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에서 비롯되는 것

평범 혹은 배려, 그것도 아니면 믿음.

저 사람이 두르고 있는 옷이 있다.
그 옷은 너무나도 따뜻해 보였고, 단정하면서도 정감이 드는 옷이다. 자신을 저 바깥의 맴돌고 있는 추위에서 지켜줄 수 있는 옷이며, 자신 뿐만 아니라 남에게 까지 빌려주고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옷이다. 겉은 조금 푸석해 보이긴 했지만 그런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친근감이 소매에 삐져나온 실처럼 자꾸만 풀어진다. 그 실이 제 손가락 사이나 손톱, 혹은 다른 옷의 단추에 걸리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것도 똑같았다. 다가가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그 옷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짧아 허공에 머무는 제 아쉬운 손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먼저 나를 편하게 만들고 내 마음 한구석에 안심을 만들어 놓고서는 도망가 버린다. 1분, 1초도 아까운지 발걸음이 바쁘게 울퉁불퉁한 바닥을 밟으며 사라진다. 그 바닥엔 먼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발을 구르면 아무리 깨끗한 바닥이더라도 먼지가 일렁이던데 말이다. 저 사람은 무엇이 그렇게 싫었던 건지 제 발밑에 있는 먼지까지 잠재웠다. 그 먼지처럼 나도 잠재울 것 같아서, 저 사람이 나에게 주었던 그 작은 안심과 친근감 때문에 주변에 잠자고 있던 먼지를 깨우며 따라갔다.

계속 따라가며 기다려 달라고 무음으로 소리를 지르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모습을을 계속 숨기려 비좁은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제 발에 걸리는 것은 구겨진 빈 캔과 주인을 잃은 거미줄 따위의 것이다. 이런 곳에 온다면 저 사람의 옷이 금방더러워질 텐데 이런 걱정이나 하기 시작한다. 골목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에 있는 빛조차도 건물 사이를 겨우 뚫고 들어온 잠깐의 태양 빛. 그거마저도 구름에 가려져 어둑해지더라.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 사람이 다시금 제 눈앞에 아른거렸다. 저 멀리 있어서 형태나 옷의 길이, 그리고 가슴의 두근거림으로 밖에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으니, 나도 그에게 안심을 주고 싶었다.

저 사람이 두르고 있던 옷이 있었다.
나에게 그렇게 쉽게 주었던 친근감이 이제는 보잘것없는 감정이 되어버렸다. 감정이라고도 하기에 무엇한 그것은 그저 껍데기였다. 나를 잠시 동안 따뜻하게 해주었던 안심과 배려, 그 작은 웃음이 그저 패션이었단다. 옷처럼 두르고 자신을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포장을 열심히 한, 안은 텅텅 비어버린 근사한 선물상자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싫진 않았다. 오히려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생존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생존을 하는 저 사람에게서 안심을 느꼈고, 그 안심은 곧 침묵하여 먼지처럼 잠들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결점에 대한 말은 두려워하면서, 남을 비판하고 까 내리는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어 저 사람에 의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햇빛이 들어오지도 않는 골목에 가두었고, 큰 소음에도 일어나지 못하는 먼지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그에게 손을 뻗지 않았다.

질투
― 남을 부러워하는 감정, 또 그것이 고양된 격렬한 증오나 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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