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시간은 평등하다. 하지만 흘러갈 시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각자만의 시간을 소유하고 사용한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시간이 우리를 태우고 그저 흐를 뿐이다. 우리는 그 흐름에 깎여간다. 그것을 삶이라 부른다. 한 유령족 사내야말로 그 흐름의 풍파를 잘 알았다. 모름지기 자신의 모습을 가장 훤히 볼 수 있는 것은 타인인 법, 사내는 깎여가며 흩어지는
네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은 그저 마지막까지 너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것뿐이었는데.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 없던 네가 엉망인 꼴로 내 앞에 쓰러져 있다. 내가 안일했었다. 항상 무엇이든 자신만만하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게 너무 큰 자책감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