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사랑하던 고운 얼굴. 빛나던 머리카락, 차분하고 단정하던 옷차림. 전부 엉망진창이었다. 땋아 묶곤 하던 머리카락이 비죽비죽 삐져나와 엉킨 실타래처럼 목 뒤에 자리 잡았고, 뺨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반쯤 벗겨지다시피 한 옷가지가 그녀의 성별을 또렷하게 나타냈다. 처음 보는 사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선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
필안과 무구, 소녀는 하루가 무섭게 쑥쑥 자라났다. 살은 많이 붙지 않았지만, 골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한결 성숙해졌다. 무구의 변화는 겉으로도 확 드러났다. 매일의 수련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얄팍하던 몸에 최소한의 근육이 붙자 빗자루를 휘두르는 폼이 제법 야무져졌다. 거기다가 원래부터 준수한 편이었던 외모가 급격히 발전해서, 그를 보려
그들이 소녀를 발견한 것은 어느 비 오는 날의 일이었다. 아역으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일은 많았다. 불평불만 일절 없고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성격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바람이 불든, 날씨의 좋고 나쁨을 가릴 것 없이 그들은 잡일을 부여받았다. 높으신 분들이 부리기는 더없이 편리한 도구나 다름없었으리라. 그날도 그
눈을 가늘게 떠서 확인한 창밖의 풍경은 어두웠다. 언뜻 지나간 리퍼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다시 눈꺼풀을 닫아 버린 사필안은, 이불 속에 자신을 더욱 깊게 파묻으며 낮게 한숨지었다. 어두운 하늘, 검게 깔린 구름, 우산 쓴 행인은 그에게 오로지 한 가지를 뜻했다. 비가 오던 그 날. 사라진 의형제. 소중한 사람을 영영 잃던 날. 필안은 아직도
별도의 연주자 없이 스스로 소리를 내는 악기, 라고. 한데 모인 인파 사이로 겨우 보인 그 악기는 그저 평범하고 작은, 나무 상자로 보일 뿐이었다. 아주 조금 흥미가 동하였으나, 무수한 인파를 헤치고 나아갈 정도는 아니어서, 그대로 발길을 돌리려 하였는데. 한낱 작은 나무 상자에서 나온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도 애처로운 곡조가 옷깃을 잡아끈 것은, 눈도 깜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