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의 집에는 오래된 장롱이 하나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아끼던 장롱은 오래된 만큼 아귀가 다 맞지 않았고, 그랬기에 다 닫히지 않아 좁은 틈이 있었다. 언젠가 고쳐야지 생각은 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기에 그 장롱은 오랫동안 그렇게 아귀가 맞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그 장롱을 진작 고쳤어야 했는데. '각별아, 여기 꼭 숨어 있거라. 할아버지가 나가보
"내 이야기로 책을 썼다면서요?" "...왔어?"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인이 꿈토끼의 방으로 들어왔다. 수현은 그녀의 방문에 조금 놀랐지만, 그저 미소 지어주었다. 흘러간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주름진 손으로, 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책을 펼쳤다. "좋네, 이 다 늙은 할망구의 청춘이 담긴 책이라니. 이제 내 청춘은 이 안에서만 볼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