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Fika

AC6 오키프 이구아수 논컾. 그냥 커피를 마십니다.

‘씨발 커피가 무슨... 레드 건보다 보급 좆같이 주는 곳은 처음 보네…’

오키프가 손수 내려 제 앞에 놓아준 커피다. 커피 특유의 향은 온데간데없이 텁텁하고 쓴 맛만 느껴지는, 이른바 ‘탄 콩을 갈아넣은 물’에 불과한 검은 액체가 존재감을 뽐냈다. 도저히 마실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구아수는 커피잔을 도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나름 좋은 걸 찾아 대접한 건데 표정을 보니 입에 안 맞는 건 확실히 알겠군. 기업이 주는 보급이란 게 다 이 모양이니 이해해 줘.”

다과를 겸해 같이 놓인 과자라고는 보급용 크래커가 전부였다. 단 것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게,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작정하고 시비를 거는 중이 아니라면 아르카부스는 제 사원들에게 조금의 즐거움도 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베스퍼 3번 대장이 레드 건은 왜 불러다 앉혀놓은 건데?”

이구아수는 자신이 이 곳에 왜 있는지 몰랐다. 그야, 부르니까 온 것이긴 하지만 아르카부스 그 음흉한 놈들이 레드 건을 상대로 무슨 흉계를 꾸밀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아르카부스가 ‘재교육’해 돌려보내준 발람 사원도 한두 번 본 일이 아니었다. 제 앞에 앉아 점잔 빼는 놈도 마주친 적은 몇 번 되지 않지만 엄연한 베스퍼의 넘버링이다. 만약 이게 함정이라면, 전부―

“사실 별 이유는 없어. 매번 신입이 들어오면 한 명씩 데려다가 피카를 대접하는데, 이번 기수는 상담을 다 마쳤거든. 누구 덕분에 죽은 사람이 많아서 말이지…”

오키프는 사람 좋은 표정으로 커피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검은 액체를 들이켜며 말했다. 누구 덕에, 최근에 죽은 이들. 발람 사의 용병 고용 담당자를 후배로 둔 이구아수에겐 뻔한 이야기였다. 히알마르 채굴장 습격 의뢰를 지명으로 받아 간 녀석은 레이븐이 유일했다. 그것 외에도 얼마 전에 베스퍼 7번 대장이 공석이 되었다고 하던가? 아주 화려하게 날뛰는 놈이니 철로 된 관짝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기나 했으면 다행일 터였다.

“하, 웃기지도 않아. 그 들개 자식은 발람의 뒤통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후려갈기더니 아르카부스에서도 저질렀군… 그건 그렇고, 나를 고작 MT 부대 신입 따위의 대용품으로 부른 건가?”

“G5 이구아수, 그렇게 긴장하진 않아도 돼. 피카라는 건 단순히 여가 시간일 뿐이니까. 말동무가 되어주든, 그렇지 않든 네 자유다. 뭐, 널 콕 집어서 부른 이유는 개인적으로 미시간이 아낀다는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했을 뿐이야.”

“...”

미시간이 아끼는 녀석. 이구아수의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잠시 동요하는 듯 보였다가, 그럴 리 없다는 부정으로 바뀌었다가, 이내 최종적으론 자신의 앞에 앉은 상대가 자신을 기만했다는 데서 기인한 분노로 바뀌었다.

“번지수 잘못 짚었어. 미시간 그 영감쟁이는 그저 사람 괴롭히는 게 즐거운 고약한 중늙은이일 뿐이야. 그 자식이 관심을 둔 상대라면 들개겠지, 내가 아니라.”

그저 사람 괴롭히는 게 좋은. 이구아수는 그 부분을 유난히 감정적으로 목소리를 긁어가며 내뱉었다. 훈련이랍시고 허구한 날 사람을 치고, 굴리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게 취미인 자식이다. 아무리 저승보다야 낫다지만 개똥밭에서 구르는 입장에서 두 가지를 비교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딴 취급을 하는 작자가 자신을 아낄 리가.

“이구아수. 아르카부스 특수 첩보국의 정보력을 얕보는군. 너를 아끼는 게 아니었다면 레드 건에 실력자가 그리 없어서 네가 G5란 넘버를 받았겠나. 어느 부대를 가든 간에 한 자릿수 넘버링을 받을 정도면 아주 뛰어난 파일럿이란 뜻이야. 너도 알다시피, 미시간은 강한 녀석들을 좋아하고.”

“어이가 없군. 말을 말지, 경쟁사 따위가 레드 건의 뭘 알겠냐. 레드한테 기업 기밀 누출은 영영 안 될 모양이니 안심해도 되겠다고 전해줘야겠어.”

이구아수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다간 저 녀석의 페이스에 더 말려들 것이 분명했다. 짜증 나게, 쓸데없이 사람을 오라 가라 앉혀놓고 놀리고 있어…

“이런, 벌써 가는 건가?”

“누구 덕분에.”

“이구아수.”

“또 왜?”

오키프가 끈질기게 말을 이어가자, 이구아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종종 들러도 된다.”

“참 나… 적진 한가운데 다시 올까 보냐.”

오키프가 앉아있는 휴게실 바깥으로 나가 문을 닫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이구아수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오키프는 제법 먼 거리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시간을 그렇게까지 미워하진 않는가 본 데 말이야. 교육 방식이 안 맞는 자식이라니, 미시간도 골머리 꽤나 썩겠군.

*

“여, 이구아수. 오늘따라 기분 좋아 보인다? 아르카부스한테서 입사 제안이라도 받았냐?”

“닥쳐, 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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