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만남
수학여행이 막 끝난 네코마 2학년들의 교실은 한껏 들떠있었다. 그때 말이야, 재밌었지,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 메워진 교실은 잠시도 조용해질 틈이 없이 왁자지껄했다. 그 붕 뜬 분위기에 한 학생이 교실 문을 드르륵 열어제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오늘 5반에 전학생 왔대!”
들떠있는 고등학생들에게 꽤 재미있는 소식이었다. 전학생이라는 존재는 늘 호기심을 달고 오니까. 남자야, 여자야? 왜 지금 왔대? 그러게, 이렇게 늦게도 전학을 오나? 수학여행 다 끝나고 오네, 아쉽겠다. 얼굴 봤어?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고, 소식을 들고 온 남학생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듯 말을 덧붙였다.
“여자인데, 내가 아까 교무실 갔다가 얼굴을 봤거든?”
“어떤데?”
“지이이이이이이인짜 예뻐.”
“에이, 전학생은 뭐 맨날 잘생겼고 예쁘대. 또 부풀린 거지?”
“아냐, 진짜로! 맹세해. 처음에는 학교에 촬영온 연예인인 줄 알았다니까!”
진짜? 보고 올까? 웅성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려던 찰나, 선생님이 교실으로 들어오셨다. ‘너네 목소리 복도까지 다 들린다. 카즈마, 너도 들어가.’ 여전히 앞에 서있던 카즈마의 머리를 책등으로 가볍게 통 때리는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이 웃었다.
‘뭐 어떻길래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지.’
그 사이서 함께 웃던 쿠로오도 소문의 전학생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으나,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학생에 대한 건 자연스럽게 잊혔다. 점심시간에 5반 앞을 지나가기 전까지는.
“와, 여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그 짧은 시간 안에 소문이 어떻게 난 건지 5반 앞에는 전학생을 구경하려는 아이들이 꽤 모여 있었다. 쿠로오가 흘끗 본 반 안에서도 한 자리를 중심으로 애들이 빙 둘러 모여 떠들어대고 있었다. 전학생은 그 중간에 파묻혀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야, 켄마가 저 상황이었다면 분명 어디 도망갔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숨을 뱉는 쿠로오를 친구가 툭툭 쳤다.
“어때, 보여?”
배구부인 쿠로오는 또래에 비해 한참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전학생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언뜻 보이는 거라곤, 연갈색 긴 생머리의 조그만 뒷통수 정도? 고개를 저은 쿠로오가 됐고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친구의 등을 밀었다. 어차피 옆 반이니 지나가다 언젠간 보겠지. 그런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첫만남은 예상과 다른 곳에서,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이른 아침 등교길, 옆 집에서 모르는 여자애가 나왔다. 웃기는 건, 쿠로오는 그 애가 입고 있는 교복이 네코마 교복이라는 사실도 한 발 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그 여자애는 그냥, 보는 순간 걸음을 멈춰 세우고 ‘와, 연예인인가?’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잠시 넋이 나간 쿠로오는 그 뒷통수가 익숙하다는 걸 눈치챘을 때, 앞 사람이 듣기 충분한 목소리로 어,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여자애는, 쿠로오를 향해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선선히 안녕, 하고 인사를 해왔다. 돌아보는 얼굴, 슬며시 띄운 미소, 상냥한 목소리까지 스크린을 찢고 나온 것 같은 여자애를 본 쿠로오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헙 들이마셨다. 그리곤 좋게 말하면 아주 열여덟답고, 나쁘게 말하면 좀, 얼빠진 얼굴로.
“안녕.”
그게 첫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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