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만약에 내가 실패하면. 내 뒤엔 622가 있습니까?” 질문을 들은 사냥개의 주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개러지 특유의 강한 조명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월터의 얼굴엔 오히려 그로인해 역광이 진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621은 그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그의 심경을 읽어낸다. 당황, 분노? 슬픔? 아니, 어쩌면 약한 소리를 하는 사냥개에 실망
C4-621. 제4세대 강화인간, 그 중 621번째. 그리고 핸들러 월터의 새로운 사냥개. 그것만이 그의 정체성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월터가 그를 동면장치에서 일으켜 세웠을 때. 즉,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한 조각 남지 않도록 흘려보내 숨만 간신히 내쉬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채 폐기일만 기다리던 강화인간에게 살아갈 목표를 내어준 그 사건이 621, 그에게
“아무래도 너는 아직도 네 인생이 어떤 꼴인지 자각이 안 되나 봐.” “지금 네 모습을 봐. 격파된 기체 안에서 끌어내져서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호한 꼴로 적의 발밑에서 숨만 겨우 쉬고 있잖아.” “갈리아 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거만한 태도로 괜히 나대기나 하고.” “용병으로 살아보니 좀 어때? 남이 오라 가라 부르는 대로 끌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