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잭의 과제 - 음. '일탈'해보기?
다음부턴 절대 안 해요!
* 오너의 사상은 캐릭터의 사상과 별개입니다.
이것은, 해방이 진행되기 전의 이야기. 극복을 다짐하기 전의 이야기.
늦은 밤, 오늘은 잠잠하려나 싶었던 워치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하며 울린다. 익숙한 울림임에도 그것이 낯선 것인 것마냥 이불로 덮여 있던 몸이 움찔거리며 움직임을 보인다. 일으킨 몸, 어둠 속에서 멍하니 풀어둔 워치를 바라보던 눈이 몇 번 깜박이더니 천천히 워치의 내용을 확인한다. 예상했듯이 그 알람의 정체는 호출. ‘출동해야지…’ 익숙해졌던 것이 다시금 낯선 자극이 되어, 작은 진동마저도 자신의 마음을 흔든다. 이렇게 된 것은 과연 언제부터였는지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당장 근래의 이야기기도 했고.
원인을 따지면 인재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지 이틀차 되던 날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호프와 인재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적은 종이를 확인하는 순간 휘몰아치는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일탈을 해보라니. 일탈은 머릿속에 생각조차 하고 있던 자신에게 있어 커다란 장애물과도 같이 느껴졌다. 능력을 써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장애물. 그야 일탈이란 정해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 벗어난다는 것이니까. 자신을 틀에 맞춰 살아온 이에게 있어 그것은 넘어서는 안 되며 감히 봐서는 안 되는 어둠이나 다름없었다. 보이지 않는 스스로의 벽을 깨부순다. 시작부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고민은 호프 대기실로 돌아와서도 이어졌고, 수많은 조언들을 받아냈다. 워치를 무시하는 것,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하는 것, 케이크 만들기를 방해하는 것…
그리고 시작한 일탈은 예상 외의 것에서부터 시작해 빠르게 진행되었다. 과일 펀치에 섞은 크렘 드 카시스. 평소라면 어떻게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실 수 있나 싶겠으나… 이것이 생각한 것 중 제일 무난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과 함께 시작한 일탈이었다. 그 이후 일어날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주량이 약함을 알면서도 향에 홀려 빠르게 들이킨 술은 사람의 취기를 올리기 충분했고, 평소의 주사에 따라 술을 찾기 시작하였다. 가끔 음료를 마시면서도 결국 술을 찾아 마시고 또 마시는 것이었다. 몸을 눕힐 수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잠에 빠질 때까지. …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신 술은, 깊고 깊은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어둠을 깨워일으킨다. 붉고 검은, 차가운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숙취로 인해 올라오는 두통, 동시에 메슥거리는 속, 무언가에게 얻어맞은 것 마냥 온몸에 퍼져오는 통증. 무언가 지독한 악몽을 꿨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 잊혀져 버린 악몽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려 하니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조차 힘겹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능력을 썼으면 어떡하지? 내가 이 능력을 사용해 무언가를 망가뜨리기라도 했으면 어떡하지? 몸을 웅크리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몸을 떤다. 동시에 냉정하게도 울리는 워치를 바라보면, 몸 하나 움직이기 어려우며 제정신 하나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동했다가 과연 자신이 무언가를 망치지 않을까,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올라온다. 공포가 올라온다. 애써 울리는 워치를 부정했다. 또다시 도망을 선택한다. 이건, 악몽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한다.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짊어지게 만든다. 몸을 웅크린 채 더욱 구석으로 구석으로 몸을 옮긴다.
제게 주어진 또다른 일탈의 기회는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탈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가까이 접하게 된 것을 향한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제 선택으로 일어난 일탈. 그때 일어난 긴장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말로, 단순히 새로운 일탈을 접해본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을까? 주어진 연초를 입에 물고 그가 만들어내는 연기의 감각을 몸에 담아본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아리고 쓴맛을 넘어 매운 연기의 맛. 그것이 폐로, 몸으로 퍼져나가며, 자신의 무언가를 부술지도 모른다는 감각을 느낀다. 스스로가 불협화음을 지휘하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너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 너는 시민들이, 세상이 원하는 히어로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야. 하지만 그런 생각과 동시에 놓칠 수 없었다. 자신을 망가뜨릴 걸 알면서도 고집스레 멈추지 못했던 건, 미련하다 생각하면서도 고통을 니코틴으로 잠재우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라는 자기최면을 걸어버린 탓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어두운 사고들이 기침과 눈물로 드러나버리는 기분이었다.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고,
울리는 워치를 무시해 보고,
몸 안에 연기까지 집어넣어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죄악감에 차오르니 누군가가 보면 바보같이 살아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탈은 타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일탈이라는 과제 하나만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었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현실에서 눈을 돌렸는가. 자신이 해야 마땅한 일을 팀원들에게 맡겨버렸다. 수많은 도움 요청을 부정하고 없던 것 취급해버렸다. 비밀이라고 해도 선량하고 무해한 히어로의 이미지를 스스로 망가뜨려버렸다. 어떤 것 하나, 유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랬다.
연기에 한 번 노출된 폐가 다시금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술에 취약한 위장이 다시금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금 깨달았다. 최소한 마에스트로는…
“… 일탈을 하지 않는, 선량한 히어로의 형태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벗어나지도 않겠지. 그래서도 안 되고.”
… 시작부터 모순적이지 않은가. 수많은 일탈을 경험하고 나서야 애써 등돌리고 있었던 사실을 눈에 담았다. 사실, 이미 일탈은 아주 가까이에 있지 않나. 달빛에 비치는 로켓이 눈에 담겼다. 책상에 올려진 로켓을 들어올려 달 모양에 맞춰본다. 달칵, 로켓을 열어본다. 가까운 이- 호프의 동료들-일수록 더욱 비밀로 해야 할 것이 담겨 있는 물건을 눈에 담았다. 이것은 보고해야 하는 것. 호프를 위해서, 판도라를 위해서 응당 버려야 하는 것.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며, 철저히 숨기고 또 숨기는 것 역시 판도라가 일궈낸 규율에서 벗어난, 일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입에 느껴지는 쓴맛을 애써 억누른다. 곧 열려 있던 로켓을 닫아 자신만의 달로 만든다. 안의 내용물은 다시 달의 뒷면으로 바꾸어버리자. 나만이 알고 있는 어둠 속에 묻어두자. 이것은 이쪽은 물론, 저쪽에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내용이니까.
출동을 위해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엉망이 된 머리를 묶고서 그쪽에 보고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여 가져간다.
발걸음은, 평소처럼 가벼웠으나, 마음만큼은 편치 않았다.
신뢰, 공감… 일단 그와는 거리가 먼, 어두운 쪽으로의 자아고찰 시간이라고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걸로 신뢰를 어떻게 쌓냐고요.”
어두운 길에, 그런 목소리 하나가 바람에 흩어진다.
천천히, 허나 망설임 없이 과제를 제시한 이에게 다가간다.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 불만 어린 표정이 섞인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결단코. 그러니 보고를 위해 열린 입에서 튀어나온 딱딱한 어투는 이것이 공적인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 근무 시간에 술도 마시고, 워치도 무시하고… 이 정도만 해도 일탈로 충분할 겁니다. 과제 완료라고 쳐주실 것이라 믿겠습니다. 다음부턴 이런 거 시키지 마십시오. 신뢰 쌓느니 뭐니 하는 건 일탈 없어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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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리올드 페단] 호프에게 - 03. 고아원 봉사
아이들은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새싹들이니, 소중히 대해줍시다!
[마에엥이 아닌 오너] 이것은 제가 보내는 찬양글입니다.
편하게 보고 답해주시거나 스루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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