을 업신여긴 나무꾼에 대한 복수심.

대신 이제 몰락할 때 선녀도 같이 있으면 안 되니까 업신으로 지내면서 힘을 충분히 갖춘 시점에 선녀의 꿈에 나타나 도망가자고 하는 거.

업신은 나무꾼 집에서 살면서 집 구조도 익혔을 테니까 나무꾼이 숨겨놓은 날개옷의 위치도 꿈에서 알려주는 거지.

그렇게 쌍방구원인 업신선녀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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