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 우리 졸업하고 동거할까?” 풉, 마키는 마시던 음료수를 그대로 뿜어버렸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날 한번 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생각에 잠겼다. 너무 일렀나,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을 기울여 타는 목을 축였다. 앞으로 1년 후엔 졸업한다. 동거는 늘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장기 출장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평범하게 살고 싶다. 경우에 따라선 아무 욕심 없는 미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유타가 살고 있는 세상은 주술계였다. 아침에 웃으며 인사한 동료를 저녁에 울며 보내는 경우가 허다한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멀쩡히 10년을 보냈다는 것은 참 감사한 것이었다. 사실 유타는 10년 전에 이세상을 떠나려 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저주한 대가로 그녀
윽-, 괴로워하는 듯한 신음 소리가 운동장에 울렸다. 숨을 고르는 소리가 뒤따라 왔다. 리카의 해주 이후 유타는 완전히 강해졌다. 4급으로 격하되었으나 곧 특급으로 복귀했으니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제 마키가 유타의 대련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유타는 고죠의 지시로 곧 긴 출장을 간다. 시간상 오늘이 넷이 모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유타
마키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신인은 옷코츠 유타, 마키의 남자 친구였다. 마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아, 여보세요. 마키?"유타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환희에 차 있었다. 마키는 유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눈 앞에 선할 정도였다."어. 나야. 무슨 일 있어?""아니. 그냥.. 그, 목소리 들으려고 전화했어.
마키가 날 피한다. 확실해. 마키는 지금 나를 피하고 있어. 유타는 기숙사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 사색에 잠겼다. 방금 막 씻고 나온 머리에선 물기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목에 얹은 수건 위로 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몇몇 물방울은 유타의 볼을 타고 목을 지나 티셔츠를 적셨다. 그게 마치 우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사람이 본다면 유타에게 대단히 슬픈 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