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사냥개와 주인

6월~ 아마 저번에 쓴 사냥개와 이어짐(아닐수도있음)

“월터, 만약에 내가 실패하면. 내 뒤엔 622가 있습니까?”

질문을 들은 사냥개의 주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개러지 특유의 강한 조명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월터의 얼굴엔 오히려 그로인해 역광이 진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621은 그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그의 심경을 읽어낸다. 당황, 분노? 슬픔? 아니, 어쩌면 약한 소리를 하는 사냥개에 실망하고서 그의 처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월터는 621과 같은 강화 인간 따위야 앞으로도 한 트럭은 사고도 자금이 충분히 남을 터였다. 이미 그의 이전에도 617, 618, 619, 620이라는 강화인간들이 있었지 않나. 그 사실을 아는 621로서는 자신 이후에도 스스로를 대신할 대체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받고 싶었다.

“...621,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내가 당신에게 있어 언제든지 쉽게 내버릴 수 있는 가벼운 패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서 입니다.”

“왜지?”

역광이 더 진해져 그의 얼굴을 더는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자, 그제서야 사냥개는 주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뗐다.

“...최근의 당신은 내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냥개를 필요 이상으로 아끼는 것은, 당신이 지휘를 할 때 불필요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621, 핸들러는 나다. 네가 핸들러를—”

“다들 내게 개가 제 주인을 고를 수는 없는 것이라 했습니다.”

월터가 말을 끝마치는 것 보다 621이 그의 말을 자르는 것이 더 빨랐다.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내가, 당신을 섬길 주인으로 고른 것입니다. 월터. 냉철하고 계산적이어서 자신이 쥔 패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체스말을 쥔 사람을. 나는 나의 가치를 알고 올바른 위치에 놓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21은 그리 말하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적어도 나라는 개는, 주인을 골랐습니다.”

붕대로 가려진 얼굴이나마 희미한 미소. 621은 월터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월터에게 역광이 걸려있다면 반대급부로 621의 얼굴은 조명이 더없이 선명하게 비추고 있을 터였다.

“내겐 내가 한 번 쓰고 버려질 버림패 급을 받는 것 보다, 내가 인정한 주인이 나로 인한 파멸을 맞는 것이 더 불쾌한 일이 될 겁니다, 월터. 사사로운 정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고 당신의 목표를 이루십시오. 나를 도구로 사용하는 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겐 그것이 살아있는 AC 부품이자 무력의 화신체인 강화인간으로서의 긍지이니.”

나를 선택한 주인, 그리고 내가 선택한 주인. 그것이 621이 월터를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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