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20Q라는 게임기가 있다.

스무고개를 주먹만한 크기의 게임기로 만든 것이다. 답을 미리 생각해두고 전원을 켠다. 20개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고 나면 컴퓨터가 추리한 답을 내놓는다.

어머니를 도와 집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당을 정리하고 계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어머니 혼자 무거운 화분들을 옮기기는 어려울 테니, 동생 방만 청소하고 어머니를 도우려 했다. 물건을 정리하던 중 구석에 있던 상자가 눈에 띄었다. 낡은 20Q 게임기가 들어있었다. 빨갛고 동그란 게임기를 손에 들자 옛날 생각이 났다. 몇 년 전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졸랐었다. 추억에 젖어, 답을 하나 생각하고 전원을 켰다.

삑 하는 소리가 나고 화면에 글이 나타났다. 짐승인가요?

아니오 버튼을 눌렀다.

…채소인가요? 아니오.

…광물인가요? 아니오.

…그 외 물건인가요? 예.

기계가 삐빅 소리를 냈다. 생각 중…

…살아있나요? 아니오.

…도구인가요? 아니오.

생각 중…

함께 놀 수 있나요? 예.

함께 해적 놀이를 할 수 있나요?

눈을 가늘게 떴다. 구체적이네. 어쨌든 예 버튼을 눌렀다.

…해적 놀이를 하다 실수로 세게 미는 바람에 계단 밑으로 떨어져 부러져 버린다면 도우려고 할 건가요? 아니오.

…어머니를 부를 건가요? 아니오.

…당황해서 숨겼나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예를 눌렀다.

…어머니가 어디 갔냐고 물어봤을 때 사실대로 말했나요? 아니오.

…본 적 없다고 거짓말했나요? 예.

…어디에 숨겼나요? 아무도 눈치채길 못하길 바라며 옷장에 숨겼나요? 아니오.

…쓰레기통에 숨겼나요? 아니오.

…마당에 묻었나요? 떨리는 손가락으로 예를 눌렀다.

…키우던 개가 묻은 장소 주변을 킁킁거렸을 때는 어머니께 사실을 말했나요? 아니오.

…간식을 줘서 개의 관심을 돌렸나요? 아니오.

…개도 함께 묻어버렸나요? 예.

마지막 질문입니다…

…살아있었다는 묻었단 걸 알고 있었나요? 살아있는 동생 위로 꼼꼼하게도 흙을 덮는 형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기도가 망가지는 바람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숨이 턱 막혔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아니오를 눌렀다.

게임기가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를 냈다. 계산 중… 정답은…

형이 날 죽였어 찰리 형이 날 죽였어 날 죽였어 날 죽였어 날 죽였어 날 죽였어 이제 내가

게임기를 떨어뜨렸다. 손이 너무 떨려 잡고 있을 수 없었다. 눈물을 닦았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던 거지? 창 밖에서 흙 냄새가 느껴졌다. 방금 파낸 축축한 흙 냄새. 내가 아는 냄새가.

마당에서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r/shortscarystories에 올라온 u/stringstr의 Twenty Questions를 번역했습니다.

20Q는 이렇게 생긴 게임기입니다. http://20q.net에서 인터넷 판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