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을 기록하다
청춘 합작 | 수상한 이웃집+
"내 이야기로 책을 썼다면서요?"
"...왔어?"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인이 꿈토끼의 방으로 들어왔다. 수현은 그녀의 방문에 조금 놀랐지만, 그저 미소 지어주었다. 흘러간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주름진 손으로, 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책을 펼쳤다.
"좋네, 이 다 늙은 할망구의 청춘이 담긴 책이라니. 이제 내 청춘은 이 안에서만 볼 수 있잖아요?"
노인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수현은 그 소리가 아주 소중한 무언가인 것처럼 한동안 말없이 듣기만 하였다. 이내 그가 잔잔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지, 잠뜰아. 이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네 청춘의 일부일 뿐이야. 네 청춘은, 너의 푸른 봄은...."
목소리가 떨린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
"네가 우릴 떠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어."
너는 이미, 우릴 떠났으니까.
잠뜰은 수현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고는 책을 덮었다.
"꿈 요정이라 이게 자기 꿈인 건 알고 있네요?"
"그러게, 나도 꿈인 걸 모르고 즐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 너무 자주 불러내지 마요. 보고 싶으면 아저씨가 쓴 책 펼쳐보면 되잖아요."
"하하, 알았어. 아쉽지만 그래야겠지."
사라져 간다. 꿈에서 깨어나는 시간에 너는, 흐릿한 연기가 되어 보랏빛 구름 사이로 흩어져간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 봄과 같이 따뜻하고 싱그러운 너의 미소였다.
"내 청춘을 기록해줘서 고마워요."
눈을 떴다. 시야에 담긴 자신의 방의 천장. 꿈에서 깨어난 동화작가 수현의 방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책상 앞으로 걸어간 수현은, 그 위에 있는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안에 끼워져있던, 모두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이 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로 환하게 웃음 짓는 청춘의 네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그녀를 따라 꿈토끼도 미소 지었다. 꿈의 조각이 조금 묻어있는 깃펜으로, 그는 책의 마지막 장에 짧은 글을 추가했다.
'너는 갈 때까지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봄이었다. 그 푸른 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나는 너의 청춘을 글로 기록했다. 이 책은 스러지지 않은 푸른 봄에 대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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