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는지

주간창작 챌린지 6월 2주차 - 밴드

중고등학생 때 락을 많이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그럼 어떤 밴드를 좋아했냐고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때는 분명 이미 고전에 가까운 락밴드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밴드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재밌고 즐거웠고 더 많은 음악을 다양하게, 많이 들어보고 싶었다. 좋아하고 끌리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큰데 거기에 깊게 빠지거나 즐길 수는 없었다. 그때는 컴퓨터 사용도 인터넷 접속도 힘들어서 좋아하는 마음이 차올라도 여러 음악을 찾아보기도 듣기도 정말 힘들었다. 집에선 내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늦게 가진 mp3로 음악을 듣고 있기만 해도 청력에 나쁘다며 싫어했다. 하루 종일도 아니고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고 있는 게 보이기만 하면 그런 소리를 하고 싫어하니. (그럼 애초에 사주긴 왜 사준 건지?) 락이나 메탈이 아니여도 시끄럽고 요란한 가요 같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휴식을 취할 때 듣는 음악은 공부와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클래식을 들어야 한다며 강요했다.

지금 바로 떠오르는 린킨 파크도 좋았었지만 멤버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특별하게 좋아한 건 아니었다. 트랙스는 음악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 아이돌이 아닌 가수가 나오는 게 신기해서 끌리고 좋아하게 됐어서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역시 멤버도 잘 모르고 그때 좋아했던 노래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밴드를 생각해보려고 해도 바로 떠오르는 그룹이나 락스타는 없다. 애니송, J-rock도 많이 들었었는데 꼭 락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 같은 밴드 악기들의 소리와 구성하는 시끄러운 강렬함을 사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끄럽고 큰 음악이 쾌감을 주기보단 듣기가 힘들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직도 좋아하고 싶은데도 그렇다. 찾아보거나 알아볼 기운도 없고 익숙하고 아는 노래만을 듣게 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가 있지도 않고, 남들에게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취향을 형성할 수 있었던 시기에 박탈당한 것만 같은 이런 기분은 굉장히 슬프고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에 와서 그때와 같은 마음을 갖거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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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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