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미르 ts 설정 꿈 속에서 그는 늘 멈춰선 쪽이었다. 산맥을 넘어 범람하고 쇄도하는 것은 언제나 새하얀 물결이었고 그는 무력해서. 마침내 대양이 쏟아져들 때마저도 그가 선 대지는 요동칠지언정 굳건하게만 느껴져서, 그는 단 한 번도 몰락을 실감한 적은 없었다. 단지 그는 다가오는 파도를 보았고, 알았다. 끝은 심장이 멎을 만큼 가까웠다. 그는 깊
여름이 끝나가는 도시에는 더위가 채 마르지 않은 땀방울처럼 남아있었다. 핀두일라스는 긴 소매를 접어 올리며 난간에 두 팔을 올렸다. 이맘때의 미나스 티리스는 거대한 해골 같았고 순백의 묘비 같았다. 바람에 해어지고 파도에 쓸려 흰 나뭇결밖에 남지 않은 난파선 같았다. 허공을 잠식하는 열기가 단지 태양의 것만은 아니리라고, 이따금 핀두일라스는 상상하고
하지만 그분이 조금 이기적이라곤 생각지 않나요? “미안합니다.” “무엇이요?” 에오윈은 쾅 방문을 젖혔다. 빈 방이었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나스 티리스의 인구는 예전 같지 않았으며, 걷지도 못할 환자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모란논을 향해 떠나 버렸기에. 에오윈이 발 딛는 곳마다 피어오르는 먼지를 바라보던 파라미르는 결국 그를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포스타입 그해 여름은 무더웠다. 세차게 내리는 폭우조차 식히지 못하는 더위였다. 오히려 비는 한여름의 습한 대기가 품은 앙심처럼 쏟아부었고, 며칠을 내리 달구어졌던 땅은 기꺼이 그에 호응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는 내내 진흙은 장화 밑창에 달라붙었다가 끔찍하게 끈적이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가 형체 모를 곤죽 속으로 녹아들었다. 빗물은 장화와 망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