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250203

by 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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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하얀 햇볕이 비산하는 어느 오후였다. 그늘 밑에 놓인 눈사람이 추위에 쪼그라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몸을 붙인다 한들 시간의 휘발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에델바이스는 동면에 들어간 것처럼 아주 깊은 잠에 빠졌기에 그동안은 비올라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에델바이스가 자는 동안 비올라의 잠은 도리어 부족해져 갔다.

비올라는 매일같이 그를 위해 기도했다. 분명 이 세계에 신이란 것의 의미는 퇴색되었음에도. 신앙이라는 것은 와해되었음에도. 비올라는 악착같이 두 손을 모으고 엄지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본디 믿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비올라는 어느새 그의 생존을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떠오르는 아침의 해는 너무나 다정히도 잔혹하여서 만물을 다 녹여버릴 수밖에 없다. 비올라는 에델바이스가 녹아 흩어지지 않도록 거칠고도 매섭게 부둥켜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그렇게 고비를 넘겨가고 있었다.

비올라는 에델바이스의 옆에 마주 누워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왼쪽으로 살짝 삐뚤어진 앞머리. 일전에 비올라가 잘라주었던 것이다. 비올라는 그 추억을 떠올리고 첫눈처럼 살포시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눈꺼풀 위에 얼어버린 손가락을 얹었다. 그의 짙은 녹색 봄빛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싶었다. 사랑해 마지않던 그 눈빛을. 아, 속눈썹을 훑어 그의 입꼬리까지 손가락을 내렸다.

숨을 크게 들이켜면 폐부가 뾰족하게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 그냥… 눈을 감아버려도 될까? 비참한 감상마저 들던 그때였다. 에델바이스의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비올라는 그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놀라서 상체를 한 번에 일으켰다. 비올라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죽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에델바이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비올라는 그제야 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야…….”

오랫동안 말하지 않은 탓에 목소리가 건조하게 갈라졌다. 목소리를 가다듬을 틈도 없이 에델바이스를 불렀다.

“에델…. 눈 좀 떠봐.”

“…….”

“에델바이스. 일어나라고….”

“…….”

마침내 그의 눈이 떠졌다. 비올라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은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비올라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에델바이스는 인상을 써서 눈물을 참는 대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250203 에델바이스 감염 76일째

에델바이스가 깨어나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에델바이스는 별말없이 그저 웃기만 한다

……

추위에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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