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부터 시작하는 육아법 1화
“이 망할! 어떻게 된 게 되는 게 하나 없어!”
쨍그랑, 하고 병이 머리 위를 지나 벽에 부딪히며 깨졌다. 저기서 고성방가를 하는 것은 내 아버지라는 보호자로 맨날 하는 것이라곤 술 마시고 신세 한탄밖에 없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이다. 지금은 개새끼지만. 술만 마시지 않으면—
“뭘 그렇게 쳐다봐!!”
와장창, 하고 상이 엎어졌다. 아이고, 시발! 일어서기도 힘든 몸으로 술잔이랑 안주를 놔줬더니 저 지랄이여!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과 그릇을 보며 속이 쓰렸다. 저거 치우는 것도 결국 내 일이라서 더욱 말이다. 환장하겠네.
옆집에 사는 프랭스 아저씨가 보호자 몰래 먹으라고 나눠준 오징어를 선심써서 구워 안주로 내어줬는데. 시발 그냥 내 입에 넣을걸. 아이고, 아까워라!
“썩 꺼… 뭐, 뭐야, 넌.”
응? 보호자의 말에 바닥에 나뒹굴게 된 구워진 오징어를 잡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엥? 뭐여, 이 키다리들은. 처음보는 낯짝들이다. 이 주변에서 본 적 없는 놈팽이들이 왜 남의 집에 들어오고 그러는 건데?
“후 후 후후훗! 지금, 난… 기분이 굉장히 더럽거든….”
으엥? 당신 기분 나쁜 거랑 우리 집 들어오는 거랑 뭔 상관임??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날 내려다봤다. 아따, 거 키 개 크시네요.
“내 집에 멋대로, 컥! 켁!! 꺼억!!”
“그만 좀 다물지.”
아. 보호자의 목을 잡은 새끼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억이 났다. 저 하이톤 근육이와 핑크털 선구리가 누군지! 근데 저기 왜 당신네들이 여기 계세요?? 그리고 왜 내 보호자에게 그런 못된 짓을 하고 그러시죠? 저기요?? 내 보호자는 연약한 50대의 취객일 뿐인데!! 아, 그게 문젠가?
“정말, 역겨운 기분이야….”
“어쩔까, 도피.”
“……총 내놔.”
으엥? 저기? 지금 뭐 하세요? 총은 왜……?
“쓰레기 같은 부모는….”
저기요?
“죽어주는 게 가장 최고의 선물 아니겠어?”
탕.
시발, 뭐야. 뭔데. 아니, 저기요. 아니, 예?
하이톤 근육이가 손에서 힘을 빼자 내 보호자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마 정중앙에서 줄줄 흐르는 피와 텅 빈 눈을 보자니 죽은 게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총에 맞으면 죽는 건 당연한 거지만.
핑크털 선구리가 내 보호자를 죽여버렸다. 내 하나뿐인 보호자를? 이렇게? 죽여? 아니,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원래 미친 새끼인 건 알았지만, 진짜 미친 새끼 아님?? 그리곤 날 다시 쳐다본다.
뭘 봐, 새끼야. 감히 내 보호자를 죽여?? 개자식! 달려들어서 놈의 다리를 물었는데 꿈쩍도 안 한다. 시발, 내가 아직 3살인 게 한이다!
“…….”
근데… 이 새끼 왜 날 저렇게 꼬나보고 지랄이지?
“…….”
뭐, 뭔데. 뭐. 왜.
뭘 꼬나보고 지라─
“닮았군.”
…녜? 뭐가요?
핑크털 선구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날 고양이 잡아들듯 목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뚫어져라 보는가 싶더니 핑크털 선구리는 곧 날 핑크 털로 돌돌이로 만들어서 안아 들, 엥…?
시발? 지금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그 꼬맹일 어쩌려고?”
“데려간다.”
“알겠어.”
그게 끝이었다. 아니, 저기요. 저 듣는 귀 있거든요??? 시발 무슨 설명이라도 해봐! 반항을 하기 위해 분홍 털에 싸 매여져 있던 팔을 쏙 빼내서 핑크털 선구리의 뺨을 내려쳤다.
쫙, 하는 소리가 아주 찰졌다.
핑크털 선구리는 그런데도 걸어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내가 핑크털 선구리라고 해서 그런거야? 그래, 홍학이라고 불러줄께.
홍학 새끼야 멈추라고! 멈춰! 멈춰! 쫙짝쭈왁. 찰진 소리는 내가 지쳐서 멈출 때까지 계속됐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