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 쿠로오는 길지 않은 이 기간이 유독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침대에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 보다 요사이 내내 제 머릿 속을 메운 한 사람을 떠올렸다. ‘집도 옆집이고, 한 번쯤 우연히 마주칠 법도 한데.’ 방학이 시작되고, 쿠로오는 아이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학교에 갈 때는 그래도 타이밍 좋게 자주 마주쳤는데, 방학 때는 그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평소와 다름없는 순간도 특별하게 만들곤 한다. “시험치러 가는 건데 기분 좋아보이네.” 시험 당일의 고등학생을 웃으며 등교하게 만들 만큼. 하지만 역시 그건 좀 이상해 보였는지, 아이리가 의아한 눈으로 쿠로오를 바라보았다. 쿠로오는 민망함에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 붙였다. “오늘만 지나면 끝이니까.” 실은 그런 건 아무래도
“아이하라네 누님은 집에 자주 안 계시네.” 이제는 아이리네 현관에 들어오는 것이 익숙해진 쿠로오가 말을 건넸다. 조부모님과 아버지와 함께 사는 쿠로오네와 달리 아이리네는 언니밖에 없는데, 그 언니도 주말마다 외출하는 일이 잦아 보였다. 물론 그래서 공부하긴 좋았지만, 직장인인데 주말에도 늘 외출하는 건 힘들지 않나. 아이리는 그 말에 늘 그랬다는듯 태연
“왜 벌써 기말고사지.” 수학여행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쿠로오는 찌뿌둥한 고개를 하늘을 향해 올리며 ‘정말 싫다-’ 하고 중얼거렸다. 운동부지만 나름대로 성적을 열심히 챙기는 편이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꽤 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리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시험 기간은 유독 빨리 오지. 나도 전학오고 첫 시험이라…….” “하긴 그렇겠
‘수학여행 직후랬지 분명.’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던 여학생이 고개를 들어올리고 잠시 생각했다. 전학 첫날이 수학여행 직후라니……. 분명 다들 수학여행 때 있었던 일로 떠들고 있을텐데. 잘 어울리지 못할까 걱정이 조금 되었다. “아이리, 전학 첫날이라 긴장한 거야?” 방문 쪽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연갈색 머리가 등 뒤로
수학여행이 막 끝난 네코마 2학년들의 교실은 한껏 들떠있었다. 그때 말이야, 재밌었지,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 메워진 교실은 잠시도 조용해질 틈이 없이 왁자지껄했다. 그 붕 뜬 분위기에 한 학생이 교실 문을 드르륵 열어제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오늘 5반에 전학생 왔대!” 들떠있는 고등학생들에게 꽤 재미있는 소식이었다. 전학생이라는 존재는 늘 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