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241128 (2)

by 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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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는 포근한 이불 속에서 간만에 좋은 꿈을 꾸었다. 할아버지의 자늑자늑 연주를 듣는 듯한… 오감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한 그 달콤한 선율은 얼마 안 가서 깨졌다. 편안한 꿈속에서 무언가 싸한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영 떠나버릴 것처럼 굴던……

눈이 번쩍 떠졌다. 비올라는 눈을 다 뜨기도 전에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짚어 확인했다. 온기가 없이 차가웠다. 시계를 확인해 보면 오후 5시였다. 비올라의 불침번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각이었다. 비올라는 다시금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더듬어 만져보았다. 확실히 온기가 없었다. 아무리 기를 써도 달아나지 않던 졸음이 확 달아났다. 비올라는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비올라는 침대에서 벗어나 옆에 세워둔 야구방망이를 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도 사람의 온기 없이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 백화점에 비올라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비올라는 두려움에 야구방망이를 더 꽉 쥐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지만… 비올라는 좌우를 쉴 새 없이 둘러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삭막한 가구 매장을 지나 가전제품, 의류 매장까지. 사람의 흔적은 시든 지 오래였다. 불이 꺼져 어두웠으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텁텁한 먼지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후각이 익숙해질 무렵, 혹시 다른 층으로 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올라는 결국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향했다.

막상 향하고 나니 마음이 소란이었다. 기어코 날 떠나버린 거야? 이 마음은 뭘까? 조금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 이물감이 느껴왔다. 혀뿌리로부터 쓴맛이 느껴져 몇 번이고 입안의 여린 살을 잇새로 살짝씩 깨물었다. 그럼에도 쉬이 소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 번 일어난 먼지가 공기 중을 부유하다가 다시 가라앉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물이 점점 빛을 거두어 가는 시간이었다. 곧 밤이 올 것이고…… 이 순간의 생각이란 왜 이렇게 빤할까? 비올라는 결국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질 않았다. 나 혼자 어떻게 살라는 거야… 글이라도 남겨주지… 비올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쭈그려 앉았다. 손에 얼굴을 파묻고 계속 같은 문장을 중얼거렸다. 또 혼자 남겨졌어…

그때 무언가 비올라의 어깨에 닿았다. 비올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에델바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비올라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비올라는 긴장이 풀린 건지 다리에도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저기… 비올라?”

“하… 하하… 깜짝이야.”

“미안해요. 제가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비올라는 곧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일어섰다.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고 다소 삐딱하게 섰다.

“제대로 설명해 봐.”

“그게… 비올라가 너무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깨우기 망설여져서 그랬어요. 제가 비올라의 몫만큼 불침번을 더 섰고요… 그러다 길을 잃은 것뿐이에요.”

“흐음… 그래?”

여기서 길을 잃었다고? 무언가 이상했지만, 비올라는 부러 신경 쓰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잔뜩 풀이 죽어있는 에델바이스의 어깨에 팔을 둘러 끌어당겼다.

“이 자식아,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하하하… 죄송해요, 비올라.”

“…잠은 더 안 자도 되냐?”

“비올라도 알지만, 전 잠이 없는 편이잖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본거지로 돌아갔다. 에델바이스가 갑자기 사라졌던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241128 에델바이스 감염 7일째

에델바이스가 사라졌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냥 길을 잃었던 것뿐이었다…

아 진짜!!

꿀밤 백 대는 쥐어박아야지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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