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를리]취우

세븐나이츠 태오x오를리 여름철용 단편

우엉노트 by 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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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 비가 내리는 걸 보다가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나서 써갈겼습니다. 태오x오를리 커플 소설이니 읽고 싶지 않은 분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시간 부족으로 퇴고는 한번만 하고 맞춤법 검사는 거치지 않아서, 내용도 그렇고 오타와 비문 등이 많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취우(驟雨)

오랜 세월 거대한 섬을 하늘에 띄울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고대인들이었으니, 그 섬의 기후를 늘 맑은 날씨로 제어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 천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부유섬을 말하는 것이다. 정식 명칭은 천상의 계단이다.

 

천상의 계단이 고대인들의 관리 하에 본래의 기능을 다하던 시절에는 그곳에서 기상이변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고대인들은 가이아의 대류권을 벗어나 구름층 위 날씨 변화가 거의 없는 성층권에 천상의 계단을 지어올렸고, 섬의 날씨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마법 장치를 중앙제어실에 설치했다. 비가 필요한 구역에는 적당한 양의 비가 적당한 시간에 걸쳐 내렸고, 산들바람이 불어야 할 장소에는 예고된 시간에 정확히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눈을 보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거주구역 내에 눈을 뿌려달라고 중앙제어실에 요청하면 되었다. 그 시절에는 통제할 수 없는 기상현상이 없었기 때문에 기상예보조차 불필요했다. 머나먼 미래의 상상화 속에 나올 법한 광경이 실은 오래된 과거의 기록화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광경은 먼 과거 또는 먼 미래에서나 존재할 뿐, 바로 지금 현재 천상의 계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최근 천상의 계단에서는 가끔씩 예기치 못한 기상 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천상의 계단에서는 거의 모든 날이 맑고 쾌적했지만, 서너달에 이 삼일 정도는 구름이 몰려들어 햇빛을 가린다거나, 태풍이 몰아닥쳐 폐쇄 구역의 건축물 잔해들이 이러저리 구르고 부딪쳐 산산조각이 날 때가 있었다. 어느 때에는 함박눈이나 장대비가 온종일 쏟아지기도 했다.

 

"고장이 나서 그래."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어야 할지 체념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로, 오를리가 중얼거렸다.

 

푸른 눈동자는 처맛단에서 한 없이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물방울의 주렴 너머로 장대비가 바닥을 뚫을 기세로 세차게 쏟아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앙제어실의 기상 제어 장치가 고장이 난 거야. 제어실 내부에 접근이 불가능해서,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난 건지, 원인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말야.“

 

"결계를 풀지 못하니 방법이 없겠지."

 

오를리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로 처마 바깥의 비를 지켜보던 태오가 담담하게 말했다.

 

오를리는 태오를 바라보다가, 마법으로 손수건을 불러내었다.

 

"그렇게 갑자기 쏟아졌으니... 아무리 서둘러 들어와도 결국 젖어버렸네."

 

오를리는 태오의 앞머리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늘 쓰고 다니는 양산이 우산 역할을 해준 덕분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도 젖지 않은 오를리와 다르게, 태오의 머리와 어깨는 여기저기 조금씩 젖어있었다.

 

"괜찮다. 곧 마를 거다."

 

말로는 사양하면서도, 태오는 고개를 돌려 오를리의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알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오를리 역시 태오의 이마를 닦는 손짓을 멈추지는 않았다.

 

길게 뻗은 처마 아래 깊숙한 안쪽 공간은 어둡고 눅눅했다.

 

오를리는 입을 다물고 어두운 그림자가 한층 넓고 짙게 드리워진 태오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내렸다. 태오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오를리의 손길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처마 위 기와지붕과 바깥의 땅바닥을 두들겨대는 거센 빗소리가 청각을 지배했다. 이 와중에도 오를리의 귀는 빗소리 사이에서 태오의 숨소리를 선명하게 붙잡아 듣고 있었다. 그런 강렬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이 오를리도 믿기지 않았다. 

태오의 짙푸른 눈동자는 오를리의 얼굴을 차분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인지 바로 알아차리는데 이럴 때는 전혀 모르겠다고, 오를리는 생각했다.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라서, 저 짙푸른 눈동자 너머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있는지 살필 겨를이 사라졌다.

 

오를리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면서, 이번 의문은 망각의 어둠 속에 던져 버리기로 했다.

 

‘내가 물어봤자, 절대 솔직하게 말해주진 않을 거야.’

 

오를리는 물기가 완전히 마른 태오의 턱 끝에서 손수건으로 덮인 손끝을 떼어냈다.

 

"예전 일이 생각나네.“

 

어둡고 눅눅한 주변 분위기 때문에 점차 가라앉는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를리는 일부러 활기찬 말투로 이야기했다.

 

"달빛의 섬에 있을 때도, 이런 식으로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다니곤 했잖아.“

 

태오는 기억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이 숲속에 있어서, 비를 피할 곳을 찾느라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지. 멀리 보이는 초가집 한 채가 얼마나 반가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는지 몰라. 서둘러 지붕 아래로 들어갔지.”

 

두 사람이 깊은 산속에 숨어있던 요괴를 쓰러트린 뒤, 촌장에게 알리러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고 우르릉 소리가 나더니, 하늘을 가린 먹구름에서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였다.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찾자마자,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최대한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땅을 박차고 날아간 태오가 순식간에 초가집 처마 끝에 착지하는 동안, 순간이동 주문을 외운 오를리는 한 차례 번쩍이는 빛이 되었다가 초가집 처마 아래에서 다시 나타났다.

 

“요괴의 마지막 주술이라고 믿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자기 집으로 들어가 숨는 바람에, 비 내리는 동안 마을 전체가 아주 조용했어.”

 

오를리는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초가지붕 아래 태오와 나란히 서서, 지금처럼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풍경을 말없이 함께 바라보는 그 시간이 그저 좋아서, 비가 계속 내려주기를 바랐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오를 살짝 훔쳐보았는데, 태오와 시선이 마주쳐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인지 오를리를 줄곧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왜...

 

‘왜 그래?’ 라고 물으려던 순간, 오를리는 관자놀이 부근에 돌연한 온기를 느끼고 숨이 막혔다.

 

숫자 셋을 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오를리는 태오가 손을 뻗어 길게 흘러내린 자신의 앞머리를 만진 것이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는 이미 태오가 오를리의 머리끝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내고 손을 거둔 뒤였다.

 

- 비가 들이치는구나. 처마 안쪽으로 더 물러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태오의 말투는 딱딱하고 차가웠지만, 그 말을 듣는 오를리의 두 뺨에는 열기가 몰렸다.

 

- 그, 그래... 아예 벽에 붙어 있어야겠어.

 

오를리는 뒤로 물러나 치맛자락이 구겨지지 않게 앞으로 붙잡은 뒤 차가운 흙벽에 등을 살짝 기댔다. 저도 모르게 긴장한 것을 깨닫고, 태오에게 들키지 않도록 소리 없이 심호흡했다.

 

태오는 오를리가 벽에 등을 기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는 오를리와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나 벽에 등을 대고 팔짱을 꼈다.

 

그날의 비는 20분 정도 더 내리다가 뚝 그치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개었다.

 

흐뭇한 추억 속에 빠졌던 오를리를 깨운 것은 태오가 불쑥 중얼거린 한마디였다.

 

"이런 풍경도 꽤 운치가 있구나.“

 

오를리는 태오의 시선을 따라 처마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으로부터 한 길 정도 떨어진 거리에 아담한 정원이 있었다. 물안개에 감싸인 무성한 초목은 녹음이 한결 짙어 보였다. 생울타리마다 주홍빛 꽃무리가 흐드러졌고, 정자 앞 연못에는 연잎이 가득했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거센 빗소리 사이로 개구리 울음소리와 벌레 소리가 희미하지만 청량하게 들려왔다.

 

비가 내리는 정원의 풍경은 산뜻하고 싱그러웠다.

 

"가끔은 갑작스러운 비도 나쁘진 않군.“

 

태오는 빗속의 정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태오는 원래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니까. 물론 나도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고.“

 

오를리는 새삼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태오는 오를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뜻밖에 이런 광경을 마주치는 것이, 말이다.“

 

태오는 그렇게 말하며 오를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느릿하지만 주저함 없이 움직이던 손길은 오래전 오를리의 흘러내린 앞머리에서 빗방울을 털어냈던 바로 그곳에 다시 머물렀다.

 

오를리는 눈을 크게 뜨고 태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해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에 태오가 손을 거두고 시선을 돌린 것도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오를리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와 똑같아. 그때 일을 생각했던 거야. 틀림없이-.’

 

잠깐 보았을 뿐이었지만, 태오는 과거를 떠올릴 때의 눈빛을 띠고 있었다. 오를리는 확신했다.

 

"이런 식으로..., 뜻밖에 함께 있는 것도?“

 

"...그래.“

 

가뜩이나 낮은 목소리는 거센 빗소리에 뒤덮여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환청은 분명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태오의 동작은 너무 작아서 어두운 처마 그늘 속에서는 구별하기 힘들었지만, 환각은 분명 아니었다.

 

오를리는 아랫입술을 살며시 떨다가 이내 입가에 우아한 미소를 띠고, 빗속의 정원을 바라보는 태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 빨리 그치지는 않을 모양이군...음?“

 

예상보다 오래 내리는 비가 서서히 걱정될 무렵, 태오는 문득 가까워진 익숙한 기척에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태오 옆으로 바싹 다가온 오를리가 태오의 아래팔을 두 손으로 가볍게 쥐고 있었다.

 

"오를리?“

 

"가끔은... 우리끼리 있을 때는... 이렇게 있어도 괜찮지 않아?“

 

오를리는 오른팔로 태오의 왼팔을 가볍게 끼고, 머리는 기울여 태오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오를리.“

 

태오는 놀란 표정으로 오를리를 바라보았다.

 

"싫으면 그만둘게."

 

오를리가 태오의 어깨에 기댄 머리를 떼어내며 말했다. 태오에게 낀 팔짱은 풀지 않은 채였다.

 

"아니, 그런 게 아니다.“

 

태오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잠시 흐려졌던 오를리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오를리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던 태오는 곧 긴장을 풀고 다시 처마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비가 생각보다 더 오래 내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오를리는 고개를 들어 태오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말속에 뭔가 숨겨진 뜻이 담긴 걸까?

 

오를리는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지만, 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열렬히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태오에게 보냈지만, 태오는 오를리의 시선을 모른 척하고 빗속의 정원만 바라보았다.

 

‘정 귀환하고 싶으면 내 마법을 사용하면 될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오를리는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머리를 다시 태오의 어깨에 기대고 빗속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기상 제어 장치도 그렇고 중앙제어실은 여기저기 고장 난 게 확실해. 결계를 풀려면 정말 많은 연구가 필요해. 결계를 푸는 건 겨우 시작일 뿐이야. 다음 단계는 제어실 내부에 설치된 수많은 장치를 파악하는 일이야. 어쩌면 모든 고장을 완전히 고칠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꼭 고쳐야만 하는 건가?”

 

오를리는 다시 고개를 들어 태오를 바라보았다.

 

“장치가 고장 난 상태로 계속 작동했다간, 더욱 심각한 고장이 일어날지도 몰라. 기상 제어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을 섬세하게 결합해야 가능한 기능이야. 다른 장치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었을지도 모르니까, 계속 내버려 둘 순 없어.”

 

"그렇군.”

 

“왜 그러는데? 뭔가 위험한 예감이라도 들어?”

 

“...이 구조물이 모든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막대한 양의 힘이 쓰이겠지. 그 영향으로 이 별의 힘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고갈될지도 모른다.”

 

오를리는 태오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처마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오가 그렇게 걱정할 만도 해. 이곳은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공간이니까. 사람은 원래 이런 높이에서는 살 수 없어. 구름층 위라서 대기의 흐름은 안정적이지만, 공기는 희박하고 기온은 혹한의 대지보다도 낮아. 이런 곳에 수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려면 정말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천상의 계단을 만들 동안, 지상의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폐허가 되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지. 이 장소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무한에 가까웠을 자연의 힘과 마법력을 빠른 속도로 소모했겠지. 어쩌면 이곳은 지금처럼 거의 봉인된 상태로 유지되는 편이 좋을 수도 있어.”

 

“그래, 그래서 이 구조물이 지상에 미치는 영향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곳을 둥지로 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지.”

 

“하지만, 무엇이 최선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어. 제어 장치의 고장을 방치했다가 고장이 점점 심각해져서 제어실 전체가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천상의 계단 전체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지상에 끔찍한 위험을 초래할지도 몰라.”

 

“진퇴양난이로군.”

 

“...난 이 공간에 남겨진 모든 지식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해. 그래야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을 테니까.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어쩌면 또 다른 제3의 선택이 가능해질 수도 있어.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이 공간이 가이아의 힘을 남용하지 않으면서도 하늘 위에 오랫동안 안전하게 떠 있을 방법을 찾아낸다는 그런 선택 말이야.”

 

“그래,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태오는 고개를 끄덕인 뒤, 오를리가 팔짱을 낀 자신의 팔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동작에 따르듯 오를리는 상체를 태오에게 더욱 바싹 붙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기상 제어 장치는 당장 고칠 수 없더라도 괜찮을 거야. 천여 년 동안 큰 문제 없이 버텨온 마도 기술이야. 지금까지 이상 기후가 심한 피해를 일으켰던 곳은 전부 폐쇄 구역 뿐이었어.”

 

"둥지에 큰 피해만 없다면, 상관없겠지.”

 

“한동안 지상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를 겪게 될 거야. 가끔은 오늘 같은 날이 있어도 좋으니까, 장치를 고친 뒤에도 고장난 것처럼 제멋대로 바뀌는 날씨를 구현해볼지도 몰라.”

 

천상의 계단에 갑자기 찾아온 장대비는 그로부터 두 시간 정도 더 쏟아진 뒤, 말끔하게 그쳤다. 그때까지도 둥지로 귀환하지 않고 처마 아래에서 머물러 있던 두 사람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지붕에 남은 빗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처마 밖으로 나가, 맞은편의 아담한 정원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끝>


* 세나2 니아와의 상호대화에서 오를리는 마도공학에 무지한 기계치 같은 면모를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븐나이츠 세계에서 마법사들은 신비주의자 같을 때도 있지만 자료수집, 실험과 연구를 하는 등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일 때도 많습니다. 니아의 로봇 볼트 역시 마법사가 개량해준 적이 있었고 말입니다. 오를리가 몸담았던 마법학회에서 키메라인 세자르를 관리하는 방식은 관찰하고 실험하는 과학 연구처럼 묘사되었고요. 오를리 역시 자료를 수집하고 마법을 연구한다고 직간접적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미래의 마법사인 멜키르만큼 실험과학자적인 면모를 뚜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죠. 세븐나이츠 세계의 마법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신비주의자에서 과학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오를리는 분명 이공계 감성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예계 감성인 태오와는 대조적으로 말이지요..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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