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이 영웅을 부르는 노래
아이돌 마법소녀말고 밴드 마법소녀(*미완)
후회도 회한도, 물론 이견도 없다. 우리는 분명 이런 무대에서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구렁텅이에 고민없이 뛰어들고 전부를 불사르며 빛나다 못해 잿가루만 남길 부나방이 되더라도 우리는 오로지─.
[ 전장이 영웅을 부르는 노래 ]
아이돌 마법소녀말고 밴드 마법소녀
"누구세요."
매정한 말을 뱉고 그대로 지나쳐 가는 서우를 망연히 보다가 급히 그를 쫓았다.
"…아니! 같이 해줘!"
"누구시냐구요."
나는 재차 말했고 서우는 다시 무시했다. 너무해! 삐졌다는 의미에서 입을 비죽였지만 관심도 없다.
감서우. 체질이 아니라서 인싸는 아니지만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유지할 줄 알고, 성적 우수, 운동 신경 우수, 말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이 시대의 모범생! …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상은 활자 중독─주로 소설, 장르나 매체는 안 가린다─에 시간 관리 안돼서 맨날 시간에 쫓기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무려 태어나기 전부터 알았던─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들께서─내 십 칠년지기 단짝, 영혼의 반쪽 되시겠다. 단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쌀쌀맞지만. 매번 말하지만 상처받는대도.
"아, 감서우! 나랑 밴드 하자고오오!"
"하아…, 찡찡대지 좀 마." 성까지 붙여서 소리치자 우뚝 멈춰선 서우가 징징거림에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그러게 누가 단짝을 무시하래? …화 난 거 아니지?"
"너야말로 눈치 볼 거면서 자꾸 찌를 거야?" 서우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나를 향해 삐딱하게 물었다. "누구랑 할 건데."
나는 그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우고 활짝 웃었다. 그거야 당연히─,
"우리 팀 애들이랑 하면 되지!"
나는 재작년에 참으로 기이한 행운을 만났다. 비오는 날에는 짧더라도 산책을 나가는 건 일종의 징크스 같은 거였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우산보다는 우비를 선호해서 투명한 우비를 입고 골목을 도는 중에, 웬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만났다. 솔직히 그냥 지나치고 싶었는데, 좀…, 좀 재수가 없었달지, 굉장히 신경 쓰이게도 진학할 예정인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가다가 그대로 굳어서 당황스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려니 '선배님'이 다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으…, 허리야…."
진짜 저렇게 말했다. 내 기분은 더 당황스러워졌다. 그런데 그 '선배님'은 한 술 더 뜨셨다. 슬쩍 고개를 들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저기요…? 후배 시켜줄테니까 와서 부축 좀…, 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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