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부터 시작하는 육아법 2화
홍학의 육아일기
해적왕이 죽고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한 것이 1년째. 도플라밍고는 돈키호테 해적단의 선장으로서 노스 블루에서 세력을 키우는 중이었다. 그에 맞춰 속속들이 인재들을 영입하거나 찾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들린 섬에서 도플라밍고는 봐버리고 말았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의 창문 사이로 사내와 아이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그것뿐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도플라밍고는 표정을 굳히고 배로 돌아가던 발걸음을 옮겼다.
묵묵히 도플라밍고의 뒤를 따르던 피카는 누만시아 플라밍고 호로 돌아가는 길에 도플라밍고가 갑자기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의아해하면서도 뒤를 따랐다.
도플라밍고가 향한 곳은 구석에 있는 초라한 집이었다. 문을 열자 그 안에 있던 것은 술에 꼴은 남자와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을 나뒹구는 먹을 것을 주워 먹으려고 하는 작은 아이만이 있었다. 피카는 집 안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썩 꺼… 뭐, 뭐야, 넌.”
피카와 도플라밍고를 발견한 듯 남자가 아이에게 손을 뻗다가 놀라서 멈췄다. 놀랍기도 하겠지. 그 남자보다 훨씬 큰 덩치를 가진 이들이었으니까.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도플라밍고는 술에 꼴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저 남자에게서 제 아비를 봤다. 여러 가지 틀리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도플라밍고는 그 남자가 정말로 더럽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 후 후후훗! 지금, 난… 기분이 굉장히 더럽거든….”
평소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피카는 도플라밍고의 상태를 파악하고 먼저 앞으로 나섰다.
“내 집에 멋대로, 컥! 켁!! 꺼억!!"
“그만 좀 다물지."
남자의 목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손아귀에 쉽게 들어온 남자의 목은 조금만 힘을 주면 나뭇가지 꺾이듯 약했다. 남자는 피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항을 했으나 그조차 별 것 아니어서 피카는 콧방귀만 뀌었다.
“정말, 역겨운 기분이야…."
“어쩔까, 도피."
“……총 내놔."
도플라밍고의 선언에 피카는 품속에 넣어뒀던 총을 건네줬다. 도플라밍고는 총을 받자마자 가볍게 총을 흔들었다. 능력을 사용해서 죽일 수 있음에도 굳이 총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
“쓰레기 같은 부모는… 죽어주는 게 가장 최고의 선물 아니겠어?"
탕, 하고 딱 한 발. 총에 맞은 남자는 비명도 없이 피를 철철 흘리며 축 늘어졌다. 흐르는 피가 피카의 손을 적셨지만, 대수롭지 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이상 남자를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 손아귀의 힘을 빼니 남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바닥에 앉아있던 아이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피카와 도플라밍고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남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휘적휘적 움직이며 남자의 얼굴을 만지더니 아이가 도플라밍고의 다리를 물어버렸다.
피카는 도플라밍고를 살폈다.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굳어있었으나 피카는 도플라밍고의 표정에서 묘함을 느꼈다.
“닮았군."
도플라밍고의 말을 듣고서야 피카는 깨달았다. 아이는, 도플라밍고와 닮았다. 시체가 된 저 남자와 닮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도플라밍고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피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플라밍고는 허리를 접어 제 다리를 물고 있는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려 코트로 싸맸다. 피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꼬맹일 어쩌려고?"
“데려간다."
“알겠어."
저희의 왕인 도피가 그러겠다면. 피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플라밍고를 따라 집에서 빠져나왔다. 도플라밍고의 품에서 꾸무럭거리던 아이가 팔을 빼냈다.
뭘 하려는 걸까. 피카는 도플라밍고의 뒤를 따르며 팔을 꺼내든 아이를 응시했다.
쫙.
그 순간 찰진 음색이 울려 퍼졌다.
도플라밍고의 뺨에 닿은 아이의 손바닥에서 들린 소리였다.
피카는 사실 좀, 아니 많이 놀랐다. 아무리 도플라밍고라도 저를 공격한 어린아이를 그냥 놔둘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큰일이라도 나는 건 아닐까 하며 노심초사하며 뒤를 따르고 있는데, 도플라밍고 쪽에서 반응이 없었다.
짝쫙쭈왁.
뺨을 내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지만, 도플라밍고는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시하는 느낌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
결국, 아이는 지쳤는지 팔을 축 내려트렸다.
피카는 도플라밍고의 뺨에 아기 손바닥 모양으로 빨갛게 오른 것을 보고 눈을 껌벅였다. 괜찮은 건가? 멋대로 손을 대었다고 쳐내는 게 아니라 그냥 놔뒀으니 된 것인가? 그런 의문을 품고 누만시아 플라밍고 호에 도착했다.
갑판 위로 올라가니 다가온 디아만테가 도플라밍고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하다가 피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어이, 피카. 도피의 뺨에 난 자국 뭐냐? 대체 누가 낸 거야?"
그 질문에 피카는 무어라 답할 수 없었다. 그야 자국 남긴 존재가 지금 도플라밍고의 품에서 고롱고롱 잠들어있었으니까.
*
[XXX년 3월 2일 맑음]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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