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원랭
이건 현실이 아니다. 주마등? 환상?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그래, 꿈. 원은 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겪은 바가 없었다. 일부 수감자나 부하 직원들의 표현을 종합하면 현실성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기에는 이 상황과 감각이 몽롱하기는커녕 너무나도 생생했다. 울부짖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어떤 목소리까지. 그 음성에는 분명히 애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자유를 달라고 속삭이거나 압박하며 집요하게 자신만을 찾던 자들과는 달랐다. 꼭 원이 아니어도 되었으나 마침 눈에 보이는 사람이기에 부른 정도의 절박함에 그쳤다. 이를 입증하듯이 목소리는 원의 이름에서 다른 것으로, 또 다른 것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이름이 호명되었다. 원.
원은 이 목소리를 알았다. 뒤틀린 데다 본래의 것이 아닌 잡음이 절반은 섞였으나 미끈하게 귓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려는 성질은 여전했다. 그가 원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몇 없었다. 그런 상황에 관련된 시답잖은 농담이 순간 떠올랐으나 우스갯소리의 주인은 웃지 못했다. 웃을 수 없었다. 안개 너머에서 흐릿하게 드러난 모습은 분명 익숙했다. 머리카락, 옷차림, 행동까지 파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종류의 익숙함이었다. 어떤 물건을 닮아 기이한 각도로 변형된 팔, 그 위에 듬성듬성 돋아난 거대한 깃털, 머리 대신 놓인 다른 것. 변이체다. 그리고 그것은 원이 알던 음색과 어조를 일부 잃은 채로 도움을 청한다. 여기까지 파악하자 소리는 서서히 괴성으로 변했다. 해석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응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형상이 서서히 배회하듯이 다가왔다.
그 시점에서 원은 포근하고 폭신한 감촉과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물기 위로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정말로 꿈이라니 도리어 황망한 마음마저 들었다. 꿈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말이 한숨과 함께 내뱉어졌다. 남들이 묘사한 것처럼 평범한 내용이었다면 스몰토크 주제로 삼았겠지만, 이건 등장한 인물에게도 결코 털어놓지 못할 게 분명했다. 당신을 잃을까 봐 두렵다니, 싸구려 촌극 대사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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