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사냥개

약6월(향만첨가됨) AC6 5챕터~초회차 엔딩 초입 스포

C4-621. 제4세대 강화인간, 그 중 621번째. 그리고 핸들러 월터의 새로운 사냥개. 그것만이 그의 정체성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월터가 그를 동면장치에서 일으켜 세웠을 때. 즉,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한 조각 남지 않도록 흘려보내 숨만 간신히 내쉬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채 폐기일만 기다리던 강화인간에게 살아갈 목표를 내어준 그 사건이 621, 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시작점이자 자신의 핸들러를 각인된 새끼오리마냥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핸들러, 월터. 강화인간의 핸들러. 강화인간을 기르고, 훈련시키며, 영업까지 불사하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관계이면서도 동시에 그 관계가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성립되는 무조건적인 우군. 처음 본 그는 무자비하고 냉철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그와 마주하는 횟수가 많아질 수록 그것은 겉보기로 보이는 연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쉬웠다.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그 정으로 인해 죽었다. 개가 아닌 자신을 버리기로 결정하고서, 마지막 남은 탈출 기회를 내게 넘겼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이 관계를 유지했고, 마지막 의뢰비로 목숨을 지불했다.

그랬기에, 당신은 내게 명령만 하면 되었다. 굳이 부탁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저가 살린 목숨을 담보로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코랄까지, 전부 불태우라고. 50년 전 아이비스의 불이 그리했듯 성계 하나를 완전히 불살라 끝을 맺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불꽃 속에서 스러지라고 한다 해도 기꺼이 그리했을 것이다. 무엇 하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의 사냥개로서 살아가기를 다짐했고, 그것이 나의 긍지다. 누군가는 이것을 목줄에 끌려다니는 개에 불과한 삶이라 해도, 오롯이 내가 선택한 삶이다. 핸들러, 나의 주인. 당신이 내게 살아갈 이유와 구명줄을 전해 주었듯 나는 당신 사명의 끝을 전해 주겠다.

“레이븐… 그것이 당신의 선택인가요?”

그녀는 그리 물었다. 코랄과 인간의 공존, 그것은 아직까지는 먼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길이다. 월터의 이상, 그리고 에어의 이상. 그 둘은 양립할 수 없는 대척점에 위치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녀의 이상을 좇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주인에 대한 배신이었다.

개는 평생 한 명의 주인만을 섬긴다.

개는 한 명의 주인만을 섬겨야 한다. 설령 그 주인이 이미 죽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는 날 막을 수 없어. 너도, 기업도, 해방전선도. …이 순간 나는 핸들러의 개로 남기로 결정했으니까.”

이 결심은 흔들리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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