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USEONG
질 리 없던 것을 졌다. 아이 또한 알고 있다. 앞에 놓인 체스판이 여덟 개의 촉수로 빠르게 정리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가 미간을 보다 깊이 찌푸렸다. 눈앞의 동물은 크라켄. 그러니까, 그의 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만큼이나 작아진 붉은 문어를 그 누구도 아닌 트로이메라이가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었으므로. 그것엔 그 어떤 증
하지만 토끼는 스스로를 위해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옆으로 감춘 주먹을 작게 쥐었다 편 토끼가, 문어를 감싸인 이불 채로 들어 올려 침대 아래로 내렸다. 그야 주인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사용인의 업무 아니던가. 트로이메라이는 그 행위의 어느 것도 방해하지 않았다. 소녀가 문어를 들어 올릴 때에는 시선을 닫힌 창문 방향으로 돌리기까지 했던
이런 때엔 어떤 말을 해야 하더라. ‘저 나름 잘 두는 편입니다?’ 또는 ‘싫으시다면야 다시 가져갈게요?’ 그것도 아니라면 ‘좋으시겠네요.’ 떠오르는 예상 답안들이란 죄다 예의―라기보다는 싸가지― 함유도가 지나치게 낮았으므로, 토끼는 끌어 올린 입꼬리만을 더욱 경련했다. 일단은,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답인 사죄를 하면……. 하지만 토끼의 뇌와 입보다 아이
사랑하는 나의 ■■. 누나가, 꼭 돌아갈게…….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잤다. 침대에 흐물거리며 누웠다가도, 어느 순간 살피면 색색 잠들어 있고는 하던 것이다. 아이는 깨어서도 자주 눈을 감고 지냈으나, 잠든 것과 그러지 아니한 것을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단순히 느낌만으로 충분했다. 또는 분위기라 해야 할까. 그런 것이 묘하게 달랐으므로. 토
자유라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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