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7월, 일간지 및 가십지들
제르네우스 맥과이어
예언자 일보, 1913년 7월 10일 (목)
“순수함"은 죄인가? ー 후속기사 3p.
지나가던 행인에게 봄바르다? ‘묻지마 순혈 혐오’ 확산
프레드릭 모리머 기자
일면식 없던 남성을 피습해 여러 차례 저주를 쏘아 의식 불명에 이르게 한 20대 혼혈 마법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지난 4일 오후 마법부에 방문해 국제 마법 협력부 직원 B 씨에게 어둠의 마법을 사용해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직후 현장에 출동한 오러는 A 씨를 범행 현장에서 붙잡았다.
마법 정부 산하 오러 본부는 A 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B 씨를 포함한 순혈 마법사, 마녀 10여 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발견하였다고 밝혔다. 오러 본부는 두 사람 간에 일면식이 없었던 점, A 씨가 혼혈 마법사인 스스로의 처지를 자주 비관하였다는 주변의 증언을 근거로 이를 순혈 마법사에 대한 혐오 범죄로 해석하였고, 지난 9일 이례적으로 위즌가모트의 구성원들이 전원 배석한 재판이 열렸다.
B 씨는 사건 발생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에 빠져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A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였으며, 위즌가모트는 A 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하였다. 선고 공판은 내달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여성잡지 먼슬리 위치, 7월 호
사회 칼럼 / 듀크스 병 환자에게 아버지를 빼앗긴 어린 아들의 슬픔
에이미 더글라스 씀.
소식을 들은 것은 7월 5일의 토요일이었다. 드물게도 화창해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오기 좋은 여름의 휴일, 마법부에 침입한 한 괴한에 의한 무차별적인 테러에 한 소년의 아버지가 희생당했다.
기자이기 이전에 두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로서, 처음 소식을 접한 나는 부모로서의 동질감에서 비롯된 착잡함이 마음을 강하게 짓눌렀으나, 수사 자료를 읽어볼 수록 다른 종류의 놀라움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게, 사건의 피해자는 바로 ‘테오 아처’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또래의 마녀들은 대부분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때 주간지에서 매력적인 미소 상을 수상하였고, 훌륭한 배경에도 자만하지 않고 단정한 태도를 유지해 많은 이들의 선망을 이끌어냈으나, 끝내는 머글 출신의 한 요부에게 홀려 피를 배반한 이 매력적이고도 끔찍한 마법사를 말이다.
슬리데린 출신에 걸맞는 훌륭한 인품을 지니고 있던 그는, 머글 출신의 미국인 마녀와 결혼한 후로부터는 임페리우스에라도 걸린 것처럼 비순혈 마법사들에 대한 권리 향상을 공공연하게 피력하고는 했다. 당대로서는 급진적이었고, 그만큼 머글에 우호적이던 그에게 순혈 마법사를 혐오하는 혼혈 마법사의 피습이 닥치다니? 배은망덕을 넘어서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
나는 의미 없이 타자기를 두드리기를 그만두고 직접 재판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례적으로 위즌가모트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석한 재판은 방청객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피고인을 마주하자, 나는 그 모든 모순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말이 통하지 않는 끔찍한 사내였고, 짐승이었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그 짐승은 순수한(pure) 마법사들에 대한 열등감에 미쳐 일을 저지른 듯 했다.
중태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 증인으로 재판에 나선 소년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분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는 듯 눈물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소년의 절제된 눈물은 그 냉혈하고도 공정하기로 소문난 위즌가모트의 의장조차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위즌가모트의 구성원들이 드물게도 피고인에 대한 극형을 논의했던 것에 이러한 요소 또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판이 끝난 후에는 그를 따라잡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나, 소년은 자신의 비통과 배은망덕한 비순혈 마법사들에 대한 증오를 티내고 싶지 않은 듯 침착함을 꾸며낸 떨리는 목소리로 취재를 거절하였다. 위 사건은 순혈 마법사들에 대한 혐오가 사회 곳곳에 숨어 있음을 증명하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만이 정답임을 증명하는 한 가지의 선례가 될 것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청년지 먼슬리 파이어워크, 7월호
이번 달의 사회.
‘순혈 마법사에 대한 혐오 범죄’, 성립할 수 있는 단어인가?
재클리 에이비스 기자
오러 본부는 순혈 마법사 테오 아처에 대한 피습 사건을 두고 순혈 마법사에 대한 혐오 범죄라 명명하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혈통에 따른 혐오’라는 검을 쥐고 흔드는 것은 누구이고, 또 그 칼 끝에 맞닿아있는 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는 의견 또한 나오기 시작한 만큼,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 하였다.
7월 9일, 늦은 오후에 개정한 재판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피고인은 호그와트 출신의 혼혈 마법사로, 이전에 비순혈 마법사 혐오 테러 단체인 ‘춤추는 발굽’의 일원으로 체포된 전적이 있었다. 그는 ‘춤추는 발굽’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머글 출신 마법사들에 대한 폭행과 상해로 구속되었으나 당시에는 증거 불충분으로 집행 유예를 선고 받은 바 있다. 피고인은 열등한 머글 혈통의 듀크스 병 환자들을 옹호하는 피해자의 언행이 잘못 되었으며, 자신은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정의를 구현한 것이라 정당방위를 주장하였다.
오러 본부 측에서 확보한 증인은 피고인의 옛 연인으로, 그녀는 피고인이 예전부터 혼혈이기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 차별받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 비관이 있었으며, 혈통에 따른 우월성을 억지로 납득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혼혈인 스스로가 머글 출신보다 우월함을 증명하고자 머글 출신 마법사들에 대한 테러 단체에 가담하기도 했음을 증언하였다. 피해자인 테오 아처의 대리로 재판에 참석한 그의 아들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따로 일면식이 없고 과거의 은원 관계가 없음을 증언하였다.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의 아들 제르네우스 맥과이어 군은 모든 종류의 취재를 정중하게 거절한 후 사실과 다른 억측 및 소문에 엄정 대응할 것을 경고하였고, 피고인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의 이러한 사감 없는 태도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모순 때문이 아닌, 구조적으로 혈통을 차별하는 사회 내 오류에서 발생되었음을 여론 또한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마법부의 주도하에 마땅한 구조적 예방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가? 이는…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