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카녹
최근까지도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이지만, 내 뇌에도 트라우마성 기억들에 대한 방어기제가 단단히 작용한 것 같다. 그리고 단지 어릴 때, 오래된 기억들만이 아니라 사실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최근까지의 기억들도 가물거리고 흐릿한 것이 많아서 이것을 깨달았을 땐 정말 좌절이 더 심했다. 기억이 흐린 인간은 필연적으로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생생하게
가지 않은 길이 너무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내가 가지 않았던 게 아니라, 사실 가지 못했던 길인 것 같다. 포기한 길도 있긴 하지만 포기당한 길이 훨씬 많은 느낌이다. 이 주제에서 너무 깊은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날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면? 가고 싶었던 길은 가지 못한 길이고
중고등학생 때 락을 많이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그럼 어떤 밴드를 좋아했냐고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때는 분명 이미 고전에 가까운 락밴드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밴드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재밌고 즐거웠고 더 많은 음악을 다양하게, 많이 들어보고 싶었다. 좋아하고 끌리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큰데 거기에 깊게 빠지거나 즐길 수는 없었다. 그
어릴 때는 무지개색을 좋아했었다. 여러 가지 색 좋아하는 색이 조화롭게 다 모여 있는 게 굉장히 예뻐 보였다. 과학시간에 구경하는 프리즘도 좋아해서 내 것으로 하나 갖고 싶었다. 지금은 무지개색을 그렇게 좋아했었는지도 의심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때는 그랬었다고 생각한다. 무지개 우산이 유행할 때 길에는 무지개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았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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