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이명
카르만선에 있는 이구아수
“윽, 젠장… 이명이 또…!”
어지럽다.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발진하는 자일렘에 밀항해 카르만선의 일렁이는 잔류 코랄파에 몸을 맡긴 순간부터, 이구아수는 찢어지는듯한 이명에 신음했다.
웃음소리, 인간의 음성을 그저 들리는 대로 모사한 것 같은 불완전한 대화의 편린, 웅얼대며 뭉개지는 발음, 메아리같이 울리는 듯한 흐릿한 음성… 그 음성들은 이구아수 그가 루비콘에서 지내온 기간동안 들어온 모든 소음을 합친 것보다 시끄럽고, 또한 고통스러웠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무언가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이명에 불과할 터였다. 젠장, 조정이 다 뭐란 말인가. 조정으로 이명을 없앨 수 있다던 의사의 말은 이명이 닥쳐온 지금 단지 뜬구름잡는 허상에 불과했다.
“움직여… 씨발, 움직이라고 좀!”
강화인간 특유의 커넥터를 통한 AC 조종. 사용자와 동화되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자신. 이구아수가 손을 움직이면, 헤드 브링어도 손을 움직인다. 이구아수가 발을 구르면, 헤드 브링어도 뛰어오른다. 코랄 노출로 인한 마비 상태에 접어든 이구아수, 그의 헤드 브링어는 자일렘 한 켠에 쓰러져 모로 누운 상태였다.
“나는 그 새끼한테… 한 방 먹여줘야 한다고…!”
가위에 눌린 것 마냥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그는 자괴감과 분노로 스스로를 태워 일어난다. 이를 악물어 턱은 욱신거리고, 코에선 피가 흐르고, 입에선 신물이 올라왔지만… 어찌됐든 그로서는 기어코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되었다. 헤드 브링어도 그와 함께 거구를 일으켜 두 다리로 바로 선다.
저 멀리서, 들개 자식의 AC 카메라가 번뜩인다. 베스퍼의 수석, 그리고 해방 전선의 AC마저 부숴버리고 가볍게 갑판 위에 내려앉은, 고작해야 탐사용에 불과한 기체. 더 이상 컨디션 따위를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만신창이이듯 레이븐 또한 연전으로 엉망인 상태일 것이다. 이구아수는 헤드 브링어의 부스터를 가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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