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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는 차가웠고 바람은 긴 머리카락을 휘감아 돌았다. 춤을 추자 조르는 어린아이 같은 움직임이었다. 장난스러우면서도 거슬리지 않았다. 바람과 머리카락이 스텝을 밟도록 내버려 둔 나우플리온은 하늘을 한 번, 땅을 한 번 바라본 다음 몸을 굽혔다. “봄이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은 그렇게 했으나 나우플리온은 섬의 추위가 길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프로아울리아 섬의 혼례는 겨울에 치르는 것이 전통이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로 백금빛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은 나우플리온은 조심스레 은으로 된 가위를 들었다. 그를 올려다보는 S의 입술 사이로 하얀 김이 몽글몽글하게 솟아올랐다. 늦은 오후의 하늘은 희끄무레했지만, 눈이 내릴 날씨는 아니었다. 서늘한 바람만이 제단 앞에 선 네 사람을 휘감고 돌았다.
늦저녁 찾아온 손님은 S가 예상했던 사람이었다. 익사형은 신속하게 집행되었었지만, 소문의 속도는 그보다도 빨랐다. 마침 모르페우스의 연구실에 들렀던 S는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에서 사정을 분별해 냈다. 온 섬을 들었다 놓은 화재 사건이 곧 막을 내릴 모양이었다. 그것도 퍽 극적인 형식으로. 그러나 S는 익사형을 구경하러 가지는 않았다. 사람
“□□□□ 님.” 정중한 인사에 S는 고개를 숙여 묵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청년은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마 전부터 나우플리온의 집에는 검의 길을 걷는 젊은이들이 돌아가며 한 명씩 머물고 있었다. 낮에는 가벼운 말 상대 노릇을 하려 들다 쫓겨나기 일쑤였지만, 저물녘이 다가오면 나우플리온도 그들을 대개 내버려 두었다. 오늘의 청년이 문간 안쪽
5월. 달의 섬을 돌아보는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었을 즈음이었다. 기원섬으로 복귀한 나우플리온은 마을 사람들과 서클릿의 사제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 후 짐을 풀지도 않은 채 다시 길을 나섰다. 마을 어귀를 떠날 무렵은 이미 늦은 오후였지만, 그는 한 시도 미뤄서는 안 될 용무를 가진 사람처럼 움직였다. 혹은, 미뤘다가는 영영 처리하지 못할 일을 아는 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