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바다 .01
챕터 1 워치 포인트 습격 미션의 시간대
바다. 벨리우스 남단 해역은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얼어붙지 않은 바다를 해안가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이었다. 레드 건의 임무를 끝마치고 복귀하던 도중, 이구아수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모래톱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하강해 그 해안가에 헤드 브링어를 세웠다. 멜란더 특유의 널찍한 코어가 수평선을 드러내며 위아래로 열렸고, 이구아수는 그제서야 규칙적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닷 바람이 짠 내음을 싣고 한껏 열린 콕핏 내부로 불어왔다.
쓸데 없는 감상에 잠겨있을 시간은 없어. 그는 나직이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임무가 끝난 이후이기에, 어느 정도의 복귀 지연은 미시간도 눈감아 줄것이라는 합리화가 고개를 들었다. 바다, 사람들은 왜 바다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자신은 왜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바다에 이리 시선을 빼앗긴 것일까. 어쩌면 스트레스 때문에 기어이 돌아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들개 자식이 나타난 뒤로 모든 일들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 외성기업이든 해방 전선이든 할 것 없이 루비콘-3 전체의 세력 구도가 쉴 새 없이 바뀌어갔고, 그 변화를 정면으로 맞이한 것은 레드 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볼타도, 나일도 죽었다. 하크라가 죽은 것은 그것보다 더 오래 된 일이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그리 드문 경우는 아니지만, 루비콘은 이전까지 그가 레드 건에서 겪어온 전장들을 전부 합친 것 보다 더한 험지였다. 그는 칙칙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흐린 하늘에 비쳐 희게 뜬 수평선을 응시했다. 알 수 없는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쿠구구구—웅— 낮게 천둥치듯 울리는 소리가 언뜻 들려왔다. 파도 소리에 가릴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그 진동을 이구아수는 느낄 수 있었다. 북쪽 하늘을 중심으로 구름이 빠르게 걷히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곧이어 세찬 바람이 그가 있는 해안선에도 한 차례 크게 불어왔다. 두 현상을 미루어 볼 때, 어디선가 큰 폭발이 일어난 듯 보였다. 루비콘에선 이 또한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레드 건도 이 상황을 파악하려는지 단체 통신 회선이 활성화되어 부대원들이 음성 메시지를 빠르게 주고받았다. 부대로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그 메시지들의 흐름 사이로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는 메시지 UI를 내리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장막을 걷힌 하늘은 노을져 붉다. 하늘을 비춘 바다도, 언제 희었냐는 듯 붉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 사이, 그 둘도 아닌 또 다른 붉은 빛무리가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부유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삐삐— 레드 건의 통신은 방금 알림을 내렸을 텐데도 다시 통신 회선이 울렸다. 달리 연락이 올 사람도 없는데 개인 회선이 울릴 정도면 미시간이나 레드 정도에 불과했다. 복귀 명령이나 추가 임무 따위의…
[SOS: AC 구조 요청]
그러나 메시지의 내용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구조 요청 메시지에 포함된 위치 정보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한 대의 AC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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