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재교육 센터
월벽 작전 이후 재교육 센터에 초청된 러스티
“베스퍼 제4 대장. 피험체의 신분이 아닌 채 이 곳에 온 것을 영광으로 여기십시오.”
월벽 작전 이후 제2 대장의 부름에 이끌려 그가 닿은 곳은 작전 당시 그가 포로로 잡아들인 루비코니언들을 수용한 재교육 센터였다. 투명한 유리 벽 너머를 들여다보자, 남자와 여자, 어린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에 무기력하게 갇혀있었다. MT를 타고 자신들의 별을 위해 전장에 뛰어들었던 이들. 러스티는 그들 하나하나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 자가 누구인지도.
‘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수숙의 파일에서 봤다고! 넌—’
그는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자신은 해방 전선의 스파이로서 자신의 아군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전투의 생존자는 아르카부스 산하의 재교육 센터로 끌려가게 될 터였다. 러스티는 여태까지는 해방 전선의 사람들의 목숨만큼은 연명시키고자 일부러 코어를 제외한 파츠만을 공격하고 있었으나, 그만큼은 살려둘 수가 없었다. 임무가 끝난 현재의 그로선 그 통신이 기록으로 남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적어도, 그걸 파헤칠 정신이 없을 만큼 누군가 날뛰어 주어 기업에서 기록을 수습할 여력이 없기를 말이다.
제4 대장으로서의 그는 포로들을 냉정한 눈으로 묵묵히 바라보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형식적으로나마 새로운 부역자를 잡아들인 것을 칭찬하는 제2 대장의 말에 건성으로 답한 그는 여전히 불안한 속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가 루비코니언을 낮잡아볼 때도, 루비코니언들이 그를 행성의 배신자 따위로 취급할 때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으로 일관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그러나 항상 동요하게 되는 것은 그 또한 한 사람의 루비코니언이기 때문이리라.
이제 그가 자신의 손으로 재교육센터에 처박은 동료들은 기업의 손에 세뇌당해 일부는 뻐꾸기가 된 채 원래 있던 자신의 둥지로,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절반은 다신 루비콘에 돌아오지 못할 거리를 건너 기업의 개로서 살게 될 것이고, 또다시 남은 반은 재교육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터였다. 이 셋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운명인지 생각해 보던 그는 언짢은 듯한 표정의 제2 대장에게 “그리 집중하지도 못할 거면 나가서 담배나 피우고 오십시오.”라는 핀잔과 함께 바깥으로 쫓겨난 뒤에야 고뇌의 굴레를 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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